헐리우드에서 미모 뿐만 아니라 연기력으로도 인정 받고 있는 두 여배우, 나탈리 포트만과 스칼렛 요한슨이 동시에 출연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기대되는 작품이다. 날카롭고 지적인 이미지를 풍기는 나탈리 포트만과 청순하면서도 순종적인 이미지를 풍기는 스칼렛 요한슨이 어떻게 어우러져 멋진 연기 앙상블이 영화에서 표현되어질까? 마침 영화에서도 이런 두 배우의 이미지를 그대로 영화에 심고 있다. 헨리 8세를 중심으로 그를 차지하기 위한 두 자매들의 이미지가 그대로 두 배우의 이미지와 연결되어진다. 영화의 속 인물들의 캐릭터와 배우들의 이미지가 잘 어우러지는 절묘한 캐스팅이랄까?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기존의 비슷한 이미지를 답습하는데 머무른 영화가 될 수도 있는 위험도 존재한다. 사람들은 익숙한 것에 대해서 편안함을 느끼기도 하지만 싫증을 쉽게 내기도 하기 때문이다. 두 자매가 왕을 두고 삼각관계를 이루는 영화의 시놉시스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이기는 영화적 감동와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두 배우가 가지고 있는 기존의 이미지를 넘어서 영화 속의 캐릭터를 더 매력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중요할 수 밖에 없다.
영화 속에서 두 배우가 연기한 캐릭터는 자신들의 이미지를 잘 살려서 매력적으로 표현되고 있다. 표독스럽고 야망에 가득찬 앤 블린을 연기한 나탈리 포트만의 힘은 영화 속에서도 빛을 발휘한다. 처음에 왕을 유혹하는데 실패하고 프랑스로 쫓겨갔다가 돌아와 왕에게 조금씩 접근하면서 유혹하는 모습은 팜므파탈적인 매력을 충분히 발휘한다. 그런 매력으로 절대권력을 가진 왕이지만 마음대로 한 여자를 취하지 못하는 상황을 만들고 왕의 애간장을 태운다. 연을 잘 날리기 위해서는 끌고 당기는 것이 중요하듯이 연애를 잘하기 위해서도 끌고 당기는 것이 중요한데 앤 블린을 연기한 나탈리 포트만은 그런 상황을 영화 속에서 잘 표현하고 있다. 특히 영화 속에서 가장 빛나는 나탈리 포트만의 연기는 단두대에서 죽음을 앞둔 순간의 절규하는 모습이다. 죽음에 대한 공포와 함께 이런 상황에 대한 분노를 동시에 표현하는 모습은 과히 압권이다. 이런 나탈리 포트만의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 앞에서 스칼렛 요한슨의 연기는 그렇게 빛을 발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기타 사운드를 돋보이기 위해서는 일반인들이 인식하지 못하는 베이스 사운드가 중요하듯이 스칼렛 요한슨은 특별하게 튀지는 않지만 나탈리 포트만의 연기를 잘 받쳐주고 있다.
하지만, 영화는 전체적으로 그렇게 매력적이지 않다. 배우의 연기만 빛나고 영화는 빛을 잃어버렸다. 배우의 연기와 영화가 가지고 있는 매력적인 스토리는 충분히 관객들에게 재미를 주기는 하지만 영화가 끝나면 허무한 느낌이 든다. 영화 속의 다양한 사건들이 영화 전체로 잘 어우러지지 못했다. 결국에 영화는 개별적인 사건의 나열에 그쳐버린 것이다. 하나의 잘 짜여진 스토리텔링에서 실패했다. 그러면서 관객이 영화에 몰입하는 것을 조금씩 방해하는 상황이 발생해버렸다. 또 다른 원인으로 에릭 바나가 연기한 헨리 8세가 너무 정적인 캐릭터가 되어 버렸다.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중요한 핵심인물임에도 불구하고 앤과 메리 블린 두 자매의 주변에 머무르는 인물이 되어 버린 것이다. 그러면서 영화는 관객을 압도하는 감동을 주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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