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검색
검색
 
오래된 정원 오래된 정원
sungmo22 2008-03-05 오후 5:26:43 2121   [13]

영화 ‘오래된 정원’을 봤다. 나는 감독의 이름도 잘 모른다. 다만 내가 좋아하는 광화문에 자리한 예술영화관 ‘시네 큐브’에서 개봉한 황석영 원작의 소설을 영화화 했다는 사실만 알고 있었다. 영화가 시작되자마자 나를 당황케 하는 것은 그 이유와 정체 모를 나의 눈물이었다. 쥐어짜는 그런 것이 아니라 편안하게 흐르는 눈물이 끝날 때까지 계속되는 그런 영화였다. 슬퍼서 만이 사람이 울까? 옆자리의 와이프도 일행도 모두 같았다.

원작 소설과도 또 다른 새로운 영상과 시각으로 우리의 80년대를 그리고 현재를 담담하게 이야기해주는 영화였다. 한 편의 영화가 이렇듯 가슴을 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가끔 서구의 영화에서 느끼던 잘 만들어진 구성과 연출, 배우들의 열연, 기막힌 영상이 어느 정도 그랬었다. 하지만 그것들은 그만큼의 거리가 있는 다른 나라의 감성과 이야기라는 한계가 있었다.

영화 ‘닥터 지바고’는 인류의 보편적인 감성을 표현한 것인 만큼 전 세계인이 공감하는 감동의 이야기지만, 우리의 이야기는 아니었다. 아니 감동이 큰 만큼 마치 서구의 화려한 궁전과도 같이 가슴 속 밑바닥까지 다가오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우리 것만이 가슴에 와 닫는다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마치 그것은 누구나 매일 먹는 김치나 된장이 그저 그래서 쳐다보지도 않다가 어느 날 정말 제대로 된 맛을 내는 것을 발견했을 때의 감동 같은 거다.

 제대로 된 우리의 이야기가 좋은 연출과 훌륭한 배우를 만나서 빛을 발하는 정경은 우리를 감동시킨다. 80년대는 우리의 겨울이면서 봄이었다. 어둠이 깊어가는 산골의 겨울과도 같은 스산함이 넘쳐 있었지만, 저 산 깊은 곳에서 새로운 순이 돋아나는 때였다. 당시의 그들은 한갓 20대의 청춘이었다. 그들이 짊어지고 가야했던 짐들은 60년대, 70년대의 젊은이들과는 또 다른 가혹한 것이었다. 지금의 젊은이들과도 다르다.

그들은 ‘젊은이 젊은 놈들’이라는 청년문화의 선두에서 낭만적이기까지 했던 6-70년대의 세대와는 다른 죽음의 그림자가 늘 함께했던 시대 속에서 산화한 세대들이다. 그들은 시민문화운동의 여명을 열었고, 그 열기는 붉지 않고 검은 색이었다. 우리는 안다. 그 검은 색은 영광이며 동시에 좌절이었음을.

종합예술이라는 영화의 힘은 가끔 이렇게 전신을 뒤흔든다. 이 영화는 2007년 새벽의 편안하지만 마음을 흔드는, 새벽잠을 깨우는 눈밭에서 들리는 종소리 같은 것이다. 이 작은 영화는 시끄럽고 말도 많은 우리 대중문화예술의 현주소를 담담히 그러나 자랑스럽게 보여주는 것만 같다. 나는 지금 그 영화를 음미한다.


