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주류에 대항하여 자기 목소리를 분명히 내는 것으로 이름이 알려져 있는 마이클 무어의 <화씨911>에 이은 두번째 다큐멘터리 영화다.
영화는 찢어진 자신의 살갗을 본인이 직접 실로 꿰매는 충격적인 환자의 모습으로 시작된다. 3억의 미국 인구 중 1/6인 5천만명은 의료보험에 가입되어 있지 않은 상태이고 이들은 아프지 않기만을 바라면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만약 본인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아프게 된다면 그 책임은 모두 자신이 짊어져야 한다. 국가도 사회도 이들을 돌보지 않는다. 이것이 감독이 주장하는 미국의 자화상이다.
또한 설령 다행히도 보험에 가입되어 있는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유사시에 보험에 적용을 받기는 쉽지 않다. 왜냐면 거대 보험회사의 조밀하고 전문적인 시스템이 보험료 지불을 최대한 억제하거나 늦출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미국의 의료체제와는 달리 유럽의 영국과 프랑스의 의료체제는 천국의 것과 다름 아니다. 세금을 차등있게 거두고 의료 서비스는 모든 이들에게 골고루 제공하고 있는 곳이 이들 나라들이다.
사람이 아퍼서 쓰러져 있으면 우선 살리고 보는 것이 사람의 도리이자 사회의 절대적인 기능이다.
이러한 절대 명제가 지켜지고 있는 나라와 그렇지 못한 나라가 지구상에 공존하고 있다.
영화 마지막 부분, 911테러 당시 소방업무로 인해 지금까지도 호흡기 질환을 앓고 있는 자칭 '미국의 영웅'들은 자신들을 외면한 미국을 등지고 미국이 가장 적대시한다는 쿠바의 경계를 넘어 무상의료국가인 쿠바에서 진료를 받는 모습이 나온다.
이들은 사회주의니 민주주의니 하는 이데올로기를 논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으로써 누릴 수 있는 최소한의 인권을 주장한다.
한국 사회도 민간의료보험으로 전환한다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는 시점에서 과연 어떤것이 인간중심의 시스템인지를 심각하게 고민해 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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