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J. 퀸넬(Quinnell) 의 소설 원작인 <맨 온 파이어>의 동명영화화된
이 영화는 <탑건><크림슨 타이드><에너미 오브 스테이트> 의 토니
스콧 감독에 의해 감각적이고 매력적인 영화로 탄생했다. CIA에서
과거 암살요원으로 활동한채 현재는 알코올 중독으로 과거의 업보를
떨쳐버리지 못하고 살아가는 존 크리시(덴젤 워싱턴)가 그의 오랜
친구이자 동료였던 레이번(크리스토퍼 월켄)을 만나러 찾아 온다.
크리시가 술에 쩔어 과거에 집착하며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하는 것을
안타까워하며 마침 멕시코인 사업가 사뮤엘(마크 앤서니)가 이야기
했던 사뮤엘의 딸 피타(다코타 패닝)의 보디가드 업무를 권유한다.
일을 가지기 원하는 사뮤엘의 권유에 넘어가 멕시코시티에서 피타의
보디가드일을 시작한다. 자신은 결코 치유하지 못하는 상처로 닫혀진
그의 죽어버린 마음의 문을 두드리며 다가서는 생기넘치는 소녀 피타
의 공세에 크리시는 경계심을 가지고 접근을 거부하지만, 결국 점차
동화되어 간다. 영화의 전반부는 크리시가 잃어버린 삶의 의미를
한 소녀를 통해 치유받아 마음을 열기 시작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술로 괴로움을 달래며 자신의 삶의 종지부를 찍기 위해 우발적으로
권총자살까지 시도하지만 불발탄으로 그는 목숨을 부지한다. 총알은
진실을 말해준다는 이야기는 사뮤엘의 행각이 드러나면서 설득력을
가지게 만들어 준다. 닫혀버린 마음을 비집고 그의 얼굴에 웃음을
띄우게 만들어준 피타의 존재는 크리시에게는 과달루페의 성녀와 같은
존재가 되어버린다. 피타는 크리시에게 진심을 보여주고 사심없이
다가서고, 크리시는 그런 피타의 진심에 감화되어 삶의 활력을 찾아
낸 것이다. 술을 입에 대지 않는 시점, 그때 찾아온 영화의 후반부를
향한 하나의 사건은 크리시가 고용된 원인이다.
'남미에서는 시간당 한명씩
유괴되고 그중 70%는 살아돌아오지 못한다.'
본능적으로 분위기를 읽어 피타를 보호하려던 크리시는 최선을
다하지만 피타는 납치를 당하고 정작 자신은 큰 부상을 입고 목숨만
부지하게 된다. 납치범과의 협상결렬로 최악의 상황으로 피타가 죽었
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크리시는 자신의 삶의 의미를 앗아간 모든 이들
에 대한 응징을 피타의 엄마 리사(라다 미첼)에게 맹세한다. 과거의
업보에 괴로워하던 자신을 빛의 세상으로 꺼내준 유일한 판도라의 상자가
부서진 순간의 분노는 전쟁을 위한 방아쇠를 당긴다. 피타의 납치와
관련된 인물들을 찾아가 복수하는 그의 모습속에 담긴 강도높은 복수는
피타의 상실감의 의미를 깨달을수 있게 만든다. 복수를 통해 눈물을
흘리는 크리시의 복수가 정점에 다다른 순간, 크리시는 죽은 줄 알았던
피타가 살아있음을 알게 된다. 피타에 의해 삶의 의미를 되찾은
크리시의 삶, 그는 기꺼이 자신의 과달루페의 성녀가 되어준 피타를
위해 자신의 목숨으로 거래한다. 범죄와 액션의 장르적 성향을 띄면서
정작 드러내고 있는 것은 드라마적 요소가 가득한 휴머니즘이다. 밝고
총기 넘치는 백인소녀와 사람의 목숨을 수없이 빼앗은 경력의 성인
흑인남성의 따뜻한 교감과 동화되어 가는 과정은 흑백의 성향적 느낌을
통해 더 절실하게 느껴진다. 따뜻한 눈물 한방울 흘릴수 있는 매력적인
영화임을 더 말해서 무엇하랴!? 누구에게나 자신에게 추천할수 있는
여운을 남기는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