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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거나 아프지 말자... 식코
ldk209 2008-04-15 오후 5:25:55 1904   [7]
어쨌거나 아프지 말자...

 

매번 영화를 내 놓을 때마다 논란의 중심에 서는 마이클 무어. 확실히 그는 영화를 정치적 선동의 장으로 활용하는 데 탁월하며, 그러기 위해 의도적인 눈속임도 마다하지 않는다. 예를 들면, <볼링 포 컬럼바인>에서 마이클 무어는 은행에 계좌를 만든 후 의기양양하게 장총을 들고 은행문을 나선다. 은행에 새로운 예금통장을 만들면 총기를 사은품으로 주는 미국 문화를 비판하기 위함인데, 여기에는 트릭이 존재한다. 당연하게도 은행 예금과 사은품(총기) 사이엔 꽤나 복잡한 서류를 작성해야 하고, 오랜 시간을(아마도 며칠, 또는 일주일 이상) 기다려야 한다. 그런데 영화에선 마치 바로 총을 받은 것처럼 포장했다. 이에 대해 마이클 무어는 오히려 당당하다. 어쨌든 은행에 예금을 하면 총을 준다는 그 사실은 변함없이 진실이라는 것이다.

 

그 동안 미국 대기업의 행태, 총기 소지에 대한 문제, 그리고 9·11 테러와 관련해 부시 정부와 첨예하게 대립했던 마이클 무어(부시 대통령이 가장 싫어한다는)가 이번엔(?) 미국 의료 보험제도에 날카로운 메스를 들이댔다. 마이클 무어란 이름 자체가 가지는 무게 때문인지, 마이클 무어가 의료 보험 제도의 폐해에 대한 취재에 들어가자, 미국의 각 민간 의료 보험 회사와 병원에서는 '야구모자를 쓴 뚱뚱하고 꾀죄죄한 백인 남자'를 조심하라는 경고 공문이 내려갔다고 하고, 영화에서 보여졌듯이 일부 환자들은 마이클 무어의 명성을 이용, 보험회사 측의 양보를 얻어내는 성과(!)를 얻어 내기도 했다.

 

사실, 이 영화 <식코>는 한국에서 상영되기 힘들 뻔 했다. 미국에서는 엄청난 흥행을 기록했던 기존의 마이클 무어 영화가 국내에서 흥행에 실패했을 뿐더러, 특히 미국 의료 보험 제도를 다룬 <식코>는 기존 작품보다 더 흥행성이 떨어질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개봉이 힘들 것으로 보였던 <식코>는 작년 대통령선거를 거치며 개봉과 함께 나름 흥행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이 바뀌게 되었다. 왜냐하면 이명박 대통령의 공약 중 하나가 한국의 의료보험 체계를 미국식  선진(!) 의료보험체계로 바꾸는 것이기 때문이다.

 

민주노총 산하 공공노조는 건강보험제도의 민영화 도입의 심각성을 알리고자 <식코>의 상영 사업을 적극 추진했고, 드디어는 결실을 맺게 되었다. 공공노조가 기필코 저지를 내세우고 있는 건강보험제도의 민영화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바로 이명박 대통령과 대한의사협회 등이 선진 제도라며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미국식 의료보험체계의 맹점이 영화 <식코>에 적나라하게 담겨져 있다. 특히 쟁점이 되고 있는 건강보험 당연 지정제의 폐지가 어떤 결과를 낳을지를 영화는 친절하면서도 섬뜩하게 그리고 있다. 분명히 알아야 하는 건, 이 영화는 픽션이 아니라 실제를 기록한 다큐멘터리 영화라는 것이다.

 

일각에선 의료보험의 민영화가 이명박 대통령이 아니라, 참여정부에서 이미 한미 FTA와 관련되어 추진되던 사항이라는 점을 강조하기도 한다. 그래서 뭐가 달라지는가? 그 사실이 확인하는 바는, 의료보험의 민영화 추진은 결국 국민의 의사가 아니라, 의사단체 및 미국의 강력한 요구에 기반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은 꾸준히 의료시장의 개방을 요구하고 있다. 그런데 그냥 개방하는 건 미국이 원하는 게 아니다. 개방한 후에 한국에 들어온 미국 의료 기관의 수익이 보장되어야 하는데, 현재와 같은 체계 하에선 거대한 수익을 기대하기 힘들다. (거대한 수익이 보장되기가 힘들 뿐이다)

 

<식코>에서의 마이클 무어는 여전히 어려운 제도나 진실을 알기 쉽게 쉬운 용어로 설명하며 영상으로 보여준다. 두 손가락이 잘린 한 남성의 사연으로 시작한 영화는 미국의 민간 의료보험 시스템의 문제들을 캐나다, 영국, 프랑스, 심지어 적성국인 쿠바와 비교해가며 미국 국민들이 얼마나 의료 사각 지대에 위치해 있는 지를 보여준다. 대체 왜 다른 국가들의 국민들은 무상 의료, 내지는 아주 저렴한 가격에 받고 있는 서비스를 미국 국민들은 비싼 가격에 그것도 제대로 된 대우를 받지 못하는 것일까? 마이클 무어는 때로는 조롱하듯, 때로는 부러운 듯 다른 국가의 의료체계에 대한 탐구를 해 나간다.

 

많이 알려져 있듯이 영국의 의료체계는 대표적인 국가 주도 의료체계다. 병원을 국가가 소유, 운영하고 있으며, 의사들의 월급도 국가가 지급하고 있다. 예전 영국에 갔을 때, 그곳에 살던 한 교포가 한국 의사와 비교할 때 영국 의사가 얼마나 친절한지 병원에 가서 직접 경험해 보면 놀랄 것이라며 자랑했던 일이 떠오른다. 물론, 다른 한편에선 이 제도의 단점에 대한 지적도 많이 제기된다. 대표적으로는 거론되는 문제점은 수술 또는 치료를 받기 위해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는 점과 많은 예산이 투입됨으로서 국가 재정에 압박을 준다는 점이다.

 

그런 차원에서 한국의 의료보험제도 또한 100% 완전한 제도라고는 생각지 않지만, 그 문제의 해결 방안으로 미국식 민간의료보험 제도가 거론되는 건 더더욱 아니라고 본다. <식코>에서 보여지듯 민간 보험이 중심이 된 미국 사회의 모습은 분명히 우리가 지향해야 할 사회는 아닌 것이다.

 

마이클 무어는 미국 사회의 병폐를 효과적으로 그리기 위해 적성국인 쿠바와 비교하는 충격적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 특히 미국이 치료를 거부한 미국의 영웅들을 쿠바 의료진이 성심성의껏 치료해주는 모습은 아마 미국 자존심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장면일 것이다. 또한 마이클 무어를 따라나선 한 인물이 미국에선 200달러에 사던 약을 쿠바 약국에서 단돈 5센트에 구입하고 눈물짓는 장면은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아무튼 아프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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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코(2007, Sick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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