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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대신 울어줄 사람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hepar 2008-01-25 오전 3:16:42 2611   [13]

 

영화를 말하며, 정치 이야기를 꺼내는 게 적절치 않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영화를 보는 동안 나는 대통령 당선인이 자꾸만 떠올랐다. 그가 당선 후 이 영화를 첫 관람작으로 선택한 것이, 그리고 눈물을 훔치며 감동을 받았다고 말한 것이, 자꾸만 마음에 걸렸다.

너무도 사랑스런 세 명의 '아줌마'와 철없는 '큰 언니'의 생애 가장 치열했던 순간의 이야기를 전해 들으며, 먹먹한 가슴을 마른 눈물로 달래는 와중에도 나는 이런 못된(?)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치만 어떡하겠나. 생겨먹은 게 그렇고, 하는 짓이 그런 것을.

영화를 보고 가장 기억에 남는 대사가 두 개 있다.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고 찍은 사진을 보며 혜경(김정은)이 하는 대사가 그 중 하나이고, 다른 하나는 덴마크와의 결승전 경기 시작을 앞두고 캐스터 최승돈 아나운서가 했던 바로 이 말이다.

미숙(문소리)이 개인적인 사정으로 빠지고 보람(민지)도 부상으로 경기에 불참하게 됐다는 소식을 전하며 그는 이렇게 말한다.

"하지만 우리 선수들은 언제나 불리한 여건 속에서도 승리를 일구어 냈습니다."

비인기 종목의 설움 속에서 협회의 지원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대회가 끝나면 마땅히 돌아갈 팀도 없는 그들이지만 태극마크를 달고서는 언제나, '불리한 여건' 속에서도 이를 악물고 싸웠고 불리한 상황에서도 승리를 이끌어냈다. 그리고 국민이자 관람자인 우리는, 불리한 여건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항상 승리해 주기를 기대해 마지 않았다.

대통령 당선인이 이 영화를 보고 가슴 뭉클해했다는 사실이 목에 탁하고 걸려온 건 바로 이즈음에서다. 그는 "불리한 여건"을 보았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를 보았을까. 그리고 이 당찬 한국 여성들이 이 악물기까지 겪어냈던 고통과 설움을 보았을까. 아니면 그들이 보여준 '불굴의 투지'와 '근성'만을 보았을까. 나는 이런 의문을 지울 수가 없었다.

나는, 이들이 근성과 투지로 승리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들을 아테네 결승전까지 데려다 준 건 '할 수 있다'는 투지가 아니라 그들 한 명 한 명의 소중한 꿈이었고, 삶이었고 서로 보듬고 지켜준 마음들이었다. 내 친구, 내 이웃, 나의 팀, 나의 공동체를 지키기 위한 작지만 강한 의지와 생명력. 그리고 사랑.

미숙이 승부던지기를 하기 위해 자리에 섰을 때, 그의 눈에는 큼지막한 태극기가 보였다. 그의 슛이 실패했을 때, 태극기도 같이 땅을 치며 울었을지언정, 괜찮다, 괜찮아, 하고 말해준 건 그 태극기가 아니었다. 그가 비루한 삶에 지쳐 '하루에도 열두 번씩 죽을 생각'을 했을 때, 손 내밀어 준 건 결코 그 태극기가 아니었다.

"아이고, 이 년아 좀 웃지..."

혜경은 금메달을 목에 걸고 환하게 웃을 기회를 다시 찾지 못했다. 아마 다시 그런 기회는 찾아오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 말에 녹아있는 어떤 힘이 그를 살게 할 것이고 그를 다시 웃게 할 것이다. 나는 그걸 믿는다.

그리고 이 아줌마들이 있어서 우리는 좀 더 행복할 수 있을 것이다. 비록 금메달을 채근하는, 엄혹한 세상의 질서가 우리를 생채기내고 아프게 할 것이지만, 그리고 언제나처럼 우리를 버려둘 것이지만, 손내밀어 일으켜 주고 안아주고 나 대신 울어줄 우리 아줌마들이 있어서 나는 좀 더 인간답게 살 수 있을 것이다.

오늘 이 아줌마들의 걱정 섞인 잔소리와 수다가 몹시 그립다.


(총 0명 참여)
thesmall
글쿤요   
2010-03-14 21:42
pontain
정치적 편견이 섞인 리뷰같군요.   
2008-01-25 13:14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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