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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한 사람의 죽음을 슬퍼하고 그리워하는 시간 또는 장소.... 너를 보내는 숲
ldk209 2008-05-10 오전 11:49:28 1706   [14]
소중한 사람의 죽음을 슬퍼하고 그리워하는 시간 또는 장소....

 

아이를 잃은 여자 마치코(오노 마치코)는 푸르름으로 채색된 숲에 자리 잡은 요양원에서 노인들을 돌보는 일을 시작한다. 이곳에서 33년 전에 아내가 죽은 시게키(우다 시게키) 노인을 만나는데, 치매 증세가 있는 그 노인이 보이는 거의 유일한 감각은 '그리움'이다. 우연찮게도 죽은 아내의 이름은 '마코'다. 시게키는 '나는 살아 있습니까?'란 이상한 질문을 한다. 스님은 이 질문에 대해 "살아 있다는 건 실감하는 것입니다" 시게키 노인이 애지중지하는 가방, 그 가방 안에는 33년 동안 써온 아내에 대한 그리움의 일기가 담겨 있다. 그러던 어느 날 마치코는 시게키 노인과 함께 아내의 무덤을 찾아가게 된다. 자동차 고장으로 숲 속에서 길을 잃은 마치코는 시게키 노인이 이끄는 대로 걸어간다. 그리고는 마침내 목적지를 찾아 헬기소리에 그들은 아내와 아이를 떠나보내는 의식을 치른다.

 

불교에서 33년이란 부처님의 세계에 들어가는 것을 의미한다고 한다. 즉, 33년이 되면 두 번 다시 이 세상으로 돌아올 수 없는 것이며, 이 세상에 살아 있는 사람과는 완전한 이별을 하는 것이다. 이 영화는 바로 가슴 속에서 차마 보내지 못하고 그리움으로 묶어 두었던 아내와 아이를 떠나보내는 장엄한 치유의 과정을 그리고 있다. 영화의 마지막 자막은 이렇게 끝이 난다. "모가리(殯). 소중한 사람의 죽음을 슬퍼하고 그리워하는 시간 또는 그 장소라는 뜻. 어원은 '모아가리'로 상(喪)이 끝난다는 뜻이다"

 

전체 상영시간이 1시간 37분인 이 영화는 양로원 또는 과거 회상을 통한 이야기를 35분에 마치고 나머지 1시간 이상을 마치코와 시게키가 숲속을 헤매고 다니는 장면으로 시종일관한다. 미리 시놉시스를 읽고 영화를 보긴 했지만, 나로선 이해하기 힘든 장면이 많았다. 다시 한 번 보면 이해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어쩌면 한 편의 문학소설을 읽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했는데, 차라리 책이었다면 내면의 또는 숨겨진 이야기가 더 담겨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들었다.

 

갑작스런 장면 전환에 이은 남편의 호통. 마치코는 남편이 던진 꽃으로 맞으면서까지 그저 죄송하다는 말만 반복한다. 대체 아이의 죽음에 무슨 사연이 있는 것일까? 남편은 외친다. "그날 왜 유세이의 손을 놓았지? 어째서 나는 살고 유세이는 죽은 거지?" 아마도 마치코는 아이의 손을 놓았고 그래서 아이가 죽은 모양이다. 어차피 마치코의 과거를 구체적으로 설명하지도 못할 이 장면은 왜 필요했던 것일까? 난 이 장면이 후반부의 비가 쏟아지는 숲속 장면과 연결되는 건 아닐까 생각한다. 시게키 노인이 이끄는 대로 숲속을 가던 마치코가 갑자기 울부짖는다. 약간의 물이 흐르는 계곡. 비는 쏟아지고 화면에선 급류가 떠밀려오는데, 그 거친 물이 언제 이 둘을 덮칠지 모르는 급박한 상황. 물론 둘은 급류가 밀려오는 걸 알지 못한다. 마치코의 울부짖음은 거의 혼이 나간 상태까지 나아간다. "제발 부탁입니다." 무엇이 그녀로 하여금 이 계곡을 건너는 것에 대해 미칠 정도로 울부짖게 만든 것일까? 혹시 비오는 날 계곡을 건너다 급류에 아이는 떠내려가고 순간적으로 아이의 손을 놓쳤던(또는 놓았던) 건 아닐까.

 

비에 홀딱 젖은 몸을 말리기 위해 모닥불을 피운 시게키와 마치코. 얼마 후 시게키는 추위에 떨고, 마치코는 그런 시게키를 위해 온 몸으로 온기를 전해준다. 이 장면에서 뭔가 전복된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전까지는 이름에서부터 마치코가 시게키에게는 아내의 환생으로 읽히는 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아내의 환생으로서의 마치코. 그런데, 이 장면에 와서 반대로 시게키는 마치코의 아들이 환생한 존재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생각은 맨 마지막 장면에 마치 엄마의 자궁 속 아이처럼 웅크린 시게키의 모습에서 더욱 확연해 졌다. 서로가 가장 그리워하는 존재로의 환생. 이게 둘의 교감의 원천인가?

 

제일 이해하기 힘들었던 건 둘의 여정이 시게키 아내인 마코의 무덤을 찾아가는 여정인데, 비가 내린 다음날 아침에 이미 시게키는 마코의 혼령을 만나 하늘하늘 춤추는 그녀를 떠나보냈다. 따라서 어떻게 보면 이후 여정은 시게키에게는 더 이상 의미 없는 여정일 수도 있다.(혼령을 만나 둘이서 춤추는 장면을 마치코는 무심히 바라본다. 분명 그녀의 눈에는 시게키 혼자 춤추는 기묘한 장면일 텐데 화면은 그런 마치코의 눈에 비친 장면을 잡아내지는 않는다.) 그런데 둘은 계속 숲을 걸어 최종 목적지인 무덤을 찾아 간다. 그런데 그들이 마지막 다다른 그곳은 아무리 봐도 무덤이 아니었다. 영화 보면서 너무 의아했다. 저건 길의 마지막이지, 무덤은 아니다. 그럼 무덤은 어디 있는가? 그 너머에 있는가? 아니면 무덤은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은 것인가? 아니면 내가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인가?

 

그곳에 도착한 시게키는 땅을 파서 33년간 기록한 자신의 애도일지를 파묻고는 마치 자궁 속 어린아이처럼 그 곳에 누우며 말한다. "나는 오랜 시간 동안 이 고통이 끝나기만을 기다렸습니다." 마츠코는 오르골을 연주하며 "이제 됐어요"라고 시게키를 도닥인다. 아... 이별이란 이 토록 어려운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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