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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추억의 번개호..... 스피드 레이서
ldk209 2008-05-09 오후 5:23:09 3719   [25]
어린 시절 추억의 번개호.....

 

<매트릭스>로 영상 혁명의 신기원을 이룬 워쇼스키 형제가 만든 작품이라는 점에서 일단 동할 수밖에 없지만, 내가 이 영화를 보고자 마음먹었던 건 다른 무엇보다도 번개호 때문이었다. 처음 워쇼스키 형제의 차기작이 일본 만화 <마하 GoGoGo>를 원작으로 한 영화라는 얘기를 들었을 때나, 이 영화에 정지훈이 출연한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에도 내가 알고 있던 <달려라 번개호>와 이 영화가 관련 있다고는 생각지 못했다.(어릴 적 내가 TV로 보았던 그 많은 만화들이 일본 만화였는지도 모르고 자랐다) 그러다 중간에 몇 장의 스틸 컷이 공개되고 그 사진 중 한 장에 실려 있는 M자가 선명히 새겨진 자동차를 본 순간, 내 가슴은 뛰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평소에 <달려라 번개호>를 떠올리며 그리워했다던가 하는 건 아니었고, 다만, 잊고 지냈던 어린 시절이 갑작스레 떠올랐고, 그로 인해 잠시나마 행복했었다고나 할까.

 

암튼, 이름이 스피드 성이 레이서란다. 합쳐서 스피드 레이서. 이쯤 되면 두말할 필요 없다. 주인공의 이름처럼 이 애매모호한 장르의 영화는 시종일관 씽씽 내달리며 속도감을 즐긴다. 고속도로에서 시속 100Km 이상으로 달리다 보면 속도에 둔감해지듯이 영화는 스피드 레이서와 트릭스의 애정 장면 등 조금만 늘어지는 낌새만 보여도 지루하게 느껴질 만큼 그냥 내달린다. 그러다보니 복잡한 이야기 구조는 아예 생각조차 못한다. 속도 따라가기에 급급한데 이야기까지 꼬면 구경하지 말란 소리겠지. 그야말로 이야기도 단순, 직진 스타일이다.

 

각종 매체를 통해 '새로운 영상 혁명'이라며 광고해대는 만큼 시종일관 시신경을 자극해대는 영상은 그야말로 화려하기 그지없다. 유치찬란할 정도로 화려한 원색으로 채색된 영화는 분명히 실제 배우들이 출연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느껴지지 않는다. 이 점에서 나는 워쇼스키 형제의 시도가 100% 성공이라고 평가하기엔 좀 미흡하다고 생각한다. <베오울프>같은 영화적 시도 - 디지털 내지는 애니메이션 배우가 실제 배우를 대체하는 - 의 한계가 디지털 배우에 의한 연기가 인간만큼 깊고 섬세하게 표현되지 못한다는 점이었다면, 그 인물들만 실제 배우들로 교체한다면 그 한계를 깰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관점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막상 만화 속 세상에 실제 배우들을 투입시켜 봤더니 - 바로 <스피드레이서> - 실제 배우들이 애니메이션화하는 느낌이 되는 것이다. 과연 실제와 애니메이션, 양 부분이 어느 정도 배합되어야 하는 것일까? 아니면 배합으로는 해결되기 힘든 문제인 것인가? 그렇다보니 배우들의 연기를 평가한다는 것 자체가 좀 무리라고 보인다. 왜냐면 우리가 만화를 보면서 만화 캐릭터의 연기를 거론하지 않는 것처럼 <스피드레이서>에 출연한 배우들은 연기하는 것으로 보이질 않기 때문이다.

 

만화를 원작으로 했다는 걸 넘어서서 아예 만화처럼 구현된 영화라는 점에서 <스피드레이서>의 각종 장면은 말 그대로 만화적 표현을 실제처럼, 현란하게 재현해내고 있다. 네 번에 걸쳐 등장하는 레이싱 장면은 중력의 법칙 등 다양한 물리적 법칙을 가볍게 뛰어 넘어서며, 달려 나갈 때 바람을 표현하는 사선이 등장하기도 한다. 닌자와의 격투장면에서는 아버지(존 굿맨)의 손가락에 있는 레슬링 챔피언 반지가 크게 확대되며 닌자의 곤혹스런 신음소리로 바로 연결된다. 물론 기억이 구체적으로 나는 건 아니지만 어릴 적 봤던 만화를 연상시키는 장면들이 꽤 많이 등장하고 있어 워쇼스키 형제가 일본 만화광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입증해주고 있다.

 

요즘엔 프라모델이라 불리는 조립식 장난감. <달려라 번개호>의 인기에 따라 번개호도 조립식 장난감으로 문방구에 전시되어 있었고, 가격에 따라 저급한 번개호부터 꽤 정밀한 번개호까지 여러 등급의 번개호가 있었다. 나름 정밀했던 번개호에는 영화에서 나오듯이 점프를 위해 바닥에 설치된 네 개의 다리와 앞으로 튀어나와 장애물을 뚫는 역할을 하는 두 개의 톱니바퀴가 장착되어 있었다. 그래서 버튼을 누르면 자동차가 점프를 하기도 하고, 앞으로 톱니가 나오기도 했는데, 영상혁명 운운하기 이전에 이런 부분들을 통해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했다는 것 만으로 영화보는 시간 내내 묘한 행복감에 젖을 수 있었다.

 

※ 예전 기사에 의하면 비-정지훈이 영화에 출연하면서 일본인으로 비춰지는 게 부담스럽다는 등의 의견을 냈고, 나름 캐릭터의 변화가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그 때 기사를 보면서도 한국인으로 나오는지, 일본인으로 나오는지, 또는 중국인으로 나오는지가 난 그렇게 중요한 문제라고는 생각지 않았다.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도 들었는데, 막상 영화를 보니, 정지훈이 맡은 배역의 국적 등이 모호하게 처리되었다고는 하지만, 아버지, 여동생의 이름 등을 통해 일본인임을 쉽게 알 수 있었다. 당시의 기사가 어쩌면 언론 홍보용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에 괜스레 씁쓸해지기도 했는데, 앞으로 세계적인 유명 배우로 커나가려고 한다면 한국인의 정체성을 버리지는 않되, 좀 더 열린 마인드로 접근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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