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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할 정도로 차분하고 정적인 폐쇄 공간... 선샤인
ldk209 2008-05-27 오전 11:17:54 1541   [6]
이상할 정도로 차분하고 정적인 폐쇄 공간...

 

새로운 좀비 영화는 더 이상 없을 것이라고 누구나 믿어 의심치 않을 때, 대니 보일 감독은 '아니다!'고 외치며 <28일후...>를 세상에 내놨고, 사람들은 열광했다. 이유도 모른 채 갑자기 나타난 좀비가 아닌, 과학적 근거(?)를 제시한 좀비의 출연. 그리고 심지어 이들은 기존 좀비에 달리는 기능이 추가된 새로운 버전의 좀비였다. 단지 그것만으로도 좀비 영화의 새로운 전설은 탄생했다. 그 영화를 통해 또 한 명의 스타가 탄생했는데, 바로 아일랜드 출신의 킬리언 머피(또는 실리언 머피, 자료마다 한글 표기 이름이 다르다)다. 대니 보일 감독은 <28일후...>를 통해 세계적 스타가 된 킬리언 머피와 다시 한 번 힘을 합쳐 기본 설정 자체는 대단히 매력적인 <선샤인>을 내놨고, 많은 사람들이 실망감에 고개를 떨구었다.

 

때는 2057년, 태양이 빛을 잃어가면서 지구 생명체의 멸종도 가까워지고 있다. 영화는 빛을 잃어가는 태양으로 인해 지구에서 일어나는 종말론적 상황 따위는 보여주지 않고 곧장 태양을 향해 가는 이카루스 2호 내부로 진입해 들어간다. 우주선의 이름 자체가 의미심장하다. 핵폭탄을 터뜨려 태양을 되살려야 하는 우주선의 이름이 태양을 향하다 날개가 녹아 버린 어리석음과 과욕을 상징하는 인물의 이름이라니. 후반부 느닷없이 신과 종교의 영역에 도전하는 인간의 어리석음 운운하며 삼천포로 빠져버린 건 이미 우주선 이름에서부터 예정되어 있었던 것인가.(이카루스는 태양에 가장 가깝게 접근하는 소행성의 이름이기도 하다. 물론 이 이름도 신화에서 따온 것이다)

 

태양이 빛을 잃는다는 건 지구 생명체의 종말을 의미한다. 지구가 점점 더워지는 온난화 현상이 시급한 현안인 상황에서 반대로 지구가 식는다는 설정은 아이러니하면서도 대단히 과학적이다. 왜냐하면 모든 별은 생성과 성장, 소멸의 단계를 거치기 때문이며, 그건 태양도 예외는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우주선의 공간은 곧 '폐쇄'를 의미하며 폐쇄적 공간에서 벌어지는 상황은 온갖 영화들을 떠올리게 할 만큼 익숙한 구도로서 작용한다. 그리고 태양을 향해 간다는 건 '죽음'을 의미한다. 죽음을 향해가는 폐쇄된 공간에서 인간의 근원적 욕망이 분출하지 않는 건 오히려 이상하다. 그래서 영화를 보면서 자연스럽게 <스피어>가 떠올랐다. 그런데, <선샤인>은 이상할 정도로 차분하며 정적이다. 슈퍼컴퓨터에 맡겼어야 할 궤도 변경 같은 중요한 일을 수동으로 처리했다가 발생한 심각한 손상을 입힌 대원만 정신적으로 이상해지며, 다른 대원들은 정말 이상할 정도로 무관심이다. 그런데 대체 그 대원은 왜 슈퍼컴퓨터에 그 일을 맡기지 않은 것일까.

 

<선샤인>이 차분하며 정적이라고 느껴지는 건, 이야기가 어디로 집중해서 흘러가는 지 보여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7년 전 실종된 이카루스 1호와의 랑데뷰는 물리학자인 캐파(킬리언 머피)의 결정에 맡겨지지만, 그의 결정은 물리학적 근거가 아닌 상식에 기초한 결정일 뿐이다. 많은 대원들은 뚜렷한 이유도 제시하지 못한 채 마치 태양에 눈이 먼 사람들처럼 몰려가기 시작한다. 물론 그게 죽음을 잠시만이라도 회피해 보고 싶은 인간적 욕망 내지는 그로 인한 광기의 표출이라면 모르겠지만 그렇다고 이해하기엔 아까도 말했지만 영화는 너무나 정적이고 차분하다. 영화 전체를 통틀어 살고 싶은 인간의 욕망을 가장 적절하게 표출한 건 분리된 이크루스 1호에서 2호로 가기 위해 필요한 우주복에 집착을 보인 부함장 뿐이다. 그 부함장은 바로 죽는다. 살고 싶은 인간적 욕망이 죽어야 할 이유인가?

 

그래놓고선 영화는 갑자기 설교를 설파해 대기 시작한다. 인간이 자연의 기본 법칙에 개입하는 건 신의 능력에 도전하는 것이라는 주장을 하기 위해 이 영화는 존재하는 것인가? <28일후...>를 통해 확인되었던 건 서스펜스에 대한 대니 보일 감독의 능력이었지만, <선샤인>은 그러한 능력을 전혀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이카루스 1호에 선원들이 들어갔을 때, 잠깐 잠깐 빛과 함께 비추는 선원들의 마치 좀비 같은 얼굴 정도.(순간적으로 깜짝 놀랐다) 죽음을 향해 가는 폐쇄적 공간에 인간들이 모였다. 그런데 별다른 긴장이 없다. 아마도 이게 이 영화의 가장 기이한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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