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나홍진 감독이 이렇게까지 뛰어난 데뷔작을 완성하리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물론 전작들인 단편 <완벽한 도미요리>는 상업적인 리듬감이 뛰어난
작품이긴 했지만 너무 이야기가 빈약한 것 같았고
<한>은 촬영에만 공들여 너무 힘이 들어간 작품 같아 보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가 장편을 만나면서 제대로 된 물을 만난 것 일까?
큰 물고기는 큰 물에서 놀아야 한다는데
나홍진 감독에게는 장편상업영화판이 아마 그럴 것 같다.
그만큼 근래 들어서 최동훈 감독의 데뷔작 이후에
신인감독으로서 이렇게 통찰력있고 리듬감이 뛰어난 데뷔작을
완성해낸 한국영화계의 새로운 추격자! 나홍진 감독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언론에서 이야기 했던 <살인의 추억>과 닮아 있다는 이야기...
<살인의추억>과 닮아 있냐고?
그렇다.
잡히지 않는 범인에 대한 분노 그리고 무능력한 경찰에 대한
권련의 개가 되어서 눈치보기 바쁜 그런 것에 대한 분노
<살인의 추억>이 미해결사건을 원작으로 했다면
<추격자>는 세간을 떠들석하게 만들었던 유영철 사건을 모티프로 하고 있다.
이 영화는 아예 대놓고 경찰을 조롱하는 영화다.
<살인의 추억>과 시대와 환경만 다르다 뿐이지
무능력한 경찰과 암울한 시대상을 이야기하는 것은 비슷해보인다.
<추격자>에 나오는 이 살인범은 대체 어떻게 나온 것인가
IMF 이후 밀레니엄 시대를 지나 보도방이 성행하고
하늘속에 빌딩은 치솟아 오르고 권력자는 끊임없이 하이에나처럼
돈을 긁어모으는 곳 바로 그게 현재 우리나라 도시의 모습이 아닐까?
어느곳이나 모텔과 안마방 노래주점이 끊임없이 성행하는 곳
결국 <추격자>에 나오는 바로 이 갈기 갈기 찢어 죽여도 시원찮을
살인범은 추악하고 추악한 저 높으신 권력가들과 재산가들
그리고 서로를 믿지 못하고 불신의 시대가 되어버린 바로 현재의
모든 시궁창에서 쏟아져 내려나온 창조물인것 같다.
바로 우리들이 만들어낸 추악한 얼굴의 단면이
이 쫒고 쫒기는 살인범과 이를 쫒는 추격자의 얼굴이 아닐까?
또한 이 영화는 해리슨 포드의 액션수작 <도망자>가 생각나기도 한다.
<프리즌 브레이크> 같은 형태이기도 할 것이다.
범인을 쫒아야하는데 오히려 자기가 형사들에게 쫒기는 주인공의 상황을
지켜보면 관객들은 아이쿠! 저 무능한 형사들! 저러면 안되는데 안되는데 하고
외치게 될 것 이다. 왜냐 우리들은 진실이 무엇인지를 알고 있으니까...
영화는 그런 감정이입을 잘 유도한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끝가지 장르적 쾌감을 따르진 않는다.
아마 영화를 끝까지 보시면 알게 될 것이다.
과히 이런 부분에서 나홍진 감독의 두둑한 밀어부치는 뚝심이
오히려 놀라웠다.
<추격자>는 밤의 하이에나처럼 음산하게 도시의 이미지와 인물들을
추격한다. 이 영화야말로 정말 세기말적인 영화같아 보인다.
우리가 이런 사회에 살 고 있다는 것 똑똑히 기억이라도 하라는 듯이
망치로 강하게 후두부를 강타하는 영화
비록 그리 흥행성이 강해보이지 않는 단점을 가지고 있기도 하지만
근래 보기드문 사회성 강한 진짜배기 스릴러 영화가 나왔다는 점이
반갑다. 아직 한국영화계는 죽지 않고 열심히 달리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에
이 영화가 안겨주는 우리 사회의 분노 마음껏 풀어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