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적이 누군지 알고 싸우지만, 왜 싸우는지는 모를 때가 있다"
이 대사가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모든 것이란 생각이 든다.
투쟁의 동기는 자유를 위한 것이었지만, 그 과정은 곧 동기를 배반하고,
신념만을 고집하는 집착으로 변질되어, 고삐 풀린 말처럼 통제할 수 없을 지경까지 이르고 만다.
그것이 역사 속에서 필연적으로 등장해 온 투쟁의 페러다임인 것 같다.
아일랜드와 우니라나 역사가 비슷한 것은 어쩌면 우리 모두가 같은 인간으로써,
보편적인 흐름을 겪은 것 뿐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자치협정에 찬성하는 형과 반대하는 동생.
같은 동기로 시작된 투쟁은 다른 결말로 서로에게 총부리르 겨누게 한다.
이 영화를 통해 신념과 집착의 관계를 알게 된 듯하다.
신념은 지키는 것이고 집착은 하는 것이다.
처음에는 집착으로 신념을 지킨다. 출발선에서는 신념을 바라보며 출발하지만 중간지점으로 접어들면서
집착이 신념을 가려버리고 만다. 목적과 수단이 전도되는 것처럼 신념과 집착도 쉽게 전도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일 거란 생각이 든다.
그리고 그것이 비극을 낳았다.
그리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것이 비극이었는지 아닌지의 여부는 물음표에 붙여진다.
켄로치 감독의 영화를 사랑하는 이유는 그가 끊임없이 그 물음표를 우리에게 던져주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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