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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opper] 민첩한 관객이라면 꼭 함께 달려보라. 클로버필드
cropper 2008-01-29 오후 4:23:11 2427   [7]

 
올해로 벌써 10년이 다 되어가는 듯 싶다.
10년전 어느 비오던 날 영화 [블레어윗치 프로젝트 (the Blare witch project)] 라는 영화를 보고
나와서는 한편으로 치를 떨면서도 한편으로는 공포에 질려 있었던 필자의 모습이 생각난다.
헐리우드 영화사상 최고(?)의 떡밥 사건으로 기록되었을 뿐만 아니라, 몇천만원의 제작비로
몇억불의 수익을 벌어들인 충격적이고 참신한 영화.

영화학도 몇명이 교수님에게 물었다. 이런 영화를 제작하려고 하는데 교수님 생각은 어떠시냐고
했더니 '그런건 영화도 아니고 만들어도 아무도 안본다' 라고 했다는데...
교수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은 언론 매체에 다음과 같은 거짓 정보를 흘리기 시작한다.
"블레어 지역에서 의문의 실종을 당한 어린이 들을 찾기 위해 대학생 세명이 탐사를 떠났으나
그들도 행방불명 되었다". 그 사건이 실제처럼 부풀어 지고 급기야 실종된 대학생들이 찍은 것
으로 보이는 캠코더가 발견되었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그 캠코더를 영화화 하였다고 광고하기
시작한 것이다.

영화 [블레어윗치 프로젝트] 는 홈비디오와 마찬가지로 비전문가의 거친숨결과 함께 그 공포스러운
감정들이 걸러지지 않은채 전달되어진다. 밑도 끝도 없이 소리지르고 달려가는 학생들, 돌부리에
걸려 넘어져 캠코더는 뒹굴고 그 순간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는 넘어진 캠코더 속으로 보이는
잔혹한 장면들의 모서리와 울부짖는 비명소리로만 짐작 할 수 있을뿐, 그리고 보이지 않아서 오감은
완전히 곤두서게 된다.

관객의 어지러움과 멈췄으면 하는 소망이 절정에 이르는 순간, 캠코더를 든 이의 머리가 땅에
처박히고 캠코더 속의 장면 또한 멈추게 되는 순간, 관객의 모든 감각과 호흡까지 함께 멈춘다.
이번주 개봉작 [클로버필드(Clover field)]는 [블레어윗치 프로젝트]의 이러한 형식을 100% 차용한
영화다. 단지 귀신의 존재를 거대한 괴물로 바꿔놓았을 뿐, 그 의도나 과정이 완전히 일치하는
카피본 이라고 할 수 있으니 이 영화를 위한 별도의 설명은 필요 없을 듯 하다.
끝까지 정체를 일절 보여주지 않았던 [블레어윗치 프로젝트]와는 달리 사건의 대상을 실제로
보여준다는 점에서는 결정적인 차이가 있긴 하지만 [클로버필드]는 동일한 프로젝트를 10년 간의
축적된 기술과 솜씨로 더욱 세련되고 놀라운 것으로 업그레이드 시켰을 뿐이다.

혹자는 인기 미국드라마(일명 미드) "LOST" 의 제작진 답게 떡밥만 던져놓고 관객들을 혹세무민
한다지만 그건 모르는 말씀이다. [클로버필드]는 "블레어윗치 프로젝트"를 성공시킨 야심찬 천재
영화학도들의 의도를 그대로 빌려왔을 뿐이다. 설명도 없고 결말도 없는 공포의 현장에 우리의
등을 확 떠밀고 한번 같이 소리질러보자는 영악하고 순수한(?) 의도를 싫은 척 하면서 즐겨주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클로버필드]가 경험이 부족하고 마음이 열리지 않은 관객들의 분노를 사는것과
정반대로 전문가 일수록 높게 평가하는 이유는 그런 놀라운 시도와 특출한 형식미에 있다.

극도의 1인칭 시점인 관계로 관객은 캠코더 밖의 보이지 않는 순간들을 상상으로만 그려야 하는데,
이러한 형식은 "눈에 보이는 것과 상상해야 하는 것" 사이를 끊임 없이 왕복해야 하는, 즉 시각과 심상의
쉴틈없는 교차를 강제시킨다. 무엇보다 필자가 "클로버필드"를 좋아하는 이유는 그러한 시각과 상상의
롤러코스터가 등장인물들의 관계에도 적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분명히 영화는 '괴수 재난 블럭버스터'의 내용을 가지고 있지만 흥분을 가라앉히고 가만히 들여다 보면
전혀 얘기는 달라진다. 이 영화는 캠코더가 보여주는 충격적인 광경 보다는 그 캠코더를 들러매고
달려가는 사람들의 모습에 촛점이 맞춰져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감당할 수 없는 외적인 충격으로
인해 등장인물들의 관계는 위태로워 보이지만 실제로는 생각보다 끈끈하고 강하다.

 

죄책감에 사로잡혀 자신을 돌보지 않고 달려가는 남자나, 연인을 잃고도 동지애를 발휘하는 여성이나,
표현 못한 짝사랑의 감정에 안타까워하는 그런 감정들은 설령 스크린, 아니 캠코더 밖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하더라도 그닥 어렵지 않게 공감하고 상상해 볼 수 있다. 급박한 사건 속에서 대부분의 인간들이
느끼는 혼란, 또는 그 속에서 자신의 의도와는 다르게 일어나는, 자신도 평소에 몰랐던 객기스러운 의리나
사랑을 알게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정신이 온전하지 못한 극한의 상황에 몰리면 누군가 죽었다는 사실조차 잠시 잊을 수 있다.
혼미한 상황에 빠져 있던 와중에 어머니의 전화를 받은 주인공이 자신의 입으로 상황을 설명하다가
조금 전 아비규환의 스피드를 이기지 못하고 뒤쳐져 있던 고통스런 기억들이 그제서야 따라붙는 것을
알고는 뒤늦게 울음을 터뜨린다. (필자가 최고로 뽑는 장면은 바로 저 씬이다)

이창동 감독의 말대로, 자신의 경험과 취향을 벗어나면 덮어높고 '이게 뭐야' 하는 요즘의 무지하고
사려얕은 10~20대 관객들의 말은 귀담아 들을 필요가 없다.
영화 [클로버필드]는 비록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할지라도 휙휙 지나가는 풍경과 스릴까지 컨트롤
할 수 있는 민첩한 관객 이라면, 함께 캠코더를 들고 미친듯이 달려볼 가치가 있는 놀랍고 멋진 작품
이기 때문이다.

Filmania cropper


(총 0명 참여)
thesmall
글쿤요   
2010-03-14 21:42
glamstar
공감 ~!!   
2008-02-06 02:09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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