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몽>을 보았다. 제대로 된 SF 영화가 아직은 보여지지 않은 국내 영화시장에서 <천사몽>의 등장은 그래서 더더욱 기대를 부풀어 오르게 하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정작 뚜껑을 열어보니, 기대에 만만치 않은 우려가 현실로 드러났음을 알게 되었다. 많은 양의 CG를 가미했다지만, 그조차 함량미달임은 모두 확인했을 것이다. 그러나 헐리우드처럼 탄탄한 초석이 갖추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이러한 SF 영화의 시도는 그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걸음마도 제대로 못하는 어린아이에게 뛰어보라고 주문하는 것은 너무 무리한 요구가 아닌가 싶다. 이러한 시행착오들이 차곡차곡 쌓여야만 우리도 그럴듯한 SF 영화의 탄생을 목격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천사몽>을 시발점으로 여러편의 SF 영화가 기획되고 제작될 것으로 알고 있다. 그들 또한 <천사몽>의 예를 바탕으로 더 좋은, 한층 발전된 영화를 탄생시켜야 할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정말 한국영화의 발전을 생각하는 진정한 영화팬이라면, 적어도 애정을 가진 비판을 다들 해 주었으면 한다. 아직 우리 SF 영화의 수준이 이정도라는 것을 인정하고, 더 좋은 방향으로 나갈 방법을 찾아보는 것이 영화제작을 하는 사람들이나, 영화팬들이나 할몫이라고 생각한다. 이미 <천사몽>은 보여지고 있다. 이제는 애정어린 시선과 냉정한 비판만이 남았다고 생각한다. <천사몽>의 감독처럼 새로운 시도들이 이러한 계기로 더욱 생성되기를 마지막으로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