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거장의 만남이라는 광고 문구를 흩날리면서 모습을 드러낸 영화속
실체는 단순한 공포와 스릴러, SF 라는 장르로 분류하기 애매할 정도로
인간사회의 모든 면을 파고들면서 다양한 인간의 본성과 욕망을 보여준
다. <그린마일> 과 <쇼생크 탈출>의 프랭크 다라본트 감독와 이 영화의
모토가 되는 원작 <미스트>의 저자 스티븐 킹의 만남을 영상화로 구체
화 시킨느낌보다 사람들의 심리묘사에 중점적인 초점이 맞추어져 있음
을 영화의 초반부터 느낄수 있다. 영화의 내용을 살펴보면 평화로운
호숫가 마을의 전원적인 분위기를 느낄수 있는 롱레이크에 영화 포스터
를 그리는 화가 데이빗 드레이턴(토마스 제인)의 집에 강한 비바람이
몰아친후 데이빗의 조부때부터 함께해 온 나무가 쓰러지면서 집의
일부를 부서 버리는 사건이 발생한다. 이것은 일종의 전조라고 느껴진다.
재앙이 오고있다는 메시지를 느끼게 하는 몰려오기 시작하는 안개를
아내와 지켜본 데이빗은 집을 수리할 물품을 사기위해 아들 빌리(나단
갬블) 와 그리고 사정상 외지인이자 변호사인 흑인 노튼(안드레 브라우퍼)
와 함께 마트로 향하게 된다. 그때 그들 눈에 분주하게 이동중인 군인
들의 모습이 드러난다. 이 부분 또한 하나의 영화속 정체불명의 괴물들
이 안개속에서 습격해 오는 중요한 원인의 실마리를 담고 있는 부분이다.
군인들의 분주한 움직임을 뒤로한채, 마트로 향한 일행앞에 중요한 인물
이 모습을 드러낸다. 영화의 종반까지 사이비 종교주의 포스를 드러내면서
패닉에 빠진 사람들을 광신도화 시켜 자신을 합리화 시키는 주님의 종을
자처하는 카모디(마샤 게이 하든)가 등장한다. 그녀는 주님의 종을 자처
하면서 다른 사람을 괴물에게 제물로 바쳐 자신의 목숨을 유지하려 하고,
사람들을 이용해 자신이 주님이 보낸 사자라는 식의 거짓 선동을 벌인다.
사람들이 너무 많다며 불평하는 여성이 공포심에 사로잡혀 벌이는 자기
보호와 자기 합리화가 최고조로 달하는 캐릭터로서의 모습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순식간에 덮쳐오는 안개와 고립된 사람들의 모습, 여기에서
중요한 부분이 나온다. 8살짜리 아이가 이제 몇살 안된 아이를 돌보는
한 엄마의 등장이다. 그녀는 누군가 도와줄 사람이 없냐고 일일이 물어
보면서 벼놓사 노튼과 데이빗에게도 호소해 보지만 아무도 그녀를 도와
주지 않고, 그녀는 안개속으로 사라져 간다. 코에 피를 흘리면서 넋
나간 표정으로 들어온 노인이 안개속에 무언가가 있다는 경고와 함께
조금씩 공포로 물들어가는 분위기속에서 마트의 하역장에 있는 곳을
통해 최초의 괴물의 모습이 드러난다. 거대한 촉수를 내밀어 잔인한
공격을 벌이는 본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촉수들의 공격에 젊은 사람을
선동시키던 두 노년에 가까운 남자들은 데이빗의 주먹에 담긴 뜨거운
분노를 감내해야 한다. 유리로 이루어진 마트의 문을 지키기 위해
개사료와 테이프를 이용하는 사람들과 데이빗과 몇몇 사람이 겪은
이야기를 믿지 않는 노튼과 밖으로 나가길 바라는 몇사람이 모여든다.
노튼은 자신이 외지인이라고 배척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신용하지
않고 돌아가기 위해 몇몇사람과 안개속으로 사라져 버린다. 영화는
패닉상태에 빠진 사람들의 모습과 정체를 알수 없는 잔인한 괴물들의
습격으로 인해 본능적인 생존욕구에 빠지는 동물적인 본능을 드러내는
인간들의 모습이 영화의 중반을 거쳐가면서 본격적으로 나온다. 공포심
을 이기기 위한 자살을 비롯한 자신을 교주화시켜 다른 사람들을 희생
시켜 삶을 유지하려는 사람들로 이루어진 광신도 그룹을 만든 카모디
와 어떻게든 안개속을 빠져나가기 위한 데이빗을 비롯한 몇몇 사람들의
스토리가 주를 이룬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한 군인을 통해 밝혀지는
안개와 정체불명의 괴물들의 정체는 인간의 욕망과 그 욕망에 대한
경고를 담고 있는 부분을 보여준다. 과학자들이 발견한 다른 세계로
통하는 문, 그리고 창과 같은 것을 만들어 그 세계를 엿보려한 대가로
다른 세계가 유입되어 버린 현상이 '미스트' 인 것이다. 카모디는 신에게
대항하려는 오만한 인간들때문에 이렇게 되었다는 식으로 이야기하지만
정작 자신도 자신의 욕망을 위해 다른 사람을 희생시키는 인간에 불과함
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부문은 섬뜻하게 만든다. 그리고 그 세계를
지배하는 것은 정체불명의 괴물들과의 싸움에서 이성적인 존재라는 인간이
무력화된채 약육강식의 법칙에 따라야하는 현실을 가르쳐 준다. 그리고
살아남기위해 동물적인 본능을 드러낸 인간은 자신들과 같은 인간을
희생시키려 한다. 그리고 그 인간의 욕망을 제어하는 약육강식의 법칙에
가장 큰 힘을 작용하는 무력의 상징 '총' 이 카모디를 제거함으로써
모든 갈등을 해소시키며 위기상황에 직면한 사람들을 통제시킨다. 철저히
약육강식의 법칙에 충실한 사람들의 모습에서 이성적인 사고로 판단하는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다. 원작과는 다른 결말로 향한다는 결말을 두고
볼때 가장 황당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상대에게 아무런 해를 끼칠수도
없는 무력감과 그 위험요소를 배제할수 없는 상황에서 선택할수 있는
가장 탁월한 수단이었을 것이라는 느낌도 든다. 상당히 종교적, 철학적
인 느낌과 동시에 인간의 본성과 우리들이 살고있는 사회가 무너질수
있는 존재의 유입이라는 가정을 생각하게 되는 섬뜻한 이야기가 이 영화의
전체적인 감상을 대변할수 있을 것이다. 아들 빌리가 어떠한 상황에서도
괴물로 부터의 위협을 데이빗에게 지켜달라고 말할때 데이빗이 약속하는
모습과 데이빗이 영화의 엔딩에서 절규하는 모습이 교차되는 순간 가장
섬뜻하고 씁쓸한 영화의 이면을 확인할수 있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굉장히 의미심장하게 보았고, <Sf 블록버스터> 라는 장르적 개념보다는
인간의 내면적인 부분과 사회적인 부분을 드러내는 드라마와 다큐멘터리
적인 느낌이 강했던 영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