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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을 위한 나라가 아니다..... 어느 날 그 길에서
ldk209 2008-04-28 오후 5:28:29 1275   [13]
동물을 위한 나라가 아니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의 원작 소설을 보면, 영화 제목은 예이츠의 시 '노인을 위한 나라가 아니다'에서 따온 것이다. '아니다'와 '없다'의 그 심오한 차이. 황윤 감독의 동물 다큐멘터리 <어느날 그 길에서>를 보고는 느닷없이 '동물을 위한 나라가 아니다'가 떠올랐다. 동물을 위한 나라가 아니라면, 그럼 다른 존재를 위한 나라이기는 할까??? 음... 부르주아지? 개발론자? 땅투기꾼들? 강부자?)

 

황윤 감독의 다큐 2편-<작별>과 <어느날 그 길에서>-이 동시 개봉했다. 미안한 말이지만 황윤 이라는 이름을 이전에 들어본 적도 없고, 영화를 본 현재도 생소하기는 마찬가지다.(제작 당시에 개봉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영화의 시놉시스는 평소 내 고민의 일단과 맞아 들어가는 부분이 있어서 흥미로웠다. 2001년에 제작된 <작별>을 시간 순서대로 먼저 보려고 했는데, 시간이 맞질 않아 후일로 미루고 시간 되는데로 먼저 <어느날 그 길에서>를 봤다. 환경생태학을 전공한 후배의 말에 의하면 원래 한반도에 살던 호랑이들은 3일이면 한반도 전역을 돌아다녔다고 한다. 한국 호랑이가 유별나게 활동양이 많은지는 모르겠지만, 그 정도가 아니더라도 <어느날 그 길에서>에서도 나오듯이 야생동물들의 활동양은 생각보다 꽤 넓은 것 같다. 이런 야생동물들을 아무리 길들인다고 해도 그 좁은 우리 속에 가둬놓은 동물원에서 살고 있는 동물들이 과연 구경하는 인간이 행복할만큼 행복해 할까? - 이게 <작별>의 고민이라고 한다면, 그럼 동물원 밖에 있는 야생동물들은 행복할까? 행복은 둘째치고라도 최소한의 생존이 가능한 환경에서 살고 있을까?

 

영화에 의하면 도저히 그렇다는 대답을 할 수 없다. 한쪽에선 곰, 늑대, 여우 등 멸종된 동물을 복원한다고 온갖 이벤트를 하는 동시에 한쪽에선 여전히 야생동물들을 죽게 내버려두는 현실. 선후를 따질 수는 없겠지만, 멸종된 동물의 복원보다는 현재 살아 있는 동물들에 대한 생존 조건을 확보해 주는 게 먼저가 아닐까 한다. 열심히 복원해서 살기 힘든 공간으로의 석방(?)

 

<어느날 그 길에서>에서 그려지는 우리의 도로는 인간을 위한 편의시설에서 죽음의 비명이 들리는 공포 속 공간으로 돌변한다. 귀에 들리지는 않지만 괴로워하는 뱀과 탈출구를 찾아 헤매는 두더지의 몸놀림은 말 그대로 한 편의 호러 영화 속 풍경에 다름없다. 영화를 보며 놀라게 된 것 두 가지가 있다. 첫째는 '내가 보고 싶은 새를 길에서 만났다'라는 영화 속 문구처럼 내 주위에 혹은 우리나라에 이처럼 많은 야생동물이 살고 있었던가에 대한 놀라움. 둘째는 그 많은 동물들에게 모두 그만의 사연과 표정이 있다는 것이다. 자라 한마리가 도로를 건너고 있다. '제발 빨리 좀 건너지'라는 안타까움을 느끼지는 어쩌는지, 자라는 꽤 빠른 속도로 건너려고 한다. 그 앞을 무시무시한 속도로 지나가는 거대한 차량. 자라는 순간적으로 목을 안으로 집어넣으며 눈치를 살핀다. 자라에게 깃든 공포의 표정(자라에게도 표정이 있다!!!)은 그 어떤 말보다 더 크게 내 가슴을 울린다.

 

영화는 내가 지금껏 봐왔던 다큐멘터리와는 분명하게 구분되는 지점이 있다. 그건 나래이션이 없다는 것이다. 가급적 설명을 자제하는 가운데, 꼭 필요한 설명은 자막으로 처리하는 형식. 대부분의 경우 감독의 질문도 배제된 가운데, 로드 킬을 연구하는 연구자의 목소리가 대신한다. 감독의 취향일 수도 있겠지만, 이런 식으로 제작한 건 분명 목적이 있다고 보인다. 객관성(그런 게 있다면)이 있음을 보여주기 위한 장치인가? 아니면 자신의 주장을 강요하는 것으로 비춰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 그러나 의도가 어떠했든 지를 떠나 주제 자체의 힘 때문인지, 꽤나 높은 집중과 몰입이 가능했다. 따라서 다른 사람에게는 모르겠지만 최소한 나에게 있어서만큼은 형식이 관람에 장애 요소가 되지는 않았던 셈이다.

 

몇 년 전 아직은 로드 킬이란 단어가 생소했을 때, 술자리 등에서 로드 킬을 주제로 꺼내며 잘 알지도 못하면서 생태도로의 건설이 그 대안임을 목소리 높여 외친 바 있다. 영화가 아니더라도 생태도로가 대안이 되기 힘들다는 사실은 이미 오래 전에 확인된 사실이다. 그렇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그 쪽 전문가가 아니다보니 뚜렷한 해결책을 제시한다는 것 자체가 나에겐 무리였고, '어느 전문가가 연구해서 적절한 대안을 내 놓겠지'가 그저 내 수준에서 생각한 회피의 결론이었다. 예전에 박노해 시인이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를 읽고 누군가 우리의 산과 들을 돌아다니며 돌 하나, 꽃 하나, 풀 하나하나를 정성껏 기록했다는 사실에 존경심을 품었다는 얘기를 한 적이 있다. 비슷한 생각을 해 보면, 누군가 도로에 떨어진 장갑 조각, 바나나 껍질마저 혹시나 하는 생각에 차를 세우고는 하나씩 확인해 가며 목숨 걸고 연구를 하고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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