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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쉽지만 가능성이 보였다 궁녀
madboy3 2008-01-30 오후 9:26:24 2461   [3]

조선시대의 성지 궁에서 임금에게 모든걸 바치며 궁내의 잡일을 도 맡아했던 궁녀들을 둘러싼 미스테리 극.

 

영화나 TV사극에서 주연은 거의 못하는('대장금'빼고) 궁녀들을 전면에 내세우며 뭔가 베일에 쌓인 집단을 들춰내겠다는의 홍보를 하며 적잖이 관심을 끌었던 영화다. 사극에선 빠질 수 없는 존재이기에 알만큼 알고 있다는 궁녀들의 모습은 사실 그리 비중있게 다뤄진적이 없기때문에 이런 점 또한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 했을지도 모른다. 물론 내 호기심도 좀 자극했다.

 

조선시대 어느날 희빈(윤세아)의 시중을 들던 궁녀 '월령'(서영희)가 목메달아 자살한다. 월령의 시신을 검안하던 내의녀 '천령'(박진희)은 월령의 죽음을 자살이 아닌 타살로 주장한다. 위에선 이를 조용하게 넘어가기 위해 자살로 덮어두려하자 천령은 독자적으로 사건의 진상을 조사하기 시작한다. 조사과정에서 지청과 욕심, 권력을 얻기 위한 음모들이 밝혀지는데...

 

영화는 그간 남성들의 대표적인 욕망이었던 권력에 대한 욕망을 여성으로 넘기며 궁안의 대표적 몸종으로 치부됐던 궁녀들의 권력에 대한 야망을 보여준다. 위계질서가 분명한 계급 조직의 생존방식은 남보다 위에 있는 것이라는건 당연하다. 그 윗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아니면 그 윗자리에 있는 사람을 곁에 두기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건 누구나 같다. 그런 인간의 욕심을 감독은 항상 고개 숙이고 다녔을 것 같은 '궁녀'들을 통해 그 모습을 보여준다.

 

영화는 내내 궁녀의 엄격한 규율을 보여준다. 남의 것을 훔치면 손목을 잘라 내쫓고, 남자와 관계를 맺으면 그자리에서 극형에 처한다. 이런 엄격한 규율로 통제받고 사는 궁녀들에게도 인간의 본능인 욕심이 왜 없을까. 영화 초반의 임금과 희빈(이었나...)의 교합장면에서 문밖에 있던 기밀상궁이 문틈으로 그 모습을 훔쳐보며 그 행위를 따라하는 장면은 그부분을 잘 보여준다.

 

임금에게 모든걸 바쳤기에 죽을때까지 욕망을 감추고 살아야하는 궁녀들을 통해 인간의 욕망은 어쩔 수 없음을 여러 모습으로 보여준다. 죽은 월령의 시신을 처음 발견하고 그녀의 노리개를 훔친 '정렬'(전혜진)을 통해 물건에 대한 탐심과 권력에 대한 욕망을 보여준다. 하지만 그녀는 그 넘쳐나는 욕망을 주체하지 못하고 미쳐버리고 만다. 또 수방 궁녀인 '옥정'을 통해 임금에게 그 몸을 바쳐 다른 남자와는 사랑해서는 안되는 규율을 어기고 사랑하는 사람을 못잊는 모습을 보여주며 감출 수 없는 욕망의 모습을 보여준다.

 

감독은 여성감독이지만 하드한 장면이 좀 많이 있다. 살과 손톱사이에 바늘을 꽂는다던가, 단두대로 손목을 자르고, 목을 따고, 살에 바느질을 하는 등 보기만해도 움찔움찔한 장면이 많이 있다. 욕망의 끝은 이처럼 잔혹하다라는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일까. 사실 이런 장면이 불필요하진 않은 장면이다. 전개상 필요한 장면이 적절하게 쓰였다. 다만 화면 자체가 보기 힘들었을 뿐이지.

