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행 잘되는지도 몰랐고 평이 어떤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봤다.

다만 임순례 감독이라는 것만 알고 봤는데 홍보에는 임순례 감독이란 말은 거의 없었다.

다만 와이키키에서 좋았고 그 영화에서는 괜찮은 배우들을 많이 발견했었다.

그래서 오히려 기대보다는 괜찮을꺼라고 내심 부풀어 영화를 보러갔다.

와이키키에서는 숨겨있던 배우들, 뭐 오랜 연극배우들도 많았지만... 남극일기(임필성감독)와 같이 연극 쪽으로

봤을 때는 초호화 캐스팅이 되는 그런 수준은 아니었던것 같다. 그리고 캐릭터들로 얘기를 잘 끌어갔었다.

연기가 참 좋았다는 느낌. 그 외에 뭐 우리네 씁쓸한 삶, 그런 표현이야 뭐 원래 임순례 감독의 장점이라고

볼 수 있으니 더 이상 언급할 필요도 없겠다.

우생순으로 돌아오면 언론들이 너무 득달같이 달겨들어 칭찬 일색의 판을 만들어 버렸다.

영화를 보고 영화잡지를 보니 아니 뭐, 영화대통령이 만든 것도 아니고 뭐가 그리 좋다는 건지.

한국 영화 힘든 시기에 힘을 실어주려는 건 좋지만 모두 힘을 합치니 그것 참 역효과다.

다른 건 그래 뭐 다 좋다고 친다.

그런데 연기들이 너무 따로 논다. 연기는 리액션이라 이창동 감독께서 말씀하셨던가..

그래서인지 문소리는 다른 연기자들을 맞춰주려는 노력이 절절히 보인다.

그래서 다른 연기자의 연기가 붕 떠버리면 문소리의 연기도 갈길을 잃어 버린 듯 허공으로 떠오르고 만다.

김정은은 연신 혀짧은 소리를 내뱉고 만다. 아직도 발성이 안좋다니..... 보기 좀 안쓰러웠다.

김지영은 뭐 분전했으나 역할 상 오바를 적절히 처리하지 못 한 듯 싶다.

엄태웅은 나오는 시간은 많지만 누가 연기하더라도 더 이상의 힘은 발휘하기 힘든 외적인 인물인 듯 싶다.

비록 화해는 있었다지만 마지막에 그의 틀에박힌 대사는 오히려 감동의 끈을 툭하고 끊어 놓았다.

한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주연배우들의 연기가 너무 버무려지지가 않았다.

영화에서 돋보이는 것은 딱 두가지다.

첫 째는 소재의 힘. 실화를 바탕으로 비인기 종목이 소재가 됐음에도 불구하고 그 내러티브는 굉장히

극적이고 감동적이다. 이러한 소재와 내러티브의 힘이 오히려 임순례 감독의 방식과 어울리지 않는 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시 올림픽을 지켜본 사람으로서 소재의 힘은 굉장했다.

둘 째는 조연의 힘. 문소리를 주축으로 세 주연배우들의 힘으로 끌어가는 영화가 되어야 했으나

돋보이는 연기를 보여준 것은 오히려 조연들이다.

조은지를 필두로 젊은 선수들로 출연한 조연들은 나무랄데 없는 구성진 연기를 보여줬다.

보태어 위원장과 사무국장 연기는 최고였다. 능청스럽게 억지스럽지 않게 억지 스토리를

짬짬히 환기 시켜주는 그 들의 연기는 단연 최고였다. 사무국장(정석용)의 독한년...하다가 갑자기

장보람을 외치던 그 장면은 영화의 최고 장면이 아닌가 싶다.(라디오스타가 살짝 떠오르긴 했지만.)

억지춘향과 같던 영화를 구원해내는 소중한 장면을 여러 번 보여준 그의 힘이 놀라울 따름이다.

이런 조연들의 빼어남에 주연배우들이 밀리지는 않았나 싶을 정도로 조연들은 빼어난 활약을 보여줬다.

돋보이는 것이 이렇다는 것은 영화가 아주 잘 만들어졌다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반증이 아닌가 싶다.

보태어 언론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모두 엄지를 치켜드니 오히려 반감이 든다.

라스트 신에 소리없이 한 껏 울 시간을 충분히 내어주는 긴 장면은 이해 할 수 없다.

영화를 같이 보고 온 친구와 한 얘기가 생각난다.

난 차라리 '나는 전설이다'에서 윌스미스가 헬리콥터에서 자식(실제 친자식이라고 함)과 헤어지는 장면이

열 배는 더 슬펐다. 그리고 개가 죽었을 때가 훨씬 눈 앞이 캄캄했다.

난 도저히 이런 영화에 엄지를 들어 줄 수가 없다.

마지막으로 모두 칭찬 일색이어서 반감에 좀 심하게 쏘아 붙인 점, 기분 나쁘셨다면 사과드리며.

무지한 한 놈의 생각이니 기분 나빠하시지는 않으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