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격자를 보고 왔습니다.
일단 결론을 말하자면, 기립박수를 쳐주고 싶은 영화입니다.
연출, 연기, 각본 모두가 흡잡을데 없을만큼 거의 완벽에 가깝습니다.
정말 제대로 된 스릴러라는거, 본사람들이라면 다들 인정할겁니다.
영화가 늦은 시간에 끝났는데, 함께 나오는 사람들 신경이 모두 곤두서서 조그만 소리나 침침한곳에 예민한 반응을 보이더군요.
그리고, 여자들은 한 한달정도는 혼자서 밤길 못다니게 만들 정도입니다.
영화평을 좀 하자면,
일단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재구성한것이긴 하지만, 뻥은 뻥인겁니다.
너무 허구에 집착하지들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경찰은 무엇을 하고 있었나?
네, 그렇습니다.
영화가 끝난후 다들 이런 생각을 가지게 되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빙고!
감히 말씀드리자면, 이 글을 읽고 공감하는 당신도 감독의 의도에 그저 놀아난것 밖에는 되지 않습니다.
물론, 실제 유영철을 잡은것은 정말 포주였습니다.
하지만, 이제 물어봅시다. 경찰이 정말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았을까요?
포주들이 자기 재산인 아가씨들 몇이 실종되서 유영철을 추격, 체포했기 때문에 포주는 정의의 편이며, 경찰은 악의 축인가요?
여기까지 공감하지 않는 분들은 더 이상 글을 읽지 않으셔도 좋습니다.
제 생각은 반대로 흘러갈거거든요.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경찰은 분명히 노력했습니다. 아마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 모두 그것을 부인하지 못할것입니다.
하지만, 지영민이 풀려난 이유는 무엇입니까?
네, 증거불충분.
이 제도에 대해서는 왈가왈부할게 못됩니다.
이것은 분명히 우리의 인권을 위해서 필요한 제도입니다.
하지만, 영화에서도 보여주듯이 이러한 제도에는 크나큰 모순이 있습니다.
인권이냐? 수사냐?
결국 위와같은 질문에 와닿게 됩니다.
우리는 우리의 인권을 포기할수 없고, 절대 포기되어서도 안됩니다.
그건 우리 아버지세대가 몇십년을 투쟁해서 겨우 얻어낸 것입니다.
그렇다면 수사는?
영화에서 보신것처럼 경찰은 우리의 인권에 관한 법률때문에 많은 제약을 받고 있을것입니다.
수사영장이라든지, 증거 제시라든지..
이외에도 현장에서 뛰는 분들은 더 많은 제약을 받고 있겠지만, 제 지식이 딸리니 그 이상은 알수 없군요.
국민의 인권에 의해 수사는 제약을 받고 있고, 그 제약은 진짜 사건수사를 더디게 만듭니다.
어떻습니까? 둘다 포기할수 없는 것들입니다.
그렇다면, 제도의 모순점을 바로잡는 방향으로 가야한다는 결론이 나오는거 아니겠습니까?
고작 영화 한편을 보고 열심히 일하는 대한민국 모든 검/경찰을 무작정 욕할수는 없는것입니다.
(물론 그들의 비리는 공공연히 있을것이므로 거기에 대해서는 마땅히 비판을 받아야 합니다.)
사형제도는 필요한가?
그렇죠? 아마도 마지막 장면에서 전직형사인 '포주' 중호가 망치를 치켜들고 지영민을 내리치려 할때, 미진과 딸래미의 얼굴이 겹쳐지고, 그저 구속되면 진실된 심판은 물건너 가는거라는 생각이 지배적일 것입니다.
저또한 사형제도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만들었으니까요.
그렇다면 사형제도는 과연 없어져야 할까? 존속되어야 할까?
어떤 한개인의 생명을 타인이 마음대로 놓고 주무르는것,
결국 보복에 그치는것 아닌가요?
여기에 대해서는 제가 확실하게 뭐라할 수 없네요.
하지만 친절한 금자씨를 보신분은 아시겠지만, 그 복수란건 결국 또다른 살인일 뿐입니다.
사형제도는 논란의 여지가 많습니다.
