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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개월, 3주... 그리고 2일 4개월, 3주... 그리고 2일
hongwar 2008-04-28 오전 10:56:00 834   [3]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에 빛나는 '4개월 3주 그리고 2일'은 '루마니아, 1987'이라는 자막과 함께 시작된다. 2시간이 조금 못되는 러닝타임의 이 영화는 초반부 30분 정도 천천하다 못해 지루하게 어느 여학생의 기숙사와 그 안의 생활을 건조하게 담아내고 있을 뿐이다. 계속적으로 이어지는 롱테이크 기법은 다큐멘터리를 넘어서서 마치 캠코더로 찍은 일상을 그대로 여과없이 관객에게 보여주는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키게 한다. 이 영화의 영상은 몇 분이고 고정된 시선에서 시선으로 이어지므로, 누군가의 말처럼 성질이 급하거나 헐리웃 영화 식의 빠릿한 영상 변화를 좋아하는 이라면 그리 좋아할 취향의 영화는 아닐 것이다.

 

  이 영화의 공간적 배경은 자막에서 드러났듯이 1987년의 루마니아이고, 독재정권이 판을 치고 있고 낙태금지법이 횡행하던 시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법 낙태는 진행된다. 영화는 세세하게 루마니아의 시대적 배경을 직접적으로 설명하지는 않는다. 그렇기에 이 영화는 다분히 사회적인 내용을 담고 있으면서도 두 여자의 일상을 담아낸 영화라는 색채가 더 강하게 다가온다. 우리는 등장인물들의 어두운 표정, 줄곧 흐르는 적막감과 어두운 분위기, 대사등을 통하여 그들을 둘러싼 사회배경을 짐짓 눈치챌 뿐이다. 불법 낙태 시술자 베베는 가비타에게 무정하게 말한다. "4개월부터는 살인이에요. 5-10년의 형을 받게 된다구요. 다들 그런 식이에요. 누가 4개월이나 5개월을 낙태시켜 주려고 하겠어요?"

 

  낙태는 살아있는 생명을 죽인다는 것에서 엄연히 살인으로 봐야 한다. 그러나 아기를 낳을 것인지 말 것인지에 대한 문제는 도저히 그 생명을 받아들일 수 없는, 그래서 포기해야만 하는 상황에 놓여 있을 수도 있다. 만약 무책임하게 아이를 버리기라도 한다면, 그 아이에게는 평생의 상처가 될 것이라는 건 두 말할 필요가 없다. 종종 인간이 행한 가벼운 행동은 저질러진 상황 앞에서 도덕과 비도덕, 양심과 비양심의 잣대 앞에서 갈등한다. 가비짜와 오틸리아가 그 결정의 기로에 놓여있다. 불법 낙태 시술자 베베는 가비짜에게 소리를 치며 좀 심하다 싶을 정도로 돈을 요구하고 그 이상의 것또한 원하지만 가비타와 오틸리아는 그런 반응을 묵묵히 수용하고 따르려 한다. 그런 그녀들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억지로라도 불법낙태를 감행해야만 하는 급박한 상황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줄곧 긴장감과 건조함으로 계속된 영화는 중후반부로 갈 수록 긴장의 클라이막스를 향해 간다. 신기하게도 이 영화는 낙태한 아기를 안고 가는 오틸리아의 걸음걸이를 따라가는 장면만으로 흔한 음향효과 하나 없이 숨막히는 긴장속으로 관객을 유도하고, 마치 공포영화를 볼 때 느끼는 조마조마한 심정 이상의 기분을 불러일으킨다. 이 영화의 작품성이 훌륭하게 평가되는 것은 아마도 담담하게 기교 하나 없이도 이런 급박함을 담아내고 있다는 사실이 아닐까. 2년 같았던 2일을 숨죽이며 보낸 그녀들이 거사를 마친 후 식당에 앉아 배가 고프다며 메뉴를 고르는 장면은 측은하면서도 왠지 아이러니하게도 언뜻 코미디적인 요소를 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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