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검색
검색
 
너무나 통속적인 이야기, 그러나 눈물짓게 만드는 힘... 행복
ldk209 2008-04-25 오후 2:24:04 1343   [4]
너무나 통속적인 이야기, 그러나 눈물짓게 만드는 힘...

한 남자가 너무나 헌신적이고 순수한 그녀와 사랑을 하다가 배반한다. 배반당한 여자는 곧 죽을지도 모를 불쌍한 여자다. 이 정도 되면, 제목도 기억나지 않는 무수히 많은 드라마들이 떠오른다. 배반당한 불쌍한 여자에 관한 이야기. "당신, 부숴 버릴 거야" 드라마라면 어찌어찌하여 살아나게 된 여자의 처절한 복수극(대게는 남자의 사업을 망하게 하는 것)을 그리겠지만, <8월의 크리스마스>로 시작된 허진호 감독에게 그런 가파르고 뾰족한 정서란 애당초 없을 것이다.

환락과 쾌락에 젖어 살던 영수(황정민)는 간경변이라는 진단을 받고 살기 위해 요양소에 들어간다. 그는 이곳에서 폐병환자 은희(임수정)의 도움을 받아 서서히 요양소의 삶에 적응해 나간다. 영화 속 영수의 대사처럼 은희는 전혀 아프지 않은 사람 같다. 그러나 현실에서도 그렇지만, 아픔을 표현하지 않는 사람의 아픔이 더 아픈 법이어서, 남몰래 삭이는 은희의 아픔은 '꺾꺾'대는 소리와 함께 관객의 심장을 적신다.

가벼운 투닥거림과 소근거림으로 둘의 사랑은 시작되고, 영수와 은희는 별도의 집을 구해 서로를 간호하며 행복한 나날을 보낸다. 그러나 병에서 먼저 회복한 영수를 도시의 불빛은 유혹하기 시작한다. 안타깝게 들렸던 은희의 아픈 소리는 이제 영수의 짜증을 유발하고, 평화롭던 시골 풍경은 이제 그에겐 무료함일 뿐이다. 이미 마음이 떠난 영수, 몸이 떠날 차례다. "니가 날 먼저 떠나주면 안 되겠니?" 사랑은 끝이 났지만, 그 끝이 남긴 상처가 똑같은 건 아니다.

바로 사랑을 시작한 연인들은 정열적이다. 그리고 자신이 상대를 더 사랑하고 있다고 착각하고, 왜 너는 나만큼 너를 생각하지 않느냐며 따지고, 토라진다. 그런데 그런 정열적인 순간이 나에게 지나가면 아직도 정열적인 상대의 사랑이 부담스럽게 느껴진다. "너는 왜 아직도 어린애 같니?" 영수와 은희가 그랬다. 영수의 병과 사랑은 분명히 은희의 병과 사랑보다 깊지 못했다. 그래서 사랑의 끝이 남긴 상처도 누구에겐 그저 환락에 취해 간경변이 다시 도진 정도지만, 누구에게는 목숨을 걸 정도의 아픔을 남겨 주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 흥미로운 건, 영화의 주제가 제시되어야 할 후반부가 마치 2배속 버튼을 누른 것처럼 훌쩍 훌쩍 건너뛰는 반면, 초반부 - 둘의 사랑이 시작하는 단계에 오히려 초점이 맞춰져 있으며, 눈길을 끈다는 점이다. 이 부분은 마치 <8월의 크리스마스>를 연상하게도 하는데, 앞에서도 얘기했지만 둘의 투닥거림과 소근거림이 너무나도 자연스럽고 정말 연인처럼 느껴졌기 때문일 것이다. 어쩌면 두 남녀가 서서히 다가서는 모습을 그리는 게 허진호 감독의 특기가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든다.

<행복>은 너무나 통속적인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보는 관객을 눈물짓게 만드는 힘이 있으며, 이는 허진호 감독의 연출력과 아름다운 영상의 힘도 크지만, 황정민과 임수정의 디테일한 연기에 힘입은 바 크다. 행복과 근심이 자주 교차하는 둘의 연기를 음미하는 것만으로도 이 영화는 충분히 값어치가 있다고 할 수 있는데, 특히 몸빼를 입어도 임수정은 이뻤다.