제 생각은 그저 어떤 사람의 목숨을 그의 죄로 인해 빼앗는다는건, 법의 이름하에 복수하기 위한 살인일 뿐이라는 겁니다.(만일 피해자 유가족들이 이글을 보신다면 죄송합니다. 그저 제 의견일 뿐입니다.)
구성
영화 전반적으로 감독이 의도적으로 삽입한게 분명한 '김미진'과 그의 '딸'에 대해 생각해 봅시다.
이 영화와 많이 비교되고 있는 살인의 추억에서는 피해자들 자체에는 조명을 주지 못하죠.
추격자에서는 피해자는 김미진으로 설정 되어 있으며, 혼자 남겨진 그녀의 딸을 보여주면서, 그리고 영화의 끝까지 살아서 탈출을 시도하면서 보는 이로 하여금 '꼭 살았으면'하는 바람을 가지게 합니다.
피해자의 역할은 추격자에서 더 완벽했다고 볼수 있겠죠?
또한, 영화속에서 미진의 딸은 돈에만 급급한 중호를 변화시키는 역할을 해내기도 합니다.
이렇게 '꼭 살았으면' 하는 바람이 극에 달했을때 - 미진이 결국 탈출에 성공했을때 - 영화는 우리의 기대를 뚝! 끊어버립니다. 그럼으로써 모든 분노를 지영민에게 몰입시킬수 있게 만들지요.
아, 뭐 기대심리가 무너진데 대한 반감 정도 될까요?ㅎㅎ
사실 감독의 입장에서 미진을 살리고 관중들의 기대심리를 채워주는것 보다 그 기대를 꺾고 새로운 상황을 만들어 버리는게 더 효과적이었겠죠. 당연한 선택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안타까움은 어쩔수 없네요.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서 미진이 살아나고 경찰이 그상황에서 지영민을 잡아버리는 '권선징악형' 이었다면, 아마 이렇게까지 호응을 얻지 못했을겁니다.
지금까지 영화 전반에 걸쳐 해왔던 공권력에 대한 비판이 일순간에 물거품이 되고, 스릴과 서스펜스가 무너지며, 범인을 쫓던 엄중호는 바보되는거고,ㅋㅋ 새로운 양상을 보이지 못하는 뻔한 영화가 됐을테니까요.
영화속에서 똥테러를 당하던 서울시장은 공권력에 대한 비판의식을 풍자적으로 보여줍니다.
또한 주인공들이 처한 '살인'이라는 상황과 대비되어 무엇이 중요한지를 생각하게 만들고,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미진의 생명에 더욱 집착하게 만드는 역할을 해냈다고 생각합니다.
다소 삽입된듯한 느낌이 많이 들었지만 충분히 매끄럽게 지나갔고, 오히려 효과는 극대화 된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영화 곳곳에 있는 추격씬은 정말 생생하고 적절한 스릴감을 느낄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연기
이미 타짜에서 아귀역으로 인정을 받은 김윤석씨에 대해선 더이상 뭐라 할말이 없습니다.
정말 이것보다 엄중호란 배역을 더 잘 표현할수 있을까 싶을정도로 우리를 배역에 몰입하게 만들었으니까요.
제가 놀란건 하정우씨!(솔직히 저는 하정우란 배우를 이 영화에서 처음 봤습니다)
영화속 취조실 생각나시나요? 심리학자인지 정신분석가인지 뭐 검사인지 모르겠는데 뚱뚱한 아저씨가 와서 '너 고자지?' 하면서 살살 약올릴때, 지영민의 그 쏘아보는 눈빛!
기억 나십니까? 생각만 해도 소름이 끼칩니다.
길에서 만나면 도망 가야될것 같을 정도로, 인상이 강하게 남았습니다.
그 장면 외에도 정말 제정신이 아닌 살인마를 스크린에 그대로 재현해 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그의 연기는 훌륭했습니다.
아니, 이 영화에 등장하는 모든 사람들의 연기가 훌륭했습니다.
연극영화과 지망생으로써 가슴뛰는 영화가 아닐수 없네요.
종합적인 평을 내리자면 처음에 언급한것 처럼, 연기, 각본, 연출 모두 완벽에 가깝습니다.
앞으로도 이런 영화 많이 만들어 주셨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