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지막이 내가 숨쉬는 공기를 봤다.
배우들이 시나리오만 보고 이 영화에 출연하겠다고 선뜻 나선 이유를 알겠더라.
영화를 실질적으로 만들어내는 배우들의 입장에서 이 영화는
정말 '해보고 싶은' 영화임이 분명했을 것이다.
그게 어떤 것을 말하는 것인지 콕 집어 말할 순 없어도 영화를 보면서 느낄 수 있었다.
이 영화는 우리가 익숙해져 있는 헐리우드식 블록버스터나 스케일 큰
액션 영화라고 생각을 하고 보러간다면 100에 90은 실망할 영화다.
스토리 자체는 좋지만 뭔가 뒤에서 크게 터뜨려주거나
확실히 끝맺는 결말, 앞뒤 딱딱 맞고 현실적인 영화를 기대하고 간 사람들에겐
영화를 보고나서는
이게 뭐냐, 정말 우연이 어떻게 이렇게 일어날 수 있느냐, 자신이 생각한 길에서
한치도 어긋나지 않게 내용이 진행되서 김빠진다 라고 말할 사람이 많을 것이다.
물론 나도 그런 걸 무의식중에 기대하고 간 부분이 없잖아 있었기에
보면서도 약간 이건 아니다 싶으면서 설마설마 하는게 정말 나오고 하는 바람에
잠시 당황스럽기도 했었다.
하지만 영화엔 종류가 다양하다. 만드는 사람에도 종류가 다양하듯 말이다.
어떤 영화는 보는 내내 긴장하면서 신경을 곤두세워 봐야할 것도 있고
어떤 것은 처음엔 확 잡히다가 갈수록 허술하게 슬슬 풀리는 것도 있다.
그리고 어떤 영화는 보면서 온갖 생각을 하면서 보게 되는데, 진정한 평가는 본 후에 내리게 되는 것도 있다.
아마 내가 숨쉬는 공기가 마지막에 속하는 영화가 아닐까 싶다.
보는 중엔 가끔씩 지루해 하는 사람도 간혹 보였었다.
하지만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아 뭔가 조금 허전...하달까 뭔가 빈 느낌은..
정말 이 영화는 재미만을 추구하기 보다는 인간으로서 삶이나 사람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이끌어 주는 것 같았다.
비록 그 결말이 뻔하고 보고나면 이럴줄 알았다 는 식의 말이 나올지라도
이 영화가 주는 여운과 뭔가 길게 남는 묘한 생각의 꼬리는 절대 예견된 게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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