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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 아메리칸을 위한 레트로! 헤어스프레이 헤어스프레이
hepar 2008-01-24 오전 4:23:01 2132   [7]

 

헤어스프레이.

 

미국의 레트로(복고)는 여전히 5~60년대에 머물러 있는 것 같다.

그만큼 그 시대가 되짚어 볼 것들이 많은 시기였다는 방증일 테다.

반전운동 반문화운동이 거세게 일었고 흑인, 소수인종, 사회적 약자에 대한 인권 운동이 결실을 맺기 시작했다.

마틴 루터 킹 목사의 유명한 연설이 1963년에 있었고 베티 프리단의 '여성의 신비'가 1962년에 간행되었다.

레이 찰스가 흑인차별에 반대해 조지아주에서의 공연을 취소한 것이 1960년.

 

무엇보다 이 시기 청소년들이 문화의 주역, 소비의 주체로 떠오른 것이 가장 큰 변화일 게다.

전후 경제 성장의 과실을 받아먹으며 자랐음에도 기성세대의 편협한 보수주의에 저항할 수 있었던, 꽤나 행복한 세대였다.

젊은 세대의 저항과 일탈은 한편으로는 밥 딜런을 낳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비틀즈 열풍과 로큰롤을 낳았다.

어느 쪽이든 세속적 욕구에서 탈출하려는, 순수지향성은 그 혈기만큼이나 거침없었다.

 

영화는 집 앞에 배달된 신문을 클로즈업하면서 시작한다.

이 신문의 헤드라인 1962년의 어느 사건을 명시한다.

"Barnett Defies U.S., Bars Negro From University"

해석하면 '바넷이 연방을 무시하고 흑인의 대학 입학을 방해하다' 정도가 될 것 같다.

여기엔 메레디스라는 미국 흑인 역사상 중요한 인물이 관련되어 있다.

 

제임스 메레디스라는 흑인 참전용사는 제대 후 미시시피 대학에 지원하지만 흑인이라는 이유로 두 차례나 입학을 거절당한다.

여기에는 인종주의자이자 흑인차별주의자였던 로스 바넷 미시시피 주지사의 반대가 있었다.

그러나 그는 포기하지 않고 연방 법원에 찾아가 청원을 내고, 결국 입학 허가를 받아낸다.

1962년 10월 연방 보완관을 대동하고 학교 앞에 나타난 메레디스가 옥스포드 캠퍼스로 들어서자 

바넷 주지사는 주경찰을 투입하고 양측 병력이 군중들과 함께 충돌하는 가운데 2명이 사망하게 된다.

하지만 결국 케네디 대통령의 지원을 업은 그는 미시시피 대학에 입학에 성공하게 된다.

미국 역사상 최초의 흑인 대학생이 탄생한 것이다.

 

헤어스프레이의 줄거리는 이 소요사태에 그 원형을 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학은 방송국의 유명한 쇼로 대체되고, 바넷 주지사는 미셸 파이퍼가 연기한 '벨마'로 나타난다.

'미스 헤어스프레이'에 뽑히는 최초의 흑인 '이네즈'는 최초의 흑인 대학생 메레디스일 테고.

흑인들의 가두 시위에 앞장선 니키와 그의 가족 블론스키는 케네디를 비롯한 연방을 대신한다 하겠다.

 

이처럼 영화는 흑인을 비롯 비만인, 여성 등 차별받는 사회적 약자에 주목하기는 한다. 

하지만 그것들을 그리 진지하게 다루지는 않는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게, 이 영화는 결코 흑인의 인권에 대한 영화도, 사회적 약자에 대한 영화도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흑인의 불만을 수용하고, 차별을 없애고자 노력한 백인들을 위한 찬가라 할 수 있다.

이 영화에서 중요한 것은 흑인들의 저항이나 그 오랜 투쟁이 아니라 백인들의 포용성, 인권과 자유, 미국적 가치의 발현이다.

메레디스의 용기있는 행동, 흑인들의 목숨 건 투쟁보다는 케네디와 연방정부의 휴머니즘에 입각한 결단이 더 중요한 것이다.

 

나머지 것들은 절묘한 장치들에 불과하다.

가부장주의, 여성인권, 비만인에 대한 차별 등 다른 차원의 가치 판단을 개입시킴으로써 '흑백 차별'이라는 본래 이야기를 슬쩍 흐린다.

여기에 뚱뚱하지만 사랑스러운 주인공, 로큰롤과 리듬 앤 블루스로 맛을 내고

대강 흑백을 조화시킨 해피엔딩으로 나감으로써 흠잡기 힘든 한 편의 귀엽고 사랑스런 레트로 판타지를 연출한다.

 

그런데 이러한 경향 즉, '착한 백인의 신화'는 남북전쟁에 관한 편견에서도 마찬가지로 나타난다.

흑인을 해방시킨 '좋은 북부'와 흑인 해방을 반대한 '나쁜 남부'와의 싸움.

그러나 주지하다시피, 남북전쟁의 핵심은 관세를 둘러싼 이해관계에서 비롯된 것이다.

링컨이 흑인을 해방한 것도 '군사적, 전략적' 필요에 의해서였다.

연방정부는 실제로 흑인을 해방시킬 힘을 가진 버지니아나 루이지애나는 제외하고

남부군이 승리를 거두고 있는 지역에 대해서만 노예해방선언을 했다고 한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이들이 좋은 북부, 나쁜 남부라는 편견을 가지고 있다.

마치 북부의 마음씨 좋은 백인들이 흑인을 해방시켜 준 것으로 생각하면서 말이다.

이런 편견이 무서운 것은 은연 중에 백인의 은덕에 의해 흑인 인권이 해결되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의식을 심게 된다는 것이다.

영화 속 '착한' 백인' 니키와 그를 응원하는 '좋은' 백인들이 흑인의 쇼 출연을 성사시켰듯 말이다.

그리고 벨마와 그의 딸 그리고 방송사 사장을 제외하면 딱히 '나쁜' 백인이 등장하지 않는다.

 

미국 사회에서 소수자 특히 흑인에 대한 차별은 금기이자 아킬레스건이다.

'차별'에 관한 한 미국사회는 아주 단호한 태도를 취한다.

하지만 폭풍에 쓰러진 뉴올리언즈가 웅변하듯 차별과 불균형은 여전히 광범위하게 퍼져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모순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흑인들이 차별과 가난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는

아직도 많은 미국인들이 링컨 동상을 바라보며

흑인을 해방시킨 위대한 선구자의 모습을 떠올리는 현실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그 어떤 인권도, 권리도 당사자들의 투쟁에 의해서만 진보할 수 있다는 것.

이는, 지난 인류의 역사가 말해주는 진리다.

 

P.S.

이러니저러니 해도 잡생각 접어두고 보면 잘 만든 뮤지컬 영화임에는 틀림이 없을 것 같다.

사실 이 영화를 본 지 한달도 더 지났다. 당시에 느꼈던 재미와 즐거움이 다 사라졌기 때문일 거다.

괜히 까칠하게 이러는 건...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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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small
글쿤요   
2010-03-14 21:42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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