(총 0명 참여)
thesmall
글쿤요   
2010-03-14 21:42
1


오래된 정원(2006)
제작사 : MBC 프로덕션 / 배급사 : 롯데쇼핑(주)롯데엔터테인먼트
공식홈페이지 : http://www.theoldgarden.co.kr
공지 티켓나눔터 이용 중지 예정 안내! movist 14.06.05
공지 [중요] 모든 게시물에 대한 저작권 관련 안내 movist 07.08.03
공지 영화예매권을 향한 무한 도전! 응모방식 및 당첨자 확인 movist 11.08.17
67294 [오래된 정원] 오래된 정원 st0helena 08.04.25 1981 1
현재 [오래된 정원] 오래된 정원 (1) sungmo22 08.03.05 2121 13
62412 [오래된 정원] 왠지 슬퍼요 (1) kwyok11 08.01.01 1194 1
56560 [오래된 정원] 임상수 감독이 돋보인다. choimy84 07.08.12 1275 7
55471 [오래된 정원] 그들만의 오래된 정원.. (1) ehgmlrj 07.07.30 1322 1
54585 [오래된 정원] 배우들의 열연이 돋보였던 영화로 감동적이다. (1) kpop20 07.07.09 1190 2
50561 [오래된 정원] 오래된정원 (1) francesca22 07.04.16 1663 5
50324 [오래된 정원] 임상수식 시니컬함으로 들여다 본 과거의 흔적들... (2) ldk209 07.04.10 2599 28
49771 [오래된 정원] 원작보다 못한...그래도 볼만한...그러나 아쉬운 영화... (1) joynwe 07.03.25 1724 4
48490 [오래된 정원] 그냥 한 역사영화 tndus9267 07.02.15 1515 5
48154 [오래된 정원] 너무나 잔잔한게 문제 HRJ95COMF 07.02.09 1343 4
47543 [오래된 정원] 잘 살았다고 해서 정직하게 살았다고 해서 행복하게 산 것은 아니다. silverhana 07.01.29 1250 4
47518 [오래된 정원] 너무나 잔잔하다. ex2line 07.01.29 1259 2
47504 [오래된 정원] 그 시대를 살아보신 분이라면... purpu 07.01.28 1210 6
47186 [오래된 정원] 공감대 형성 bk840310 07.01.24 1065 1
47121 [오래된 정원] 외국인에게 보여주고 싶은 영화 hrj95 07.01.23 973 4
46760 [오래된 정원] [오래된정원]그 시절의 한 단편.... (1) haveinview 07.01.17 1088 1
46731 [오래된 정원] 데스노트보다낭만이야 (1) doogy1014 07.01.17 967 3
46508 [오래된 정원] 오랜 기다림 속 '희망'과 '화해'의 이중주 nugu7942 07.01.15 1262 4
46365 [오래된 정원] 80년대의 묵시록 MCHH 07.01.11 1074 0
46310 [오래된 정원] 오래된 정원 : 지난 그 때 시절과 현재를 아우르는 영화 mrz1974 07.01.10 1044 1
46209 [오래된 정원] 내놔라 내 강탈당한 (1) redface98 07.01.09 1222 6
46191 [오래된 정원] 오래된 정원으로 다시 간다면 (1) sspak 07.01.08 979 3
46172 [오래된 정원] 이해하기엔 어려운 영화 (1) qufxod 07.01.08 987 0
46162 [오래된 정원] 시위와 로맨스는 만나기 어려웠다 griwer 07.01.08 903 0
46150 [오래된 정원] 너무 사랑해서, 너무 사랑해줘서 미안해... songcine 07.01.08 1007 3
46122 [오래된 정원] 억울한 17년!! 그들의 젊음엔 미래가 없었다!! (1) clublee 07.01.07 932 0
46099 [오래된 정원] 이거 뭔가..... (1) sbkman84 07.01.07 988 2
46091 [오래된 정원] 도대체 정의가 뭐길래, 왜 그랬니 다들? (1) harpys 07.01.07 914 1
46089 [오래된 정원] 신나게 사는게 미안했던 시대- dkfkdtngh 07.01.06 815 3
46074 [오래된 정원] 행복한 게 비겁한 건가요? (1) jimmani 07.01.06 1004 0
45959 [오래된 정원] 벅차오르는 무언가가....!! (2) harpys 07.01.04 1230 5

1 | 2




1일동안 이 창을 열지 않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