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평론가 하재봉이 말하는 윤계상 & 비스티보이즈
윤계상은 배우다. 그가 god의 멤버였을 때, 그는 노래를 했고 춤을 췄다. god의 데뷔연도가 1999년이니까, 올해로 연예계 생활은 한지 10년이 되었다. 하지만 지금 그는 가수가 아니라 배우다. 다른 그룹들처럼 god의 멤버들도 가수로서 활발하게 활동하던 기간이 지나자 뿔뿔이 흩어져 각자의 길을 가고 있다. 윤계상은 솔로 가수가 아니라 연기자의 길을 선택했다.
배우 윤계상. 아직 많은 사람들에게는 낯선 단어다. god의 해체 이후 그가 선택한 첫번째 작품 [발레교습소](2004년)에서 그의 싱싱한 첫 연기를 눈여겨 본 관객들이라면 배우 윤계상의 재능을 발견했을 것이다. 윤계상은 이 작품으로 백상예술대상 남자 신인연기상을 받았다.
박찬욱 감독의 [친절한 금자씨]에 그가 캐스팅되었다는 말을 들었을 때, 역시 명감독의 눈은 다르다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윤계상은 캐스팅이 결정된 후 입영통지서를 받았고 군대에 가야 했다. [친절한 금자씨]에서 이영애가 출소후 일하는 빵집 청년 배역은 다른 사람에게 넘어갔다.
청소년기에 너무 일찍 대중들의 주목을 받은 스타들이 무대에서 내려온 후, 혹은 조명의 빛이 줄어들고 박수갈채가 사라지면 극심한 방황을 하게 된다.
[한때 힘들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지금은 편한 마음으로 연기를 하고 있다. god는 나에게 영광스러운 기억을 연겨준 것이 틀림 없지만 지나고 나면 아무 것도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인기는 뜬구름과도 같은 것이다.]
윤계상은 제대 후 복귀작으로 SBS 드라마 [사랑에 미치다]에서 훨씬 성숙한 남자의 모습을 보여준 후 그를 연기자로 만들어준 영화로 돌아왔다. 군 입대 기간의 공백을 TV라는 대중매체를 통해 메운 후 그가 선택한 [6년째 연애중]은 배우 윤계상에 대해 아직도 고개를 갸우웃거리던 사람들이 확실하게 고개를 끄덕이게 한 작품이었다.
관객 110만을 넘어선 [6년째 연애중]은 제목 그대로 연애한지 6년이 되면서 서로에게 권태를 느끼던 커플이, 각각 다른 상대를 만나 결별의 위기를 겪는 과정을 그린 멜로 영화다. 윤계상은 상대 배우인 김하늘과 호흡을 맞춰 매우 사실적인 섬세한 연기를 보여준다. 일상적 연기의 자연스러운 경지까지 그가 올라갔다는 것은 눈여겨봐야 할 부분이다.
영화 연기를 시작한지 불과 2작품만에 이 정도 성장을 하는 배우는 흔치 않다.
커다란 감정의 기복없이 일상적 삶의 사소한 부분들을 통해 감정의 밀고 당김을 보여주기 위해선 무엇보다 배역에의 자연스러운 몰입과 섬세한 감정선이 필요하다. 윤계상은 그것을 해냈다.그는 2008년을 빛낼 스타로 선정되었다.
아무래도 올해 남자 배우들 중에서 윤계상을 눈여겨봐야 할 것 같다는 확신이 드는 결정적 작품은 [비스티 보이즈]다. 한국 영화 차새대 남자 배우의 중심인 하정우와 공연한 이 작품은 일단 호스트바를 다루고 있다는 소재적 측면에서 대중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영화를 연출한 윤종빈 감독이 한때 호스트바에서 한 달동안 일한 경험이 있고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영화를 만들어서 생생한 표현 묘사가 가능했다.
[영화를 찍는동안 내 주량을 늘려야만 했다. 또 함께 출연하는 동료 호스트들과 호흡을 맞추기 위해 술을 많이 마셨다. 감독님께서 살을 좀 뺐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촬영을 하다보니 5㎏이 늘었다. 전부 술살이다.]
윤계상은 호스트 연기를 위해 술을 많이 마셔서 살이 쪘다고 했지만, 182센티미터의 그는 여전히 멋진 외모를 갖고 있었다. [비스티 보이즈]에서 우리가 눈여겨 봐야 할 부분은 호스트라는 호기심 어린 직업이 아니라, 배우 하정우와 윤계상이다.
하정우는 이미 윤종빈 감독의 [용서받지 못한 자] 이후 김기덕 감독과 함께 한 [시간][숨] 등의 영화를 통해 자신의 존재감을 알렸고 올해 최고의 힛트작인 [추격자]로 확실하게 정상에 올라선 배우로서 [비스티 보이즈]에서는 윤종빈 감독과 두번째 호흡을 맞추며 호스트들의 리더 재현역을 맡아 훨씬 더 물오른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윤계상은 배우로서는 아직까지 과도기에 있는 위치여서 더욱 주목을 요한다.
1978년생. 올해 서른. 20대 초반이던 2000년대 초반 [거짓말][길] 등의 노래로 국민가수라고 불리우던 GOD에서 대중적 인기의 절정을 맛보았던 그가, 잔치가 끝난 뒤 어떤 생각으로 연기에 도전하게 됐을까?
[비스티 보이즈]에서 윤계상이 맡은 배역은 청담동 호스트바의 호스트들 중에서도 잘생긴 얼굴과 세련된 매너로 텐프로 안에 드는 최고의 호스트 승우다. [올드보이]의 윤진서가 승우의 여자 친구인 증기탕 종업원 지원을 연기하고 있다.
[[비스티 보이즈]의 승우를 사실적으로 연기하기 위해 실제 호스트들의 디렉터인 PD, 즉 파트너 디렉터를 만나 도움을 받기도 했다. 내가 맡은 승우는 화려했던 과거를 못 잊고 방황하다 호스트계로 뛰어든 인물이다. 잘 나가는 에이스 호스트가 된 후 한 여자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승우라는 캐릭터에 푹 빠져서 영화를 찍은 윤계상은 꾸며진 모습이나 인위적인 연기가 나올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만큼 배역의 사실성에 자신이 있다는 뜻이고 배역에 몰입해서 연기를 했다는 뜻이다. 2008년 주목할만한 남자 신인 배우들이 많이 등장하고 있지만, 분명히 윤계상은 그 중에서도 가장 놀라운 성장과 성취를 보여준 연기자가 될 것이다.
출처: 하재봉의 영화사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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