 

하지만 위처럼 잔인한 장면이 있는가 하면 美가 돋보이는 장면도 있다. 우선 영화의 전체적 색감이 약간 어둡지만 편안한 느낌이어서 왠지모를 단아함이 느껴진다.(나만?) 그리고 희빈이나 다른 중전들의 분장과 그녀들의 방 등을 화려하게 꾸며놔 조선시대의 美를 살렸으며, 특히 영화의 클라이막스인 '쥐불이 글려' 장면은 대규모의 엑스트라 궁녀들이 나와 그 배열과 또 그 의식의 모습을 통해 남성감독은 힘든 여성감독만의 美적 센스와 감각을 보여준다.

 

영화의 내용만을 놓고 본다면 범작이상의 작품이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나서 낚였다는 기분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왜 그런지를 설명하면 스포일이 나올 수 있으니 밑에 부터는 각별히 신경쓰시길)

 

영화는 궁중 미스테리를 다뤘다. 뭐 그건 그렇다 치고 영화는 내내 천령의 조사과정을 뒤따라 가면서 사건의 실마리를 풀듯 풀듯 아슬아슬하게 전개한다. 그 과정에서 치정과, 권력에 대한 욕망을 알게 되고 사건의 범인이 누구인지 밝힐듯 말듯 하면서 보는 사람도 누구인지 알듯 말듯하게 전개되지만 영화 중후반부터 급작스럽게 영화는 스릴러가 아닌 호러물이 되어간다. '이거 스릴러 아냐?'라는 생각이 계속 맴돈다. 이러다 마지막에 모든게 다 설명 될 줄 알았다. 왜 잘가다가 막판에 가서 초자연적 존재를 집어넣었을까. 나의 모든 추리가 엉망이 되버렸다. 과연 이 이야기를 어떻게 결말 지을까라고 생각해왔던 내 뒷통수를 쎄게 때렸다. 이게 반전이라면 반전인 것일까...

 

사실 인간이 꾸민 음모라고 보기엔 너무 사건을 꼬아놓긴 했고, 중간중간 초자연적 존재를 보여주긴 했지만 그것이 실제라고는 생각 안했는데... 거기에 초자연적 존재도 설득력이 부족했던 걸까. 나는 이해가 안는 점이 몇가지가 있긴하다. 사실 의도적이라고 생각하지만 후반부의 장르 급변은 당황스러웠다.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천령. 그녀는 사건의 제3자로 직접적인 연관은 없지만 그 인물들간의 관계에 얽혀있어 사건에 집착하게 된다. 가장 정의감에 넘치는 캐릭터다. 박진희는 그런 천령역을 잘 소화해낸다. 외모적으로도 잘 어울리는듯하다. 대부분의 주연들이 캐릭터를 잘 소화해낸다. 특히나 정렬역의 전혜진은 미친연기를 제대로 해내는데 그녀가 예전 드라마 '은실이'에서 '은실이'라는건 나중에 알았다. 은실이 괴롭히던 은채역의 강혜정도 뜨고, 은실이 이제 뜨려나.

 

반면에 사극에선 언제나 큰 인물로 한 카리스마와 큰 비중을 차지하는 주상전하는 <궁녀>에선 거의 대사있는 엑스트라 급이다. 그의 경력이 무색할정도로 별로 비중없는 왕으로 나오는 '김학선'. 원래 그런 컨셉인걸까. 카리스마도 없고 별로 왕같아 보이지도 않는다. 대비마마의 치마폭에 둘러싸인 능력없는 왕이긴한데 거의 찬밥신세다.

 

영화의 분명한 메세지 전달력이나 구성, 연출 등은 범작 이상의 수준이지만 그 낚였다는 기분 만큼은 어떻게 할 수가 없다. 초자연적 존재의 힘을 빌리지 않은 인간의 음모로만 꾸며진 스릴러였다면 정말 좋았을텐데... 많이 아쉽다. 하지만 김미정 감독의 많은 가능성이 보인 데뷔작이니 다음 영화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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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쿤요   
2010-03-14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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