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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석유 자본 성공 신화의 이면.... 데어 윌 비 블러드
ldk209 2008-07-02 오전 11:23:16 5442   [15]
미국 석유 자본 성공 신화의 이면.... ★★★★☆

 

석유 붐으로 급변하던 캘리포니아 서부가 <데어 윌 비 블러드>의 무대다. 이 영화에서 다니엘 플레인뷰(다니엘 데이 루이스)는 죽은 동료의 아들을 거둬들여 홀로 키우며 별 볼일 없는 은광 광부에서 석유업계의 거물로 자수성가하는 과정을 진득하면서도 광기 넘치게 그리고 있다.

 

영화는 처음부터 보는 관객의 기를 팍 죽이며 시작한다. 세상에. 무성 영화도 아니고, 15분 여 동안 대사 한 마디 없이, 독백 한 마디 없이, 영화는 묵묵히 플레인뷰가 지하로 내려가 은을 캐는 장면을 실시간 중계하듯이 보여준다. 나무로 된 계단이 무너지고 플레인뷰는 중력의 법칙을 이기지 못하고 지하 갱도로 떨어진다. 플레인뷰는 무거운 은을 끌고는 사람 한 명 없는 넓은 황무지를 기어가 자신에게 돈을 쥐어 줄 사람을 찾아낸다. 돈에 집착하는 무서운 집념. 그의 모든 가치는 돈으로 집중하는 듯 보인다. 그가 자신의 핏줄도 아닌 H.W.를 키우는 이유도 사랑이라기보다는 패밀리 기업을 과시하기 위한 목적이며, 따라서 그가 돈과 아들 가운데, 돈을 택한 건 너무나 당연해 보인다.

 

그런 그에게 광신도인 엘라이 목사(폴 다노)는 위기이자 기회다. 그건 서로에게 마찬가지다. 공통의 이해관계에 기반을 둔 연대. 교회는 교세를 확장하고 넓은 교회를 짓기 위해 자본이 필요하며, 자본은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신앙을 필요로 한다. 석유와 기독교 근본주의의 연대는 이라크 전쟁, 그 자체다. 물론, <데어 윌 비 블러드>에 나오는 교회는 기독교 근본주의가 아니라 제3계시교라고 하는 일종의 극단적 분파라고 하지만, 영화에서 그려지는 종교를 내세우면서 세속적 이익을 채워나가는 그들의 방식이 굳이 그들만의 방식은 아니며, 현재 대한민국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방식이다.

 

이 영화를 보면서 엉뚱하게도 아메리카 원주민의 역사가 떠올랐다. 아마도 그건 미국 교회의 역사와 연관되기 때문일 것인데, 남미 원주민들이 백인과의 혼혈 등을 통해서 현재까지도 이어져 내려오고 있는 반면, 북미 원주민들은 거의 전멸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이는 초기 남미 정복을 위해 들어온 유럽인들은 남성 위주였으며, 힘든 일을 시키기 위해서는 남성 원주민이, 섹스와 집안일을 위해선 여성 원주민이 필요했으므로 전투 과정을 제외하고는 원주민을 살려 둬야 했다. 반면, 북미의 경우 주로 가족 단위를 중심으로 한 청교도들이 중심이었다. 이들은 대부분의 일과 성욕이 자체적으로 해소 가능했으므로 굳이 원주민의 존재가 필요치 않았다. 게다가 종교적으로 선민의식에 사로잡혀 있는 청교도였기 때문에, 이교도들은 죽여도 된다는 종교적 의식으로 무장되어 있었다. 대규모 농장 경영으로 일손이 필요했을 때도 반발과 저항 의식이 강한 원주민보다는 온순한 아프리카 흑인들을 선호, 원주민은 죽여야 할 대상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던 것이다. 정말 단순하게 보자면 종교적 선민의식으로 똘똘 뭉쳐 이교도를 배척하며 영토를 확장한 게 미국 기독교의 뿌리고, 이들로부터 기독교를 받아들이고, 이들의 교리를 배운 게 한국 기독교의 뿌리라고 할 수 있다. 바로 현재 한국 기독교의 강한 배타성과 거대 교회에 대한 선망, 보수성의 뿌리가 여기에 있다.

 

인간을 돈으로만 재단하려드는 플레인뷰가 유일하게 인간적 감정을 드러낸 대상은 핏줄이라고 생각한 헨리였다. 철저하게 냉정한 남자인 플레인뷰는 헨리가 나타나면서 자신도 핏줄에 집착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고,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한다. 어린 H.W.가 불을 지른 건 자신의 자리가 사라질지 모른다는 위기감의 발로였을 것이다. 헨리의 거짓이 드러나는 순간 플레인뷰가 보인 광기, 그건 바로 자신의 애정이 배신당한 것에 대한 극심한 분노의 표출이다. 석유로 엄청난 부를 거머쥔 플레인뷰지만, 노년이 된 그의 곁에 남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는 자신이 받을 상처를 가리기 위해 남을 상처주고 떠나보낸다. 그리고는 배반자를 응징했다는 자족감으로 버텨내다, 분노를 한꺼번에 분출해 내며 마지막을 장식한다.

 

<데어 윌 비 블러드>에서 가장 인상 깊은 장면을 하나 꼽으라면 뭐니 해도 플레인뷰가 교회에서 세례를 받는 장면이다. 바다까지 석유를 배송하기 위해 교회 땅이 필요한 플레인뷰는 이를 위해 광신도 목사에게 따귀를 맞으며 ‘나는 아들을 버렸습니다’를 외친다. 플레인뷰가 중간에 작은 소리로 ‘이제 송유관은 된 거야’라로 말할 때, 소름이 쫙 끼쳤다. 이 장면 하나 만으로도 다니엘 데이 루이스가 아카데미상을 받을 자격은 충분하다. <미스 리틀 선샤인>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폴 다노의 연기도 오싹한 충격을 던져준다. 아직 20대 초반의 나이를 고려한다면 연기자로서 그의 성장을 기대하지 않는 게 오히려 이상할 터이다.

 

이 영화의 또 다른 매력을 하나 꼽자면 그건 음악이다. 이 영화가 기본적으로 공포 영화는 아닐진대, 영화를 보면서 마치 공포 영화를 관람한 듯한 오싹함을 느꼈다면 그건 많은 부분, 음악의 힘에 기인한 것이다. 라디오헤드의 기타리스트인 조니 그린우드가 만든 음악은 신경질적이고 불안한 영화적 감성을 표출, 보는 관객의 뇌신경을 건드린다.

 


(총 0명 참여)
bsbmajor
제 개인적으론 작년에 본 최고의 영화였어요^^
잘 읽고 갑니다~^^   
2009-03-21 2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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