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가지에만 집중하는 건 좋다만.....
2007년, 한국 공포, 스릴러 영화로는 드물게 호평을 받은 <리턴>은 '수술 중 각성'이라는 소재를 잘 활용한 영화였으며, <어웨이크> 역시 '수술 중 각성'을 소재로 한 스릴러라는 점에서는 <리턴>과 비슷한 느낌을 준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리턴>이 어린 시절 수술 중 각성으로 끔찍한 고통을 겪은 희생자가 돌아와 복수하는 내용이라면, 같은 소재를 활용한 <어웨이크>는 '수술 중 각성' 상황에서 펼쳐지는 주인공의 아픔과 의식의 흐름을 거의 실시간으로 전달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어린 시절 아버지의 사망 충격을 내면 깊숙이 간직하고 있는 청년 거부 클레이(헤이든 크리스텐슨)는 선천적으로 약한 심장을 가졌으며, 그가 신뢰하는 주치의 잭의 조언에 따라 어머니의 반대를 무릅쓰고 심장 이식 수술을 앞에 둔 채 샘(제시카 알바)과의 결혼을 강행한다. 결혼 직후 심장 이식 수술을 받게 된 클레이는 수술 중 각성 현상이 일어나면서 클레이는 수술대 위에서 자신의 수술과 관련한 추악한 진실을 알게 된다.
영화는 맨 처음 장면에서 잭의 독백을 통해 클레이가 수술 중에 사망했음을 알리며 시작한다. 이러한 설정은 관객으로 하여금 과연 잭의 사망이 사고였는지, 살인이었는지 의문을 품게 만들며, 정말 사망했는지에 대한 궁금증을 유발하는 장치로 활용된다. 그러나 영화의 첫 독백은 명백한 오류이며, 허구다. 즉, 영화적 재미를 주는 장치인지는 모르겠지만, 잘못되고 거짓된 정보를 관객에게 제공하고 있다는 점에서 스릴러로서는 치명적 결함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영화 전개의 기본 설정부터 시작해 <어웨이크>는 많은 부분에서 결함을 보이고 있다. 이를테면, 우연히 관계를 맺은 클레이와 잭의 관계가 어머니의 조언, 그것도 매우 합리적 조언을 거부할 정도로 맹목적으로 흘러간다든지, 약간은 마마보이적 기질이 있는 클레이가 그저 친구의 조언에 따라 어머니에게 알리지도 않고 잭과의 결혼을 서두르는 장면 등은 자연스러운 전개라고는 느껴지지 않고 이미 짜여진 결론을 위해 무리하게 내닫는 것으로 느껴진다.
특히 수술 중 각성 상태에서 배가 갈리고, 갈비뼈가 부러지는 극한 고통을 그저, 다른 곳에 정신을 집중함으로서 이겨낸다는 설정도 그다지 설득력 있게 다가오지는 않으며, 그런 상황에서 현실과는 다른 차원의 시공간을 넘나들도록 만든 설정, 그래서 관객에게 친절하게 설명하는 장면은 너무 고루하고, 창의적이지 못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야기가 옆으로 새지 않고 한가지에만 집중한다는 점에서는 충분히 긍정할만하며, 사전에 스포일러를 접하지 않았다면, 시간 때우기로는 적당한 수준이다. 어쨌거나 정식 배우 수업을 받는 등, 어린 나이에 이미 배우를 꿈꿔 온 제시카 알바로서는 미모로 인해 연기력이 과소평가 받는 것도 억울할 법 한데, 그의 작품 선택 안목만을 놓고 보면, 그저 안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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