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소 실망적인 모험
있을 건 다 있는데 감동, 스릴, 재미가 없다
나침반의 바늘이 세계의 질서를, 사람의 마음을 읽는다. 천방지축 소녀 라라(다코타 블루 리처드)의 북극 모험기를 그린 영화 <황금나침반>은 성장영화다. 지붕에 올라가 놀거나 집시들을 놀라게 하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모르던 소녀가 진실을 알려주는 황금나침반과 다른 세계의 존재를 암시하는 더스트를 알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이 주요 스토리다. 사람의 영혼을 가시적으로 형상화한 데몬, 갑옷을 입은 백색의 곰, 하늘을 나는 헥스족 등은 라라의 모험을 위한 판타지적 요소.
하지만 영화는 다소 실망적인 모험을 보여준다. 크리스 웨이츠 감독은 500여 페이지의 소설 속 사건을 나열하기 바쁘고, 작품의 배경, 종족의 생활방식, 캐릭터의 감정 등은 모두 수박 겉핥기 식으로 흘러간다. 시각적인 판타지도 기대 이하다. 모던한 부티크를 연상시키는 콜터 부인의 방이나 유선형의 체펠린 비행기는 인상적이지만 전체적으로 각각의 요소는 어울리지 못한다. 특히 사람 옆을 항상 따라다니는 동물 형상의 데몬은 시각적인 임팩트가 크지 않은데 이는 데몬과 사람의 상호작용을 효과적으로 잡아내지 못한 연출의 탓이기도 하다. 소설이 제시하는 다양한 종족, 국적 불명의 배경을 영화는 텍스트대로만 묘사할 뿐 이를 하나의 톤으로 잡아내지 못한다.
당연하게도 이 영화는 1편보다는 예정되어 있는 2편, 3편에 더 관심이 가는 영화다. 그런데도 워낙 1편에 대한 평이 안 좋아 실제 2편, 3편으로의 제작이 연결될지는 미지수. 니콜 키드먼, 다니엘 크레이그, 에바 그린 등 유명 배우들이 여럿 출연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다지 빛을 발하고 있진 못하다. 오히려 <레지던트 이블> 시리즈의 밀라 요보비치 느낌이 나는 라라 역의 아역배우 다코타 블루 리차드의 다음 행보가 기대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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