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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해(腐解)의 이면에는 왜 항상 슬픈 이야기가... 싸이보그지만 괜찮아
karamajov 2008-06-02 오후 10:42:30 2609   [1]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다들 보셨을거다. 나는 이 애니를 보면서 눈물을 많이 흘렸다. 하도 많이 울어서 나를 울게 만든 장면들을 일일이 열거하지는 못하겠는데, 아직까지 내 뇌리에 강렬하게 각인되있는 장면은 부해의 본질이 밝혀지는 장면이다. 즉 모두들 부해가 지독한 독기를 배출한다고 하여 파괴해버리려 했었는데, 실상 부해는 숲의 겉에서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깨끗한 물과 공기를 만들어내고 있었음이 밝혀지는 장면 말이다. 나우시카와 다른 한 명의 소년이 부해에 갔다가 괴충에 쫓기는 급박한 와중에 모래늪에 빠져 부해의 심층부로 떨어지게 되고 그들은 이 정화의 광격을 목격하게 된다. 이때 나우시카와 소년의 느낌이 어땠는지는 모르겠는데 나는 진짜 나 태어나서 그렇게 서럽게 운적은 별로 없다 싶을 정도로 흐느꼈다. 왜냐하면 부해와 그곳에 사는 괴충들이 그동안 사람들에게 받았던 모욕적인 처사들과 그로인한 그들의 아픔이 나에게 절절하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왜 그렇게까지 절절하게 다가왔는가. 왜냐하면 부해는 오해당하고 있었음에도 오해하는 주체에게 변명조차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인간과 부해는 서로 언어가 다르기에 의사소통이 안 되서 자기의 진짜 모습을 알려주고 싶어도 알려줄수가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부해가 선택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방법은 비언어적인 바디랭귀지밖에 없는데, 이를 통해 전달하는것이 고작 독가스를 뿜어내는 숲과 그 숲에서 살아가는 거대하고 흉측하며 혐오스럽게 생긴 곤충들뿐이니 이것으로는 부해의 진실을 요만큼도 보여줄 수 없는 것이다.

 

정리하자면 이 지독한 비극의 근원에서는 '특정한 형태의 소통불능'이라는 개념이 발견된다. 이 소통행위의 두 축중 하나는 일반적이며 정상적인 것이고 다른 하나는 특이한 것인데 이 특이한 녀석은 항상 그 속에 너무나 고결한 어떤것을 가지고 있는 동시에, 일반의 축에서 보기에는 너무나도 혐오스러운 외양을 갖추고 있다. 그러니 이 소통은 그 첫발을 내딛는게 아예 불가능해보이며 특이의 축은 어떤 우연한 계기로 그 허물이 벗겨질때까지 평생 그 고결한 본질을 아무에게도 인정받지 못한채 오해속에서 살아가야 하는 것이다.

 

본 영화 <<싸이보그지만 괜찮아>> 에서 나는 위에서 설명한 '너무나도 비극적인 오해의 구조'와 유사한 구조를 발견한다. 우리나라에서는 터부시되는 정신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 그리고 그들을 이해할 수 없다는 혹은 일종의 혐오를 담은 시선으로 쳐다보는 일반사람들. 하지만 우리는 그 비정상적인 정신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 너무나도 순수하고 투명한 어떤 것을 품고 있음을 알기에 이 시선은 우리의 가슴을 견딜수 없이 아프게 한다. 이 시선으로 인해 우리는 특이한 존재들이 품고 있는 그 연약하며 고결한것에 한걸음 다가설 기회조차 잡을 수 없다.

 

현실은 이렇지만 영화에서 박찬욱 감독의 시선은 너무도 포용적이었고, 그 시선을 실천하는 일수(비분)의 모습이 너무 보기 좋았다. 특히 자칭 사이보그인 영군(임수정분)의 세계관을 일말의 거부없이 완전하게 포용해버린채, 어떻게든 밥을 먹여서 그녀를 살려보겠다는 일념하에 등뒤에 에너지전환기같은 기계장치를 설치해주는 일수의 모습을 보면서는 갑자기 울음이 터져버렸다. 영화내내 감독의 시선과 영군과 일수의 행적을 따라가면서 그들이 품고있는 보물들을 많이도 발견하고 어루만지며 계속 미안하다고 말했다. 오해해서 미안하다고. 정상의 기준에서 보면 이해할 수 없던 것들이 특이와 비정상을 포용하면서 바라보니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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