매력적인 배경 그러나 포스약한 흡혈귀, 빈약한 엔딩....
뱀파이어가 나오는 영화는 대개 흡혈귀들이 낮에는 활동하지 못한다는 점이 영화의 주요한 맥락이 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그런 차원에서 보자면 흡혈귀가 나오는 영화는 거기서 거기라는 선입견이 강하게 작용한다. 그런데, 그런 뱀파이어들이 활동하는 무대가 30일 동안 해가 뜨지 않고 내내 저녁만 지속되는 공간이라면 어떻게 될까? 이런 상상력을 배경으로 제작된 영화가 바로 <써티데이즈 오브 나이트>다.
30일 동안의 어둠을 맞이한 알래스카의 소도시 배로우. 아내 스텔라(멜리사 조지)와 불화를 겪고 있는 보안관 에반(조시 하트넷)의 임무는 아이들과 노약자들만 남은 암혹의 도시를 안전하게 지키는 것이다. 그런데 어둠이 몰려오자 마자 이상한 기운이 감돈다. 썰매개들이 죽임을 당하고, 헬리콥터는 망가진 채 발견되며, 낯선 남자는 그들이 온다며 저주의 말을 내뱉는다. 서서히 마을에 들어온 침입자들로 인해 주민들이 한명씩 한명씩 죽어나가는데, 그 침입자들은 바로 인간의 피를 빨아 막는 뱀파이어, 흡혈귀들이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뱀파이어들은 기존 영화에서 보아오던 뱀파이어들과는 조금 다르다. 인간의 언어가 아닌 이상한 외계어를 사용하며, 마치 얼굴은 다운증후군 환자같은 느낌이다. 기존 뱀파이어들이 중세의 고딕적 분위기를 많이 풍겼다면 <써티데이즈 오브 나이트>에서는 전체적으로 외계인 같은 분위기랄까...
아무튼 30일 동안 뱀파이어들이 마음껏 활개칠 수 있는 어둠이 지속된다는 설정 자체는 매우 매력적이다. 특히 뱀파이어들이 마을을 습격한 초반부의 학살장면은 시각적으로 매우 강렬하며 아름답기까지 하다. 아마도 높은 크레인 위에서 찍었을 그 장면은 여기저기 달아나는 사람들을 공격하는 뱀파이어들의 모습과 하얀 눈위에 흩뿌려지는 피로 인해 매우 선명한 이미지를 남긴다.
그런데, 영화의 재미는 딱 거기까지다. 30일 내내 숨어 있는 인간들과 뱀파이어들의 반복되는 사투는 조금씩 지루함을 느끼게 하고, 인간 사이의 갈등구조도 뻔히 예상되는 그 수준이다. 거기에 드디어 기나긴 30일을 버티고 맞게 되는 최후의 결전은 오랜 기다림을 무색해할만큼 빈약하며 에반의 최후도 장렬하며 쓸쓸하기보다는 좀 코믹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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