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이 영화를 보기 전에는 "과연 이래도 총기를 허용해야 하는가"
라는 주제를 다룬 영화일 줄 알았다. 그러나 내 생각과는 다르게
이 영화는 '콜롬비아고등학생총기사건'에 피해자와 가해자들의
심리묘사에 중점을 둔 영화였다. 이 영화는 정말 사실적으로
그 때의 상황을 재연해가면서 오히려 "이게 누구의 문제 같아?"라고
반문한다.
이 영화는 약 10명에 달하는 학생들을 중점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시간은 뒤죽박죽이고 그저 한 학생의 관점에서 다른 학생의 관점으
로 넘어간다. 흔히 틴에이져무비에 보면 꼭 나오는 유형의 학생들이
이 영화에도 나온다. 남자와 쇼핑, 먹는 거와 노는 거에만 관심있는
여학생들도 나오고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는 여학생도 나오며
사진 찍는게 취미인 소년과 모임 시간을 준수하는 정직한 소녀,
정말 평범한 남학생, 여자들에게 인기가 많은 풋볼 선수까지
다양한 학생들을 보여준다. 카메라는 묵묵히 그들의 뒤를 따라가
그들의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지루하게 보여준다.
영화 러닝타임의 2/3가 그냥 고등학생들의 이야기를 담아낸다.
거기에는 특별히 기승전결이 있는것도 아니고 시간도 앞뒤로
뒤죽박죽이다. 슬슬 지루할 때 쯤 이 사건의 범인은 "얘네다!"라고
보여주는 장면이 나오면서부터 긴장이 된다. 이 끔찍한 사고의
범인은 학교에서 왕따 취급을 당하는 두 남학생이다. 그들이
이 사건을 벌인 이유중 하나는 아무도 그들이 하는 이야기, 즉
하소연을 제대로 들어주는 사람이 없었다는 것. 결국 둘은 서로에게
의지하면서 나쁜 생각을 갖게 된 것이다. 결국 같은 처지의 왕따인
미셸이 첫 희생자가 되면서 영화는 지루함을 탈피하고 많은 감정을
드러낸다. 이제까지 영화에 나왔던 주인공들 중 한명을 제외하면
가차없이 다 죽어버린다. 그들이 영화내내 했던 수다들은 결국
무의미하게 돌아가버린다. "일찍 죽고 싶지 않아"를 외치던 세명의
여학생들도 자신이 먹은 급식을 토해내고 나오다 죽게된다.
그러나 영화 포스터에 나오는 금발의 남학생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이 참혹한 사고에 대해 호들갑을 떨지 않는다. 한 여학생은
위험하다는 말을 안한채 혼자 숨어 거기에 있는 세 여학생을 죽게
만들었고, 선생님도 죽은 애를 보며 비명을 지르거나 울지않고
그냥 시체를 끌고 온다. 다들 아무 말 없이 도망가기에 바쁘다.
결국 이 끔찍한 사고의 가해자는 그들 자신이었다. 그 왕따를
당하는 학생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고, 어떻게 행동하는지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았고 심지어 그들이 이런 행동을 해도 혼자 살기라도
바쁜 듯 말없이 뛰어가기만 한다.
이 영화는 비로소 끝까지 봐야, 그 전의 지루함을 만끽할 수 있다.
왜 이 영화에서 대화가 많지 않았을까.
그건 이 영화가 결국 '소통의 부재'라는 문제점을 보여주려고
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교장을 죽이기 전 가해학생이 하는 말,
"다음부터 나같은 왕따학생이 와서 이야기를 하면 들어주란 말이야"
이 영화는 부모와 친구와 교사와의 대화가 부족하고 결국
그 무한 이기주의가 삭막한 현실을 만들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 영화를 보며 조승희란 사람을 그냥 욕할 수만은 없지 않나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