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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청스럽게 스스로를 비꼬는 디즈니의 여유..... 마법에 걸린 사랑
ldk209 2008-04-17 오후 2:21:48 1175   [4]
능청스럽게 스스로를 비꼬는 디즈니의 여유.....

 

분명히 <준벅>의 에이미 애덤스와 <그레이 아나토미>의 패트릭 뎀지가 나오는 것으로 알고 영화를 봤는데, 영화는 불꽃놀이하는 성에서 곧장 디즈니의 상징이며, 오래돼서 익숙하기도 하고, 진부하기도 한 2D 애니메이션 세계로 들어간다. 무려 12분 정도 지속되는 초반의 애니메이션은 착하고 아름다운 아가씨와 백마 탄 멋진 왕자, 그리고 사악한 마녀가 나오는 전통적 동화로 구성되어 있다. 이 애니메이션에서 그려지는 지젤 공주는 디즈니가 창조했던 많은 공주들의 다양한 모습을 짜집기한 모습이라는 점에서 마치 디즈니 역사의 총합처럼 느껴지는 부분이 있다. 백설공주, 신데렐라, 잠자는 숲속의 공주, 인어공주....

 

숲속에서 노래로 동물들과 대화하는 지젤은 마녀의 꾐에 빠져 '영원히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애니메이션 세계를 벗어나 '영원히 행복하게 살기 힘든' 현실 세계로 던져지며, 지젤을 구하기 위해 에드워드 왕자(제임스 마스덴)와 마녀를 위해 공주를 죽이려는 하인 나다니엘(티모시 스폴)까지 현실 세계로 뛰어든다. 이때부터 영화는 현실세계에 적응하지 못하는 애니메이션 캐릭터들의 좌충우돌 코미디로 비춰지기도 하는데, 이런 부분은 중세시대의 인물이 현대에 와서 적응해 나가는 <비지터>나 <케이트와 레오폴드>같은 영화를 연상시키기도 했다. 그런데 이상한 건 이런 영화들에서 하인들이 쉽게 현대 사회에 적응하는 반면 기사나 귀족들의 적응력은 떨어진다는 점이다. <마법에 걸린 사랑>에서도 나다니엘은 금세 현대인의 복장으로 위장하는 등 쉽게 적응하는 반면, 지젤과 에드워드 왕자는 적응에 애를 먹는다. 어떻게든 적응해서 살아남아야 하는 하층 계급의 비애가 느껴지기도 하고...

 

아무튼 애니메이션 캐릭터들의 능력은 현실 세계에서도 여전히 힘을 발휘하는데, 가장 압권은 노래로 동물들을 불러 모으는 지젤 공주의 능력(?)이다. 지저분해진 아파트를 청소하기 위해 창문을 열고 노래를 부르자 몰려드는 동물들은 애니메이션에서 그려지는 귀여운 다람쥐, 사슴, 꾀꼬리 등이 아니라, 도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비둘기, 쥐, 바퀴벌레다.(바퀴벌레들이 일하는 모습은 영락없이 <조의 아파트>의 한 장면) 상당히 엽기적으로 묘사된 청소 장면의 피날레는 바퀴벌레를 잡아먹는 비둘기라는 건 디즈니 영화로선 꽤나 큰 모험이었을 듯싶다.

 

애니메이션에서 넘어 온 실사 캐릭터가 현실세계에서 사람들과 부딪치며 진정한 사랑을 찾는 과정을 그린 영화. 이렇게만 보면 영락없는 동화며, 자칫 진부함 그 자체로 평가될 수 있는 위험한 시도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비현실적 영화, 그리고 많이 보아온 캐릭터에 숨결을 불어 넣고, 영화를 생기발랄하며, 사랑스럽고, 귀여운 이미지로 남게 한 건 무엇보다 에이미 애덤스의 천연덕스런 연기의 힘이라고 할 수 있다. <준벅>으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후보에 까지 올랐던 에이미 애덤스의 공주 연기는 마치 정말로 이런 사랑스러운 인물이 현실에 살아 있을 것 같은 존재감을 불어 넣고 있다.

 

누군가도 얘기했듯이 이 영화의 또 다른 매력으로는 지젤이 애니메이션에서의 전형적 캐릭터고, 로버트는 로맨틱 코미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전형적 캐릭터인데, 이 두 캐릭터가 만나는 순간, 이상하게 흥미로워지고 신선해진다는 점이다. 이는 에이미 애덤스와 패트릭 뎀지의 연기에 힘입은 바 크지만, 오래된 캐릭터들을 조화롭게 잘 활용하는 디즈니의 저력으로도 느껴진다.

 

특히, <슈렉>이 디즈니를 비꼬는 가운데서도 꿋꿋하게 스스로의 길을 걷던 디즈니가 능청스럽게 스스로를 비꼬고 있다는 건 전통을 지키면서도 변화해가는 디즈니의 전략을 보는 것 같아 흥미로웠다. 대표적으로는 앞에서도 얘기했지만, 엽기적으로 그려진 동물들의 청소 장면을 들 수 있으며,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가장 큰 특징인 눈에 백마 탄 왕자와 처음 본 순간 사랑에 빠지는 공주가 아니라, 사랑에 회의적이고 냉소적인 남자의 마음을 사로잡고, 마지막엔 떨어지는 그 남자를 여자가 구해내는 것, 즉, 가만히 누워서 찾아오는 사랑을 맞이하는 수동적 공주가 아닌 자신의 사랑을 스스로 지켜내는 여성을 그려내고 있다는 점은 정치적 공정함으로도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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