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쇼스키 형제의 2003년작 매트릭스 리로디드의 포스터에는 '당신이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을 보게될것' 이란
인상적인 문구가 등장했다. 그리고 필자가 본 매트릭스는 광고 카피가 허풍이 아님을 증명했다.
우연인지 몰라도 이번 스피드 레이서의 광고 문구도 거의 똑같은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기대에 적극부응하는 영화는 아니었다.(개인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스피드 레이서는 예고편에 등장했던 장면 이상도 이하도 아닌 딱 고만한 수준의 볼거리와 영상을 보여준다.
그래서 '당신이 상상한 만큼 보게될것' 이란 광고 카피가 더 솔직하지 않을까 싶다.
알록달록한 총천연색의 화면은 영화가 보여주는 다소 무게있는 주제의식에 걸맞지 않게
'스파이 키드' 시리즈나 '찰리와 초콜릿공장' 같은 아동영화를 연상시킨다.
물론 애니메이션을 충실하게 실사화 시키려한 감독들의 의도가 반영되어서 인지 모르지만
그런것 쯤은 접어둔다 쳐도 주인공의 동생과 그의 애완용 침팬지는 극전개에 불필요한 인물들로 보인다.
고의적인 연출로 보이긴 하는데 이 둘은 중간 중간 극의 흐름을 끊어먹는 돌출행동을 한다.
덕분에 몇몇 장면에선 웃음이 나오는게 사실이지만 그 횟수가 더해가며
폭소는 서서히 실소로 바뀌었다.
뭐... 이정도 눈에 거슬리는 것들을 제외하면 스피드 레이서는 이야기와 볼거리 사이의 균형을
잘갖춘 블록버스터로 평할만 하다. 초반부터 관객들의 시선을 붙드는
놀라운 레이스 장면은 대단한 속도감과 긴장감을 유발시킨다. 엔진 폭발음만 듣고 있어도
가슴이 뻥뚫리는 느낌이랄까...
또 위험천만한 죽음의 레이스를 통해 보여지는 카푸(자동차로 쿵푸를 한다나 뭐라나 -_-;)
장면이 던져주는 시각적 쾌감도 제법 쏠쏠하다.
자동차가 좌우로 점프를 뛰고 바퀴에서 튀어나온 무기로 서로 싸우는 비현실적인 장면들은
전에 경험한적 없는 색다른 즐거움이다.
현실에 타협하지 않고 맞서서 변화시키려는 이들의 정당한 싸움 그리고 가족과의 갈등과 화해를
그려내는 드라마와 적절한 분량의 유머도 괜찮은 편이다.
그럼에도 몇몇 평론가들이 언급한것 처럼 '영상혁명' 이라는 찬사를 바칠만한 영화는
아니지 싶다. 분명 뛰어난 시각효과와 영상미를 보여주지만
창의적인 액션장면들에 비하자면 놀라운 수준은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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