(총 0명 참여)
1


공지 티켓나눔터 이용 중지 예정 안내! movist 14.06.05
공지 [중요] 모든 게시물에 대한 저작권 관련 안내 movist 07.08.03
공지 영화예매권을 향한 무한 도전! 응모방식 및 당첨자 확인 movist 11.08.17
67299 [가루지기] 어떻게 투자를 받았을까.... (4) ysj715 08.04.26 1582 15
67298 [언페이스풀] 어느 순간.. 문득.. 갑작스레.. 찾아오는..;; ehgmlrj 08.04.25 1689 1
67297 [살인의 추억] 내겐 특별한 영화~ ehgmlrj 08.04.25 2209 2
67296 [도레미파솔..] 와우~ dhwltjs2 08.04.25 1006 2
67295 [씨노이블] 씨노이블 woomai 08.04.25 1235 2
67294 [오래된 정원] 오래된 정원 st0helena 08.04.25 1963 1
67293 [형사] 형사 sungmo22 08.04.25 1661 10
67292 [파송송 계..] 파송송 계란탁 sungmo22 08.04.25 1360 10
67291 [M (엠)] sungmo22 08.04.25 1462 10
67290 [프리즈] 새로운 시도가 아니였나.. ehgmlrj 08.04.25 900 0
67289 [무영검] 조금은.. 안타까운..;; ehgmlrj 08.04.25 1409 2
67288 [일곱가지 ..] 나름 괜찮은.. ehgmlrj 08.04.25 979 1
67287 [말할 수 ..] 말할 수 없는 비밀 (2) st0helena 08.04.25 1368 7
67286 [호튼] 2008 베스트 에니메이션 후보. cipul3049 08.04.25 1415 14
67285 [안녕! 유..] 너무 귀엽고.. 이쁘고.. 사랑스런 영화.. ehgmlrj 08.04.25 1657 1
67284 [슈퍼스타 ..] 진정한 꿈을 이룬.. ehgmlrj 08.04.25 1992 0
67283 [하면된다] 너무 웃긴.. ehgmlrj 08.04.25 1485 0
67282 [원스] 원스 (2) st0helena 08.04.25 1038 4
67281 [일단 뛰어] 젊음이 느껴지는 청춘영화~ ehgmlrj 08.04.25 1890 3
67280 [물랑 루즈] 다시봐도 눈을 뗄수가 없군요!! (1) ana4620 08.04.25 1712 3
67279 [너를 보내..] 보고왔어요 ^^ somihyun 08.04.25 1013 12
67278 [맥주가 애..] 앞서가는것과 따라가는것의 차이. sgmgs 08.04.25 1741 3
67277 [언픽스] 합작 영화의 문제점을 아주 훌륭하게 보여준 영화. sgmgs 08.04.25 1142 0
67276 [천장지구] 느와르 영화라는 것이. sgmgs 08.04.25 1302 3
67275 [삼국지 :..] 삼국지 신문기사 내용. huyongman 08.04.25 1241 4
67274 [GP506] gp506 한 신문 기사 내용.. huyongman 08.04.25 1522 5
67273 [신부수업] 순수한 창작물인가? sgmgs 08.04.25 1448 1
67272 [동갑내기 ..] 속편을 만들려면.. sgmgs 08.04.25 1258 2
67271 [썬데이서울] 특징이 있는 특이한 영화. sgmgs 08.04.25 1744 3
67270 [방과후 옥상] 학원 폭력 문제라... sgmgs 08.04.25 9152 5
현재 [행복] 너무나 통속적인 이야기, 그러나 눈물짓게 만드는 힘... ldk209 08.04.25 1343 4
67268 [테이큰] 천하무적 아버지 ruqdmsaksu 08.04.25 956 9

이전으로이전으로841 | 842 | 843 | 844 | 845 | 846 | 847 | 848 | 849 | 850 | 851 | 852 | 853 | 854 | 855다음으로 다음으로




1일동안 이 창을 열지 않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