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이 영화가 원작하고 결말이 다르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원작보다 더 강렬하고 충격적일거라고. 그러나, 막상 영화내용을 잘 쫓아가다 만난 영화의 결말은 순간적으로 좀 어이가 없었다. 세상이 끝난줄 알고 가족까지 다 죽였더니 갑자기 왠 군대가 나타남.... 그리고, 극장을 나왔다. 바로 서점으로 달려갔다. 원작의 '미스트'를 찾으러. 원작의 결말은 딱 영화에서 주인공일행이 마트를 나오기 전까지의 내용으로 끝났다. 희망이란 단어를 생각해보지만 결국 그 마트에서 남으며 끝나는 걸로. 어찌보면 원작의 결말은 아주 심심하다.
친구하고 토론이 이뤄졌다. 왜 굳이 그런 결말로 바꾼거지? 결말에서 그 전까지 재밌다던 관객반응도 싸해졌는데. 얘기가 오고갈수록, 영화에서 보여준 결말이 꽤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마디로 우리가 이 영화를 봐오면서 믿었던 주인공의 행동이 모두 오산이라는 생각이었다.
보면서도 "가만히나 있지, 왜 자꾸 나간다고 하는거지?"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뭐 영화니까.. 그것도 잠시, 결국 우리가 일종의 '영웅'이라고 믿던 (혹은 그 전까지 다른영화에서 많이 봐오던 주인공의 행태) 그의 행동이 그를 제외하곤 그를 따르던 모든 사람을 죽여버린 것이다. 군인, 그와 약국에 같이 간 사람들, 마지막 그와 같이 나와 마트밖에서 죽어버린 이들, 그가 차에 데리고 온 아들과 다른이들까지. 그도 죽을려고했지만 결국 그렇지 못한 것이다.
결국, 그와 성경을 내세우며 사람들을 선동한 여자와 다를바가 없는거다. 아니, 오히려 그 여자는 (군인을 제외한) 다른 사람을 죽게하진 않았다. 그가 뭔가를 할수록 결과적으론 사람들은 예외없이 죽어나갔다. 분명히, 우리가 영화를 보며 "저런 주인공을 따르면 살거야"라는 생각은 결말하나로 여지없이 깨진것이다. 결론은, 우리가 믿던 주인공을 안 따른 마트안의 사람들은 산 것이다.
이러한 결말은, 우리가 지금까지 영웅주의적으로 믿어오던 다른 영화나 이 영화에서의 주인공같은 행동과 생각에 대한 것을 뒤바꿔놓은 일종의 '반전'이다. 이 영화가 단순한 괴수영화가 아닌, 종교적, 종말론적 내용을 다수 담고있으며 그것을 잘 표현해냈으나, 원작하고 다른 이 결말때문에 사실 이 영화가 더 빛난다.
이 영화를 기해서, 이 이후에 보게된 많은 할리우드 영화들을 보고 있자니, "죽든 살든 우리는 뭔가를 해야돼!"하는 식의 행동을 보여주는 할리우드 주인공들을 볼 때마다 이 '미스트'라는 영화가 항상 떠오르기 시작했다. 저러다 죽을텐데...저게 무조건 옳은 행태는 아니지... 이 전까지 주인공들이 하던 행동에 대해 일말의 의심이 없었던 관객들에게, 다시 한번 생각의 깨임이 생겨난 것이다. 그럴때마다 '미스트'가 이런 면에서 한 획을 그었다는 생각이 든다. 정말 곱씹을수록 괜찮은 영화다.
만약, 이런 일이 일어날수록 현실적으로 섣부른 행동은 죽음으로 이어지기 쉽다. 괜히 영웅같은 행동을 하다간 더 섣부른 죽음을 부를수도 있다. 이제까지 우리가 알고있던 고정관념을 깨주면서 환상적인 심리공포를 보여준 괴수영화가 바로 이 '미스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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