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을 위한 진통....
한 때 소설로 평단의 주목을 받았으나 이제는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자존심만 살아 있는 버나드(제프 다니엘스). 남편 때문에 뒤늦게 글을 쓰기 시작했지만 이제는 남편보다 더 유명해진 아내 조안(로라 리니). 그 때문인지 남편은 사사건건 아내의 신경을 건드리고 급기야 이혼을 하기로 한다. 이미 한 차례 바람을 피웠던 조안은 프랭크의 테니스 강사와 새로운 연인 관계로 발전하고 버나드는 학교에서 소설을 가르치는 어린 제자 릴리와 묘한 관계로 빠져든다.
이 영화의 배경은 1986년의 브룩클린이다. 한참 사춘기란 민감한 시기를 지나고 있는 주인공 월트에게 부모는 거의 절대적 무오류의 존재로 자리 잡고 있다. 특히 아버지에 대한 믿음은 절대적이어서 사사건건 어머니보다는 아버지 편을 드는 경우가 많다. 그건 월트 시각으로 보기에 잘 나가는 어머니가 아버지를 업신여기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며, 아버지 역시 그런 월트의 시각을 교정해주려 하지 않는다. 그런 월트에게 부모의 이혼은 완벽하다고 생각했던 세계의 첫 파열음이었다.
부모의 이혼과 아이들의 정신적 혼란. 월트는 정작 자신은 읽지도 않았지만 아버지로부터 들은 책에 관한 온갖 철학적 얘기로 여자 친구의 관심을 사려하고, 동생 프랭크는 자위행위 후 배출된 정자를 학교 여기저기에 바르고 다닌다. 월트의 과시욕은 학예회에서 자신이 만들지 않은 노래를 자기 노래라며 부르고 상을 받은 뒤 탄로가 나면서 위기에 처하고 결국 첫사랑은 실패로 돌아간다.(Hey You는 Pink Floyd가 1979년 발표한 걸작 앨범 <The Wall>의 B면 첫 곡으로 앨범이 빌보드 차트 1위에 오르는 등 엄청난 판매고를 올렸다는 점에서 아무도 그 노래를 몰랐다는 게 좀 이해는 되지 않지만 어쩌면 감독이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노래를 사용한 것은 아닐까 싶다) 물론 정신적 혼란은 아이들만 겪는 건 아니다. 조안은 프랭크의 테니스 강사와 사랑에 빠지고 버나드는 월트가 짝사랑하는 어린 대학생과 성관계를 가진다.
이 모든 것들은 월트가 상상했던 완전무결한 세계가 깨져나감을 의미한다. 그리고 그런 균열과 해체는 월트의 성장을 위한 진통이며 <데미안>의 알이 깨져 나가는 과정이다. 진실을 마주대한다는 건 어느 경우에서나 고통을 동반한다. 영화 제목인 <오징어와 고래>는 월트에게 공포의 대상이다. 어릴 적 자연사박물관에서 오징어와 고래 모형을 바로 보지 못하고 도망쳐 나왔던 월트는 이제야 비로소 공포를 벗고 오징어와 고래를 응시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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