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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없는 자와 힘있는 자 레몬 트리
fornest 2008-07-08 오전 2:07:25 1429   [0]

올해 아랍권 영화를 한,두차례 본 나로서는 느낌이 썩 달갑게 와닿질 않는다. 그런 작품만 만나

서 그런것일까? 그런데 이스라엘이 주축이 된 영화 '레몬트리'라는 영화가 이상하리만치 제목이

정감이 가는게 호기심이 증폭된다.


남편을 잃고 혼자 사는 살마에게 집 앞의 레몬 농장은 전부나 다름이 없다. 조상들이 수대에 걸

쳐 가꿔온 이 농장에서 레몬을 키우며 자식들을 성장시켰으며 자식들이 타지로 떠난 지금 레몬

나무들은 그에게 유일한 벗이나 다름이 없다.

어느날 옆집에 국방장관 라본(도론 타보리)이 이사오면서 살마(히암 압바스)는 자신의 것임에도

레몬 농장에 발을 들여놓을 수 없는 처지에 놓인다. 나무들이 시야를 가려 장관 테러에 악용될

수 있다며 정보국은 주변에 망루와 철책을 세우고 조만간 농장을 없애겠다고 통보한다.

관리를 못하니 땅에 떨어진 레몬은 썩어가고 나무는 말라가지만 농장에 몰래 들어간 살마에게

돌아오는 것은 군인들의 윽박지름 뿐이다. 살마는 결국 법원에 농장을 돌려줄 것을 청구하는 재

판을 제기한다. 생명과도 같은 레몬 농장을 잃어버릴 수는 없는 것이다.

국방장관에 선출돼 관저로 이사온 나본 역시 자신의 정치적 입장 때문에 이웃의 레몬 농장을 없

애야 한다. 이미 레몬 농장 문제가 이슈로 떠오른 상황에서 그가 양보하면 정치적으로 곤란한 상

황에 빠지는 것. 테러의 위협 자체도 문제지만 농장을 없애자는 정보국과 대립할 수도 없는 상황

인데..

 

싸움이란 것은 원래 해결책을 찾기 힘든 속성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땅 문제처럼 양 당사자의

생존권이 걸린 문제라면 특히 그렇다. 양측 모두를 만족시키는 묘안이 번쩍 하고 떠오르기는 현

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다. 영화 '레몬트리' 속 팔레스타인 여인 살마(히암 압바스)와 이웃에 사는

이스라엘 국방장관 라본(도론 타보리)이 딱 그런 경우 처럼 여겨진다.

힘없는 자와 힘있는 자, 개인과 국가 사이의 갈등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영화 '레몬트리'가 결국

건드리고 있는 소재는 수천년간 팔레스타인 사람들과 유대인들 사이에 이어져오고 있는 갈등이

다. 레몬트리를 놓고 벌이는 양측의 싸움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수천년간 살던 땅에 유대인들

이 '약속의 땅'이라며 돌아온 상황과 공통점이 많다. 라본이 쳐 놓은 철조망 역시 이스라엘 정부

가 '보안 장벽'이라는 이름으로 세우고 있는 거대한 콘크리트 벽과 다를 게 없다.

영화는 양측의 갈등 외에도 중년의 살마와 변호사 지아드(알리 술리만) 사이에 싹트는 사랑이나

내조에만 힘을 쏟던 장관의 부인 미라의 자아 발견 등 주변 이야기로 호기심이 증폭된 마음의 갈

증을 풀어준다.  이처럼 흥미로운 드라마와 현실에 대한 날카로운 은유 덕에 올해 베를린 영화제

파노라마 부문에서 관객상 수상작으로 뽑히는게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레몬트리' 정감있는 제목자체부터 마음에 드는 영화 '레몬트리' 여러분께 추천하고 싶어진다.

 

여러분 좋은 영화 많이 감상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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