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는 우리가 생각하는 이야기 전개, 감정 표현, 시각적 이미지 등 거의 모든 부분에 있어서 유쾌한 배신을 시도한다. 뚜렷한 굴곡이 보이는 기승전결의 이야기 전개도 아니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는 남녀 주인공들의 기괴한 대화와 행동들이 오가면서 동시에 만화에서나 가능할 법한 독특한 비주얼들이 화면을 수놓는다. 키스신이 등장하긴 하지만 그들은 사랑을 키워간다거나 사랑의 문구들을 속삭이는 등 뻔한 로맨스를 키워가는 대신에 여전히 자신들의 세계 속에서 허우적거리기 바쁘다. 예고편이나 포스터에서 봐왔던 화사한 파스텔톤의 사랑이야기를 기대했다면, 제각기 다른 세계에서 유별난 사고방식으로 소통하는 이들의 기괴한 사랑에 적잖이 당황하는 분들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배경이 정신병원이고, 주인공들이 정신질환자라는 설정을 처음 알았을 때 어느 정도 예상되는 부분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이런 독특하기 짝이 없는 환경 속에서도 일관되게 유지되는 시선은 존재한다. 오히려 이 시선이 이 영화가 가진 부분 중에서 가장 특이하다고 해도 될 만한 부분인데, 지금까지 늘 냉혹한 비주얼과 메시지만을 보여왔던 박찬욱 감독이 이 영화에서 이후 실로 오랜만에 참 따뜻한 시선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정신적으로 이상이 있는 사람들 간에서도 나름의 소통은 이루어질 수 있고, 나름의 존재 가치를 증명할 수 있는 기회는 있다는 것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