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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저것 끌어 모아, 화끈한 한판... 둠스데이 : 지구 최후의 날
ldk209 2008-06-20 오후 6:20:00 16772   [33]
이것저것 끌어 모아, 화끈한 한판... ★★★★

 

1999년 지구가 멸망할 것이라는 한 유명 예언가의 예언으로 유달리 그 즈음해서 지구 멸망을 다룬 영화들이 많았던 것으로 기억난다. 그 중에서 지구 멸망을 <아마겟돈>과 같이 지구와 다른 행성의 충돌을 원인으로 내세운 영화도 있었지만, 바이러스의 창궐만큼 현실적이면서 끔찍한 멸망은 없는 것 같다. 실제 바이러스로 인류 멸망이 가능할까? 많은 과학자들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한다. 에이즈 바이러스도 그렇지만, 현재의 과학 수준으로도 발견한 바이러스보다 발견하지 못한 바이러스가 훨씬 많으며, 이 중에서 첫째, 한 번 걸리면 생명에 치명적 타격이 가해질 것, 둘째, 공기나 물로 전염이 가능할 것, 셋째, 인체 내 잠복기가 길 것, 넷째, 변형 능력이 뛰어날 것. 이와 같은 네 가지 조건이 갖춰져 있는 소위 슈퍼 바이러스가 발견 내지는 탄생하게 되면 인류는 멸망할 수 있을 것이란다.

 

그런데, 반대로 아무리 치명적 바이러스라도 인류 멸망까지는 이르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제시된다. 이런 의견에 의하면 바이러스가 살기 위해서라도 최소한의 숙주는 살려 놓는다(?)는 것이다. 예전에 호주에선가 토끼를 죽이는 치명적 바이러스가 번져 초토화되는 가운데서도 대략 2% 정도의 토끼는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살아남았다는 것이다. 2%라... 그 정도만 살아남을 것이라면 차라리 그냥 다 끝나 버리는 게 나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영국 스코틀랜드 지역 글래스고에서 치명적 바이러스가 창궐해 사람들이 죽어 나가자 영국 정부는 북부 지역에 거대한 성벽을 만들고 바이러스 창궐 지역을 격리한다. 그리고는 장벽에 접근하려는 어떠한 움직임에 대해서도 살상으로 응대한다. 그리고 25년 뒤, 런던에서 리퍼 바이러스가 창궐하기 시작한다. 3년 전부터 글래스고에 생존자가 있다는 사실(이들이 어쩌면 바이러스에 살아남은 2%일지도 모른다)을 알고도 숨겨온 정부는 여전사 이든 싱클레어(로나 미트라)를 중심으로 한 소수 정예부대를 투입, 치료제를 48시간 안에 구해 오라는 미션을 내린다. 그러나 성벽의 안쪽은 일종의 지옥이다. 식인을 하는 평크족 스타일의 무리가 일행을 공격하고, 치료제 연구를 하던 의사는 오래된 성벽에서 마치 중세 영주와 같은 모습으로 주민들을 지배하고 있다.

 

<둠스데이>는 <디센트>로 호평을 받은 닐 마샬 감독의 차기작이다. 보통 사람들이 극장에서 봐야만 하는 영화를 꼽는 경우가 있는데, <디센트>는 필히 극장에서 봐야 할 영화였다. 닐 마샬 감독은 매우 영리하게 동굴의 어두운 부분을 극장 내부의 어두움과 연결시켜 보는 관객들이 동굴 속에 들어와 있는 느낌을 주게 하였고, 이 때문에 공포는 배가되었다. 그리고 얘기는 집중되어 있었고, 미끈했다. <디센트>로 인해 기대를 안고 <둠스데이>를 봤다고 하면 분명히 실망했을 가능성이 크다. 사실 두 영화는 너무 다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공포를 만드는 감독의 재능은 충분히 발휘된다.

 

난 이 영화가 일종의 뮤직 드라마라고 느꼈다. 영화는 시종일관 귀청을 때리는 강렬한 음악이 배경에 흐르고 스토리는 과장되며 머리는 터지고 잘리고 온갖 잔인함이 화면을 적신다. 거기에 이 영화를 이루는 많은 요소들은 창의적이라기보다 여기저기서 끌어 모은 것들로 도배되어 있다. 인류를 구할 숙명을 안고 있는 존재, 즉 메시아적 존재가 순수한 어린 소녀라는 점이나 어릴 때 글래스고에서 겨우 탈출에 성공한 소녀가 여전사로 성장해 회귀한다는 설정 등은 식상할 정도로 너무 뻔하다. 심지어 마지막 글래스고에 남아 새로운 지도자가 되는 (것처럼 보이는) 이든 싱클레어의 모습은 <지옥의 묵시록>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그럼에도 나는 이 영화를 매우 흥미롭게 봤다. 우선 사지에 남겨진 사람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그곳에서 살아남기 위해 어떤 식의 행태를 보이느냐 하는 것. 집단적으로는 분명히 마치 데쓰락 내지는 헤비 펑크족의 외양과 문화를 지닌 이들과 과거의 순수함으로 돌아가자며 마녀 사냥을 행하는 이들은 극단적으로 갈리는 듯하지만 본질적으로 이 두 집단은 살육과 공포로 지배되고 있다는 점에서 공통의 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탈출구가 없는 피지배자의 적극적 동의구조 하에서 체제가 유지된다는 점에서도 역시 동일하다. 그러나 이러한 집단은 현 지배자가 몰락하는 그 순간, 바로 다른 지배자로 말을 갈아탄다.

 

거기에 진실을 은폐하고 국민을 죽음으로 몰아넣으면서도 정치적으로 이득을 취하려는 정부의 음모에 대한 묘사는 지극히 현실적이고 노골적인 비판이다. 이러한 묘사를 보고 세계에 존재하는 정부 중 어느 정부를 연상하는지는 보는 사람들의 자유다. 다만, 졸속 협상으로 국민을 불안하게 하고, 그런 국민의 불안을 괴담으로 또는 특정 집단의 선동으로 치부하며, 중요한 정보를 숨기거나 잘못 해석한 이 땅의 정부가 떠오르는 건 어쩌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이것저것 끌어 모았다는 것 자체가 흠이 되는 건 아니다. 창의적이지 않으며 잔인하긴 해도(그것 때문에 좋아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이 영화는 정말로 화끈하다.

 


(총 0명 참여)
petit18
그러려니해도..헐리웃영화라서..볼거리는 흥미진진 하던데요..   
2008-06-25 10:57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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