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광인 분들에게는 맘에 안 드는 면이 많은가보지만
그냥 삼국지를 읽어보거나 대략 스토리 정도 알고있는 사람에 속하는
나에게는 기대 이상의 재미였다.
명장도 평은 그렇게 좋지 않았으나 실제 봤더니 매우 재미있는 영화였는데
요즘 홍콩무협물은 한국영화가 확실히 위기감을 느껴야 할 정도로 괜찮게 만들어져있다.
스케일과 무술액션연기자체가 상대가 안 되는 것도 있지만
과거의 유치한 연기와 단순한 스토리, 줄타기액션에서 벗어난 요즘의 홍콩영화는 무섭기까지 하다.
청춘스타로만 생각했던 유덕화는 이제 가만히 있어도 내공이 느껴지는 무서운 연기자가
되어있었고
영화의 음악또한 사람을 흥분시키기에 충분했다.
명장면과 명대사는 많지만 특히 매기 큐에 비파에 맞추어
등지가 유덕화를 보고 한 번 웃으며 불안함을 감추고 돌진하는 장면(이 장면에서 매기큐의 비파연주)
그리고 유비를 따라 원을 한 바퀴 돌았으나 결국 태평성대는 어디 있냐고 묻고
운명은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이라 여겼으나 결국 장기말에 지나지 않았다는 조자룡의 대사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고
다른 전쟁영화에서 애매하게 보여주는 반전이미지나 철학과는 다른 느낌이었다.
제갈공명과 관우, 장비의 출현도 반가웠다. 유비는 몰라도
제갈공명과 장비는 잘 어울렸다.
조자룡처럼 평생 전쟁터에서 제데로 씻지도 먹지도 못하고
싸우던 사람들 도데체 무슨 재미로 살았을까?
성욕, 식욕은 도데체 어떻게 충족했을까?
죽는 것은 차라리 축복이고
아차 하면 눈이나 팔다리가 날아가기 쉽상인 격전장에서 수십년을 버틸 수 있었던
그 동기부여와 힘은 대체 어디에서 나왔을까?
우리나라 사극을 보든 중국 사극을 보든 나는 이런것들이 가장 궁금했다.
추격자, 3:10 유마, 우생순 외에는 요즘 별로 만족스런 영화가 없었는데
간만에 재미있게 본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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