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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시간 동안 유지된 긴장의 연속.... 인랜드 엠파이어
ldk209 2008-04-29 오후 4:08:47 1633   [6]
3시간 동안 유지된 긴장의 연속....

 

안타깝게도 내겐 이 영화를 해석할만한 능력도, 의지도 없다. 이 영화를 보기 전까지 별의 별 말을 들어야 했다. 주로 현실과 초현실의 경계를 넘나드는 환상적 작품을 선보여온 데이비드 린치 감독의 작품이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야 어제 오늘의 얘기도 아니었지만, 특히 <인랜드 엠파이어>는 린치 감독의 성향이 극단으로 치달았다는 평이었고, 극장 안의 풍경은 스산하기 그지없었다고 한다. - 3시간이라는 긴 상영시간, 중간 정도 되어 돌아보니 거의 70%의 관객이 자고 있더란다. 일부는 아예 밖으로 나갔고. 그러니 린치 감독의 전작을 흥미롭게 봤던 나였지만 이 영화를 보게 되기까지 어찌 고뇌(!)가 없었겠는가. 무슨 영화 한 편 보는데, 굳은 결의까지 필요하겠느냐마는 어쩌면 일종의 도전일지 모른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다.

 

암튼 보게 됐다. 처음에도 얘기했지만, 나에겐 이 영화를 해석할 만한 능력도 의지도 없다. 의지가 없다는 건 영화 스스로, 아니 린치 감독 스스로가 해석하지 말라는 요구를 했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아니면 나에 대한 핑계이거나 간에. 이 엄청난 영화는(한마디로 표현하라면 그냥 후덜덜하다는 이동진 평론가의 말처럼) 영화를 구성하는 모든 요소가 도대체 이해 불가능이다. 영화 속 영화 또는 그 영화 속 영화로 보이는 폴란드 영화에 등장하는 저택과 거리(아마도 영화 속 영화의 원작), 토끼탈을 뒤집어 쓴 인물들이 출연하는 일종의 세트 공간(이 중 한 명이 <멀홀랜드 드라이브>에 출연했던 나오니 왓츠라는데 당연히 얼굴을 안 보여주니 잘 모르겠다), 여배우 니키 그레이스의 저택(린치 감독의 1986년작 <블루 벨벳>에 아리따운 소녀로 출연했던 로라 던이 중년으로 다시 린치 감독 작품에 출연), 아마도 영화 세트로 보이는 거실과 침실 등 여러 공간이 등장하는 이 영화는 공간과 공간의 경계가 허물어져 서로 뒤틀려 존재한다. 이성적으로는 이 문을 열면 거리가 되어야 하지만, 영화 속 다른 공간으로 연결되며, 없던 정원이 등장하기도 한다.

 

사람을 더 혼란스럽게 하는 건, 공간의 뒤틀림 속에 시간과 인물도 뒤틀려 있다는 것이다. 내가 보고 있는 이 장면이 대체 무슨 장면인지를 알기 힘들다. 현실인지 과거인지 상상인지 영화 속 영화 장면인지. 그러니 내가 보고 있는 로라 던이 현실의 인물인지, 영화 속 인물인지, 누군가의 상상에 존재하는 인물인지, 아니면 자신의 꿈에서 본 인물인지 알 수가 없다. 아니 내가 알고 있는 게 진실인지 확신할 수가 없다.

 

그러면서 <인랜드 엠파이어>는 이 모든 걸 열 수 있는 열쇠를 처음부터 구비하지 않았다. 처음 장면에 등장하는 폴란드 어투를 하는 옆집에 새로 이사 왔다는 할머니가 어떤 열쇠를 주지는 않을까, 갑자기 등장하는 토끼탈의 인물들이, 아니면 결국엔 영화 속 감독이 실마리를 주지 않을까 기대를 해서 열심히 따라가 보지만 그 역시 뒤틀린 공간 속에 존재할 뿐이다.

 

그러면서 시종일관 카메라는 인물을 극단적 클로즈업으로 잡아댄다. 이런 촬영 방법은 대단히 린치스러운 느낌인데, 정말 이 영화에서 극단으로 치고 나간 듯하다. 인물에 대한 극단적 클로즈업으로 인해 영화를 보고 있는 사람은 전체적인 조망을 하기 힘들어진다. 불안에 휩싸인 인물의 클로즈업은 나 자신조차도 불안하게 만들며, 마치 저 큰 얼굴이 화면을 금세 빠져나올 듯한 기시감을 불러일으킨다. 이런 극단적 클로즈업의 효과는 두 가지라고 보인다. 첫째는 공포다. 누군가도 말했는데, 이 영화에는 귀신이나 좀비와 같은 존재가 전혀 등장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묘한 공포를 던져 주고 있다. 공포심을 주는 건 인물에 대한 극단적 클로즈업과 음산한 음악에 직접적으로 기인한다. 둘째, 대체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모르게 한다. 아니, 알 수가 없다. 그러니 공포심은 더 배가된다. 영화는 거의 마지막에 가서야 천천히 카메라를 뒤로 빼며 전체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 공중엔 죽어가는 로라 던을 비추고 있는 영화 속 카메라가 매달려 있다. 감독의 컷 소리와 함께 배우들은 자리를 뜬다. 대체 어떤 카메라에 우리는 반응한 걸까? 아니 내가 보고 있었던 카메라는 어느 카메라일까? 카메라가 등장했다고 해서 영화가 정리되는 건 아니다. 여전히 현실과 초현실, 상상의 공간은 서로의 영역 속에 깊숙이 침투해 있다. 관객만이 그런 느낌일까? 아니다. 배우 역시 마찬가지로 혼란스럽다. 내가 지금까지 겪은 모든 상황이 진정 영화였단 말인가? 어쩌면 내가 보고 있는 이 장면은 내일의 모습일지도 모른다.

 

이 영화를 보는 내내 난 공포와 긴장이 연속된 3시간을 보내야 했다. 대체 이해도 되지 않는, 그리고 알 수도 없는 영화를 보면서 무슨 공포와 긴장을 느끼게 된 것인지 설명하기는 힘들다. 어쩌면 그건 바로 1분 앞이 예상되지 않는, 예측할 수 없는 영화이기 때문일 수도 있다. 영화란 게 보다보면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해야 될 텐데, 대체 이 영화는 섣부른 예측을 불허한다. 그래서 긴장이 된다. 이 다음엔 어느 공간과 공간이 확장되며, 연결될지. 또는 어느 방향으로 이야기가(그런 게 있다면) 치달을지 알 수가 없는 마치 고립무원의 느낌이다.

 

"데이비드 린치 감독의 영화는 이해되는 게 아니라 경험되는 것이다" 이 말의 의미를 명확하게 보여주는 영화, 바로 <인랜드 엠파이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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