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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소녀의 시체, 그 주위를 맴도는 살아 있는 여성들의 이야기... 데드걸
ldk209 2008-06-12 오후 1:49:54 2493   [8]
죽은 소녀의 시체, 그 주위를 맴도는 살아 있는 여성들의 이야기...★★★☆

 

<데드걸>은 총 다섯 개의 챕터로 구분되어 있는 일종의 옴니버스 영화다. 제1화는 우연히 시체를 발견한 여인의 변화, 제2화는 죽은 시체가 오랫동안 찾아 헤맨 언니라고 확신한 여인의 변화, 제3화는 연쇄 살인범인 남편의 정체를 알게 된 여인의 고뇌, 제4화는 사라진 딸의 흔적을 찾아 나선 어머니의 고뇌, 마지막 제5화는 죽은 소녀의 마지막을 보여준다.

 

즉, 사망한 본인의 얘기를 제외하면 제1, 2화는 죽은 이와 직접 관련이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인 반면, 제3, 4화는 죽은 이와 직접 관련이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어 둘 사이에 약간의 불균질한 느낌을 가질 수 있다. 그래서인지 보는 사람에 따라서는 선호도가 달리 나타나기도 하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 제1, 2화 쪽에 좀 더 마음이 간다. 직접 관련된 사람들보다는 사실은 나와 직접 관련이 없는 사건으로 인해 내 자신이 변화된다는 설정이 왠지 좀 더 철학적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제1화에서 아든이 참혹한 현실을 벗어나기로 한 결정이 주체적 결정이라기보다 남성에 기대어 이루어졌다는 건 못내 아쉽다. 물론 감독의 의도인 것 같긴 하다. 제2화에서 흥미로웠던 건 주인공인 레아의 변화였다. ‘오랜 병에 효자 없다’는 말처럼 레아는 발견된 시체가 언니이길 바란다. 15년 동안 언니를 찾아 헤매면서 피폐해진 삶을 회복하고 싶어 하는 레아의 바람은 과학적 확신이라기보다는 일종의 신념처럼 보인다. ‘언니여야만 해’. 언니라는 게 확실해질수록 레아는 밝아진다. 언니의 시체를 발견함으로서 정상적 삶을 살 수 있다는 묘한 기쁨의 흔적이 발견되기도 하는데, 모성의 입장과 자매의 입장이 부딪치는 부분은 이 영화의 백미다.

 

범인의 부인 얘기를 다룬 제3화도 꽤 흥미롭다. 특히 부인이 남편을 경찰에 신고하지 않고 현실 그대로를 유지하기로 한 결정(자신의 속옷까지 벗어 불태우는 장면)은 그 뒤로 무수한 번민이 자리 잡고 있었음을 예상할 수 있다. 지긋지긋한 결혼생활을 청산할까? 아니면 익숙한 현실을 안고 살아갈까? 누군가는 이를 최악과 차악 사이의 고민이라고 표현하든데, 보통 선거 때 비슷한 고민을 많이 했던 나로서는 상당히 공감 가는 고민이었다.

 

노래 <You Are My Sunshine>이 귀에 착착 감기는 제4화는 죽은 소녀의 어머니 얘기다. 헐리웃 배우 중 대표적 진보파로 유명한 마샤 게이 하든의 연기는 안정적이다. 자신이 모르고 있던 딸의 충격적인 진실 앞에 망연자실해 하지만 그 딸이 남긴 아름다운 흔적을 챙기는 어머니의 마음은 어디나 똑같은 것 같다. 다만 마지막에 딸의 친구에게 손을 내밀며 일종의 여성연대를 시도하는 장면은 좀 식상하긴 하다.

 

마지막 5화는 죽은 소녀, 당사자의 얘기다. 브리트니 머피. 헐리웃 배우 중 인간성 좋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정도라는데, <씬시티>에서도 그랬지만 약간 싸보이는 퇴폐적 창녀 역에 묘하게 잘 어울린다. 영화에서는 소녀의 죽음을 직접 보여주지는 않고, 범인과 조우하는 장면에서 막을 내린다.

 

한 때 TV 드라마 배우였던 여성감독 카렌 몬크리프의 <데드걸>은 그녀의 실제 경험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된 영화라고 한다. 한 성매매 여성이 무참하게 살해당한 사건의 재판에 배심원으로 참여하게 된 카렌 몬크리프는 피해자 여성이 “난잡한 인간 혹은 무고한 희생양이 아니라, 모순으로 가득 찬 한 명의 복잡한 인간”이라는 사실을 체감했고, 깨달음을 계기로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영화에서 보이는 마약 중독에, 몸을 팔아 하루를 연명하는 삶을 살면서도 하나뿐인 딸에게 무한한 애정을 쏟는 <데드걸>의 캐릭터는 그녀가 목도했던 피해 여성의 삶을 고스란히 옮겨놓은 것이다. 진실을 담아서일까. 영화가 끝나고 한동안 가슴이 먹먹했다. 진실은 사람을 감동시키는 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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