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또래 사람들은 어렸을적 TV에서 해준 "번개호'라는 만화프로가 기억 날것이다. 그 프로가
시작될때면 만사를 제쳐두고 TV앞에 숨죽여 앉아 지켜 보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영화 '스피드
레이서' 로 제작되어 우리 앞에 나타났다. 그냥 지나치기에는 옛날의 기억이 내 어깨를 영화관
으로 잡아 이끈다.
주인공 ‘스피드 레이서’는 탁월한 재능 탓에 거대기업 로얄튼으로부터 스카우트 제의를 받는
다. 그는 로얄튼의 놀라운 외적 웅장함과 시스템에 압도되지만 끝내 거절한다. 회장은 스피드
의 치기어림을 꾸짖는다. 그리고 레이싱은 스포츠가 아니라 거대한 산업이고, 누가 이기고 지
느냐의 여부는 미리 결정돼있으며, 그 모든 조작된 현실을 받아들이는 게 진짜 레이서가 되는
길이라고 윽박지른다. 이를 뿌리치고 정정당당히 경주에 임하는데..
영화를 보는 내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억장이 무너지는 듯한 형식과 스타일의 파괴감
이다. 단연 당혹스럽다. 시작하자마자 레이서 가문의 사정과 맥락이 마하의 몽타주로 펼쳐진
다. 언뜻 성의 없게 느껴질 정도로 시간과 공간과 드라마가 나열되고 겹쳐져 흐트러진다.
'스피드 레이서'는 유치하다. 단순하다. 서사를 짓밟고 파괴해 끝내 부정하려는 듯 무모할 정
도로 빠르다. 지나치게 화려해서 속내보다 외형에 주력하는 것처럼 보인다. 종종 참을 수 없을
만큼 가벼이 팔랑거린다. 영화는 나오는 사람들의 제외하곤 그래픽으로 치장한 배경, 실사라
고는 찾아 보기 힘들어 실사를 중요시 여기는 관객에겐 다소 거리가 먼 '게임 매니아를 위한
영화인가?' 처럼 생각될수 있다. '번개호'를 그리워하던 나 조차도 그런 생각이 든다.아무튼
'번개호'의 추억을 되살려 줘서 감사할 따름이다.
여러분 좋은 영화 많이 감상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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