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회를 보러 가기 전, 걱정을 많이 했다.

예고편만 보면 그럴싸한데 막상 예고편이 보여줄 내용의 전부인 영화들이 몇몇 있었기 때문이다.

김태희 주연이라는 것도 껄끄러웠던 것이 사실이다.

김태희는 누구나 손꼽는 미녀 스타지만 사실 연기면에서는 손을 들어주기 어려운 배우였다.

사실 감독은 누군지도 모르고 갔다.

같이 간 친구가 연애시대가 어쩌고 했지만, 드라마를 보지 않는 나로서는 관심 밖이었고 그냥 그런가보다 했을 뿐.

아니나 다를까,

시작 부분부터 상투적이고 호소력 없는 대사로 10여분 동안 그들의 짧은 연애시절을 보여주더라.

김태희 연기가 많이 늘었다고 누가 그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몰입이 안되었고

설경구 역시 버거워보이기는 마찬가지였다.

소심하다는 설경구의 배역은 소심하다기보다는 신경질적이었고,

광고에서나 본 김태희는 목소리가 왜 그런지, 우는 건지 웃는 건지 알 수 없는 모습으로 악만 써댔다.

본론으로 들어가는 과정이 정말 지루했다.

왜 싸우는가? 죽기 직전까지 갈 정도로. 물론 간략한 설명이 나온다.

그정도로 그렇게 싸우나? 물론 그럴 수도 있겠지. 하지만 공감이 안 간다.

심정적 공감이 갈 만큼 충분하게 관객을 설득하지도 못하고(차라리 생략하려면 과감하게 하던가)

지리하게 이야기를 끌고 가다가 막상 본론으로 들어갔나 싶으면 예고편에서 보여준 몇 장면의

싸움 장면만 나오고 다시 평이한 이야기로 돌아가고...

영화 보기 전에 장미의 전쟁이나 미스터 앤 미세스 스미스, 넓게 잡아 브레이크업과 같은 영화와

비슷한 류라고 생각했지만... 글쎄, 비교가 되려나 모르겠다.

우리 나라 코미디 영화를 비꼬는 말로 종합선물세트라고 하는데,

이 영화는 그 말에 거의 딱 들어맞는다(단지 감동이 없을 뿐).

화끈하게 싸우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드라마틱하게 이야기를 전개하는 것도 아니고

주인공 띄워주기식의 싸구려틱한 조연들과 억지 웃음을 자아내게 하기 위한 유치찬란한 설정들,

특정 직업에 대한 몰이해로 비롯된 희화화와 중간중간 삽입되는 의미도 알 수 없는 장면들,

굳이 필요도 없는데 우매한 관객들이 이해하지 못할까 걱정하며 끼워 넣은 사족들이

이 싸움이란 영화에 그리 좋은 평가를 내리지 못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