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여구를 배제한 액션만을 위한 액션영화....
조직을 배신했던 아화의 집으로 네 친구가 찾아온다. 둘은 보스의 명령으로 아화를 죽이기 위해, 둘은 아화를 보호하기 위해. 그렇게 친구들은 서로를 향해 총을 쏘다가 아화의 아기 울음소리가 나자 총격전을 멈추고 이삿짐을 나른다(-,-;;). 그리고는 예전처럼 다섯이서 현상금을 노려 마카오의 폭력조직 보스를 죽이려고 하지만, 일이 잘못되어 오히려 쫓기는 신세가 된다. 그러나 이 영화의 스토리를 정리하는 건 큰 의미가 없으며, 영화는 마치 총격전 직전의 모습과 총격전 장면, 그리고 다음 총격전까지의 이동 장면만을 모아 놓은 듯하다.
<익사일>은 예전엔 자주 볼 수 있었지만, 최근 들어와 보기 힘들어진 순수한 액션만을 위한 액션 영화다. 대사도 거의 없어서 무성 영화로 제작했어도 되겠다 싶은 생각이 들 정도다. 다섯 사내들은 모든 물건들을 던지고 받는다. 음료수 캔, 총, 열쇠, 동전, 심지어 양주병까지 던지고 잘도 받는다. 가끔은 유치찬란할 정도의 작위적 설정과 무지한 여성으로 인해 용감한 남성들이 죽게 된다는 뻔한 클리셰들이 난무하긴 하지만 폼생폼사의 다섯 사내가 불나비처럼 죽음을 향해 돌진하는 비장미 하나만큼은 남성(!)의 가슴을 흔들어 놓는다.
<익사일>엔 다섯 개 정도의 주요한 액션 시퀀스가 등장한다. 도입부의 다섯 친구 사이의 총격전, 마카오 조직 폭력배를 암살하러 갔다가 벌이는 총격전, 아화의 치료 도중 벌어지는 총격전, 쫓기다가 우연히 금괴 수송 차량을 발견하고 벌어지는 총격전, 마지막 대미를 장식하는 총격전. 그 중에서 아화가 다쳐 치료를 받는 돌팔이 의사의 병원에서 벌어지는 액션 장면은 정말 한 마디로 죽음이다. 좁은 공간에서 서로 총을 쏘다가 주인공들이 계단을 내려오며 응사를 벌인다. 카메라는 이 광경을 약간 원거리에서 고정한 채 지켜보고 있는데, 그 파열음과 번쩍거리는 빛의 조화는 계속 리플레이하고 싶은 욕구를 불러일으킨다.
대미를 장식하는 총격전도 짧지만 매우 인상적으로 마무리된다. 총격전이 벌어지기 직전에 즉석 사진을 찍는 장면이 좀 식상하긴 해도 음료수 캔 하나가 땅이 떨어지는 그 짧은 순간에 벌어지는 부감 숏으로 찍은 공멸의 액션 시퀀스는 마치 <이퀼리브리엄>의 화려한 액션 장면을 예술적으로 우아하게 재구성한 느낌을 준다.
어릴 적, 무수히 많은 홍콩 영화를 보며 자랐지만, 그다지 홍콩 영화를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 그러나 가끔 <익사일>과 같은 영화를 보면, 오랫동안 시도해 온 장르 영화의 저력이 느껴지고는 한다. 그럼 한국 영화하면 어떤 장르, 또는 색깔이 떠올려질까.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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