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버셜 솔져><인디펜던스 데이><투모로우>의 롤랜드 애머리히 감독의
회심의 역작이 될줄 알고 기대감이 충만했던 만비씨는 기원전 1만년의
시대를 배경으로 가상의 고대문명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맘모스
의 사냥장면과 스밀로돈(검치호랑이)과 주인공 들레이(스티븐 스트레이트
)의 대면 장면, 그리고 포루시드하시드 일명 식인새와의 긴장감 어린
쫓고 쫓기는 신등으로 예고편만으로 큰 기대감을 충족시켜 주었다. 하지
만 예고편의 덫은 실로 영화의 모든 실체가 예고편에 담겨있음을 인지
하지 못한 우둔한 관객의 시선으로 영화를 관람하게 만들었다. 장중한
나래이션이 흐르지만 기원전 만년전이라는 시대적 배경에 대한 언질은
보이지 않고 한 부족의 이야기부터 시작한다. '마낙' 이라고 호칭되는
맘모스를 사냥하는 작은 부족과 위대한 어머니로 부르는 주술사의 예언
, 그리고 푸른 눈을 가진 히로인 에볼렛(카밀라 벨)과 예언의 주인공인
영웅인 들레이가 모습을 드러낸다. 들레이의 아버지인 부족장이 부족을
배신하고 떠나는 배경과 함께 부족장이 소유하는 하얀 창을 두고 맘모스
사냥에 나서는 씬부터 기대에 어긋난 씬들로 가득하다. 맘모스를 사냥
하는 씬은 웅장하고 스펙타클한 느낌을 가미했지만 실상적으로 긴박감
넘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다. 허무하게 스러져 버리는 맘모스 사냥은
예고편에서 보여주었던 박진감을 느끼기에 다소 무기력하게 만든다. 영화
초반의 주요한 부분인 맘모스 사냥의 실망감을 만회할 부분을 영화 중반
의 포루시드 하시드와의 쫓고 쫓기는 긴박감 넘치는 씬을 기대하면서
넘어갈수 있었다. '네발 가진 악마' 의 예언이 실현되고 침입자들이
나타난다. 이 부분에서 예전에 보았던 영화 한편을 떠올리게 되는데
멜 깁슨 감독의 마야문명의 이야기를 다루었던 아포칼립토가 떠오른다.
아포칼립토의 표범발의 이야기를 기억하고 있다면 스토리가 상당히
흡사한 느낌을 받을수 있을 듯 하다. 그리고 이어지는 이야기 전개는
상당히 지루하고 장황한 나레이션과 더불어 다큐멘터리식 화면구성이
눈에 띄인다. 이 부분은 반지의 제왕의 원정대가 여정을 오르는 모습을
떠올리게 만든다. 하지만 기대감을 충족시켜줄 씬을 기대하면서 히로인을
비롯한 부족의 사냥꾼들을 납치해 간 노예사냥꾼들을 추격하는 야갈부족
의 틱틱(클리프 커티스)과 들레이, 카렌등의 이야기를 주목했다. 어느덧
긴장감 어린 구출 씬과 함께 식인새가 등장했다. 이 부분은 정말 주라기
공원의 랩터들이 등장하는 씬을 연상케 한다. 긴장감을 안겨줄 듯 줄다리기
를 벌이지만 결국 금방 사그라들어 버린다. 난잡하면서도 설득력을 주기에
다소 부족한 화면 구성과 앵글이 두번째 실망감을 안겨준다. 그리고
검치호랑이, 일명 스밀로돈과의 들레이의 대면과 거의 엑스트라와 같은
존재감을 남기고 사라진 스밀로돈과의 인연에 대한 부분에서 영화의 생명
력은 상실해 버린다. 이집트 피라미드의 건축양식에 대한 상상력을 가미한
마지막 부분에서 노예들과 노예사냥꾼과 신이라 불리는 측근들과의 격돌은
영화 '300' 을 떠올리게 만든다. 결국 영화를 짜집기하여 하나의 장황한
이야기로 적당히 버무린 느낌의 영화가 되어버린 것이다. 유기적인 스토리
구성도 없고 마지막의 반전은 영화에 대한 일말의 여운마저 빼앗아 버릴
정도로 설득력 없는 영화가 되어버린다. 장황한 배경과 풍부한 소재를
가지고 디테일한 부분에 대한 무신경증으로 마무리된 영화의 마지막에
대한 감상은 참혹할 정도로 관객의 시선으로서 냉정한 판단을 내리게
만들었다. '사상누각' 이란 사자성어를 떠올리면서 광고가 전부인 영화로
각인된 만비씨가 시사회를 열지 않았던 이유가 뼈저리게 느껴졌다.
조금은 관객의 시점에서 바라보고 섬세한 배려가 필요하다는 것을
이해한다면 다음번에 어떠한 영화가 제작되더라도 이보다는 괜찮은
여운을 전할수 있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만 뒤로한 올해 worst 영화의
한편으로 각인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