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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고 지내던 첫사랑을 만나다..... M (엠)
ldk209 2008-06-30 오후 2:17:19 2314   [7]
잊고 지내던 첫사랑을 만나다..... ★★★☆

 

겉으로만 보면 잘 생긴 얼굴에 젊은 천재 작가이며, 부유한 약혼녀 은혜(공효진)와 결혼을 앞두고 있는 젊은 천재 작가 한민우(강동원)는 부러울 게 없을 것 같다. 그러나 그는 오랫동안 글을 쓰지 못하는 창작의 고통을 겪고 있다. 언제부터인가는 누군가 자신을 주시하고 있다는 느낌에 불안해한다. 과연 누구일까? 그러던 어느 날, 그는 허름한 골목길에 자리 잡은 루팡 바를 찾게 되고, 그 곳에서 오랫동안 잊고 지내던 첫사랑 미미(이연희)를 만나게 된다. 미미는 민우에게 말한다. 머릿속에서 맴맴 도는 이야기들을 담배 연기처럼 내 뱉어 보라고... 민우는 담배 연기를 내 뱉듯이 완전히 잊고 지내던 옛 사랑의 흔적을 찾아 헤매기 시작한다.

 

이명세 감독은 매우 스타일리스트한 감독이다.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던 <인정사정 볼 것 없다>의 몇 몇 유명한 장면들, 그리고 그 스타일을 확장한 <형사 (Duelist)>. <엠>은 이명세 감독이 꿈꿔왔던 영화적 문법을 극단으로 치고 나간 작품이며, 흥행성과는 별개로 충분히 음미할 만한 가치가 있는 영화다. 이명세 감독은 한 인터뷰에서 “영화를 보면서 커다란 혼돈에 빠지는 경험을 할 것”이라며 “그 혼돈에서 깨어났을 때 정말 좋은 꿈을 꿨다는 생각이 들었으면 좋겠다”고 말한 바 있다. 영화는 말 그대로 마치 카메라로 써나간 ‘꿈의 해석’이라 해도 무방하다.

 

우리는 매일 밤 꿈을 꾼다. 선명하게 기억나는 꿈도 있고, 기억나지 않는 꿈도 있다. 또는 그 꿈을 꾼 것인지 아니면 현실인지 구분하기 힘든 비몽사몽의 경계에 서 있을 때도 있다. 꿈을 왜 꾸는 것인지는 생물학적으로 규명이 가능한 얘기겠지만, 대체 그 꿈을 왜 꾼 것인지는 아무리 생각해도 밝혀내기 힘든 과제가 아닐까 생각이 든다.(정신학적으로 추론은 가능하게지) 그건 순전히 내 개인적 경험 때문이다. 제발 꿈에 나와 줬으면 하는 연인은 나오지 않고 전혀 생각지도 않은 엉뚱한 인물이 꿈을 장식하는 경우가 있다. 그것도 마치 내가 그녀에게 평소 연민을 가지고 있었던 것처럼 말이다. 그것만이 아니다. 전혀 모르는 여인이 오랫동안 알고 있는 사이처럼 나오기도 하고, 겉은 옛집인데, 내부 구조는 지금 살고 있는 집에 내가 살고 있기도 하다. 꿈에서의 공간은 뒤틀려 존재하고 시간의 흐름도 꼬여 있다. 마치 데이비드 린치 감독의 영화처럼.

 

오랫동안 잊고 지내던 첫사랑이 어느 날 갑자기 꿈에 등장했다. 처음엔 그녀의 얼굴조차 생소하다. 그런데 생각하면 할수록 그녀는 오랫동안 내 곁에 있었던 느낌이다. 만나기로 했던 비오는 어느 날 저녁, 그녀는 약속장소에 나타나지 않았다. 난 그저 그녀가 나를 떠나기로 했다고 생각했다. 왜냐면 나 역시 말도 없이 그녀를 떠났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녀는 뭔가 할 말이 많은 모양이다. 과연 그날 저녁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나는 그녀의 흔적 또는 나와 그녀의 추억을 더듬어 거슬러 올라가 본다. 그리고 그 끝에는 가슴이 저려오는 아픈 진실이 담겨져 있다.

 

<엠>의 이야기 자체는 매우 진부하다. 드라마라든가 발라드 음악의 뮤직비디오로 수없이 제작되었을 첫사랑의 아픈 추억. 이런 진부한 이야기를 이명세 감독은 자신만의 스타일로 감싸고 든다. 강렬한 명암의 대비, 선풍기를 따라 변조되는 음성, 컷을 나누지 않고 속마음을 드러내는 방식, 꿈을 통해 경험할 수 있는 여러 기이한 현상들, 그리고 데자뷰. 이런 시도는 성공한 것일까? 영화의 마지막 부분, 미미의 진실을 알게 된 민우가 현실에선 존재하지 않는 루팡 바 앞에서 처연하게 서 있는 모습은 보는 나의 가슴을 애닮게 했다. 즉, 감독이 의도한 감정의 전달은 분명히 성공한 듯 보였다.

 

그런데, 이명세 감독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나아간다. 오래 전 민우와 미미의 행복한 한 때로 날아간 플래시 백 장면, 그리고 미미의 나래이션. 한 걸음 더 나아간다. 현재 민우와 은혜의 신혼여행까지. 감정과 적당한 거리를 유지함으로서 오히려 가슴 아픈 진실을 느끼도록 배려했던 영화는 마지막에 와서 갑자기 신파로 돌변하더니, 구구절절 설명을 늘어놓는다. 관객이 느끼기 힘들었다고 생각했던 것일까? 애닮던 감정에 의문부호가 붙으면서 내 가슴은 차가워진다. 정말 잘라내고 싶은 마지막 5분이었다.

 

※ 강동원의 행보는 분명히 다른 젊은 배우들과는 현격한 차이를 보인다. 배우로서의 정체성 확립일까? 아니면 기획사의 의도일까? 어쨌든 연기력은 아직 미지수지만, 배우로서의 자세는 분명히 인정해 줄만 하다. 그러나 강동원과 같은 배우가 대중들과 너무 거리가 멀어지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좀 더 대중적 작품에서 만날 수 있기를.

 

※ <백만장자의 첫사랑>에서도 그랬지만, 이연희만큼 아련한 첫사랑의 이미지를 잘 표현해내는 배우는 없는 것 같다. 표현하는 게 아니라 이현희가 바로 첫사랑의 이미지 그 자체다. 따라서 조금만 오버해도 과잉으로 비춰질 수 있는 위험이 있다. 분명 <내 사랑>의 이연희는 이미지의 과잉이었다.

 

※ 반면 공효진은 현실적 여인의 느낌이 강하다. 정말 현실에서만 존재할 것 같은 여인. <가족이 탄생>에서도, <행복>에서도, 그리고 <엠>에서도 공효진은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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