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상영하는 극장이 거의 없고, 하더라도 하루에 한두번 밖에 상영 안하는, 한마디로 보기 힘든 There Will Be Blood를 굳이 본 이유는 단 하나다.
갱스 오브 뉴욕에서 도끼를 들고 소름끼치도록 차가운 연기를 보여준 다니엘 데이 루이스의 카리스마를 다시 보고 싶어서.
다니엘은 많은 영화를 찍지 않는다. 다른 활동을 많이 하는진 모르겠지만, 그가 찍은 영화들을 보면 각각의 텀이 3 ~ 5년 사이로 꽤나 긴 편이다. 좀처럼 극장에서 그의 모습을 볼 수 없었던지라, 나는 내심 반가웠다. 그리고 아카데미 남우주연상까지 수상한 영화인만큼 그의 연기를 진지하게 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영화는 처음에 아무런 대사없이 주인공 다니엘 플레인뷰가 열심히 땅을 파서 금을 찾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영화 음악이 참 독특한데, 처음 장면에서는 사이렌 비슷한 소리가 배경으로 깔린다. 마치 나중에 찾아 올 그 무엇인가를 경고하듯이.
스토리는 간단하다. 금을 캐던 광부 다니엘은 어느날 석유를 발견하게 되고, 끊임없는 석유 사업을 통해 막대한 부를 얻게 되지만 항상 잃어야 하는 것들 또한 존재하는 법. 다니엘은 가족, 다른 사람들에 대한 믿음 같은 정신적인 가치를 잃게 된다.
다니엘과 동일한 선상에 있는 인물인 사이비 목사 엘라이의 캐릭터와 연기도 눈여겨 볼만한데, 그는 신앙의 탈을 쓰고 물질을 탐하는 인간형이다.
결론은 엘라이나 다니엘이나 둘 다 극단적인 개인주의형 인간이며, 이 영화는 정도를 벗어난 개인주의가 가져다 주는 폐해를 보여준다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길고도 쉽지만은 않았던 상영시간 158분이 끝나고 남은건 수준급의 연기를 보여준 두 배우의 눈빛, 그리고 끊임없이 귀와 오감을 자극했던 영화 음악.
다니엘은 침대에서 자지 않는다. 땅바닥에서, 볼링장에서 옷을 입은채로 자다 일어난다.
엄청난 부에도 불구하고, 그의 삶이 평탄하지만은 않다는 것을 상징하는 장면일까.
영화 음악은 마지막 장면에서야 음악다운 음악으로 변한다.
처절한 복수가 끝나도 다니엘에게 남을것은 아무것도 없는데, 음악은 경쾌한 클래식이다.
마치 처절한 Individualism의 완성을 축하하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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