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친구 하나 만들기.... ★★★
평생 자동차 정비사로 일하다 갑작스레 암 선고를 받고 병원에 입원한 카터(모건 프리먼)는 ‘버킷 리스트’를 만들기 시작한다. 한편, 병원을 운영하는 재벌 사업가인 에드워드(잭 니콜슨)도 암 선고를 받고는 ‘2인 1실’이라는 병원 운영 원칙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카터와 한 병실을 쓰게 된다. 어쩔 수 없이 같이 있어야 하는 공간, 그리고 죽어가고 있다는 공통점으로 인해 급속히 가까워진 둘은 ‘버킷 리스트’를 실현하겠노라며 병원을 나가, 전 세계를 돌아다닌다.
버킷 리스트란 살아 있는 동안에 꼭 해야 할 목록을 의미한다고 한다. 이들이 만든 버킷 리스트의 목록을 보면 재벌인 에드워드는 춤도 추고, 총도 쏴보고, 칼도 휘둘러보고 등 신나게 즐기는 것 위주의 목록이고, 카터의 목록은 ‘장엄한 것 직접 보기’, ‘눈물 나도록 웃어보기’, ‘모르는 사람 도와주기’ 등 왠지 철학적인 느낌의 목록이다. 에드워드가 작성한 목록 중 ‘세상에서 가장 예쁜 소녀와 키스하기’는 마지막에 보는 사람의 마음을 뭉클하게 하는 비장의 카드로 활용된다.
잭 니콜슨과 모건 프리먼이라는 대 배우 두 명을 캐스팅한 <버킷 리스트>는 삶의 마지막 순간에 마주하게 되는 깨달음, 진실 등을 전하고자 하는 영화다. 그러나 영화의 목적이 제대로 구현되었는지는 좀 의문이다. 왜냐하면 그러기엔 이 둘이 펼치는 돈 잔치가 너무 화려하기 때문이다. 과도한 화려함은 유치찬란함과 연결되고 화려한 빛은 종종 진실을 감추기 마련이다. ‘스카이다이빙’, ‘카레이스’로 새로운 삶(?)을 시작한 이들은 전용 비행기를 타고는 세계적인 관광 명소를 방문한다. 한 때 <내셔널 지오그래픽 트래블러>가 선정했다는 ‘일생 동안 꼭 가봐야 할 여행지 50곳’이 싸이홈피를 중심으로 돌아다닌 적이 있었다. 특별한 경우가 아닌 다음에는 그저 희망사항에 머무를 여행지 방문이 <버킷 리스트>의 주인공 정도 되는 상황이라면 결코 희망 사항만은 아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유명 관광지를 여행하며 화려한 만찬을 즐기던 이들이 가족의 소중함을 느끼고는 집으로 돌아오는 설정도 좀 느닷없으며, 잭 니콜슨과 모건 프리먼이라는 대배우의 기존 이미지를 너무 과도하게 활용하는 것도 그다지 좋아보이진 않는다. 그래도 마지막 부분에서 나름의 감동을 받게 되는 건 두 배우의 무게감과 연륜 때문일 것이다. 영화를 보고 난 뒤 나도 나름의 <버킷 리스트>를 만들어 보기로 했다. 그 첫 번째는 ‘사고방식이 단순한 재벌 친구 하나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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