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쿵푸라는 것이 세계적 열풍이다. 그 옛날 ‘이소룡(브루스 리)’ 부터 시작한 정통 쿵푸에서 현재는 아크로바틱 쿵푸의 일인자 ‘성룡(재키 찬)’과 부드러움속에 강함을 표현하는 쿵푸 스타 ‘이연걸(젯 리)’ 로 이어지는 계보는 이제 단순한 호신용이 아닌, 누구나가 즐기는 레포츠가 된 듯하다. 그 중심에는 역시나 세계적 스타로 발돋움한 ‘성룡’과 ‘이연걸’이 있었지만, 그 보다 먼저 헐리웃 영화의 특수효과에 접목되면서 사람들의 눈에 들어온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알다시피, 작년 아카데미를 휩쓴 <와호장룡>이 그러했고, 그 이전에는 SF 액션 영화이지만, 그 속에서 훌륭한 동작 안무로 쓰였던 <매트릭스>가 사람들의 뇌리에 깊은 인상을 심어줬으리라.. 하지만, 홍콩에서는 이미 그들만의 영화적 장르로 토착시켜서 수많은 영화를 배출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다지 홍콩 영화엔 호의적이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무엇인가 뜬다 싶으면 붕어빵 찍어내 듯, 아류작들이 수없이 많이 나왔고 그 식상함에 관객들은 영화 자체를 외면하기에 이르렀다.
그 외면속에서의 탈출구는 새로운 모습의 쿵푸를 개발하는 것이었다. 살생의 무기가 아닌, 누구나가 한번 보면 따라하고 싶을 정도의 가벼움도 있어야 했다. 그 부분에 있어 <소림축구>는 새로운 쿵푸의 모습을 선보인다. 과연, 축구에 쿵푸라.. 정말 어울리지 않는 단어가 아닐까한다. 이전에 음식을 만들 때, 쿵푸의 묘기가 들어간 적도 있고, 하다못해 갬블(도박)을 할 때도 현란한 손동작, 발동작을 보여주는 것이 대부분이 아니었나 싶다.
하지만, ‘주성치’는 과감히 자신의 전통 무예인 쿵푸를 전 세계가 사랑하는 스포츠에 접목시키기로 한다. 사실, ‘주성치’는 무술인이 아니다. 그가 보여주는 것은 사실 쿵푸라고 보기엔 쫌 아닌 구석도 있다. 그가 하는 것은 오버와 거만한 웃음 앞에 36계 줄행랑이나 늘 쥐어터지다가 단박에 상황을 역전시키는 상상을 꿈꾸는 소시민적인 역이었다. 때로, ‘주성치’의 영화를 보며, 너무 억지스런 부분이 없지 않아 필자 자신도 홍콩 영화 배우중 제일 꺼려했던 사람임에는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런 그에게서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하지 않겠다고 다짐을 하였고, 이번에 개봉될 <소림축구>라는 제목을 들을 때도, 그다지 흥미로워 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필자보다 먼저 영화를 본 사람들의 하나같은 의견이 이번엔 다르다는 것이다. 그렇게 오버하지도 않고, 그렇게 유치하지도 않다는 것이다. 뭐, 제 버릇 남 주기는 힘들겠지만, 그 상태가 많이 호전(?)되었음을 필자의 눈으로 확인했을 때는 ‘왜 진작 이렇게 만들지 못했나’ 의문이 들었다.
한 때, 소림 쿵푸의 수제자들이었던 6인방 (그들 이름 다 모른다, 대충 첫째형, 둘째형, 셋째형, 나, 다섯째, 막내로 불린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그 모든 것이 사라지고, 지금은 홍콩의 번화가에서 각자 제 삶을 살아가고 있다. 그들이 누구였는지 조차 그들 자신도 못 믿을 만큼 비대해지고, 늙고, 혈기 없고, 나태한 그들..
한 때, 잘 나갔던 축구 황제.. 짜고 치는 져주기 게임 후 다리마저 부러져, 20년 동안 폐인처럼 생활하던 그에게 어느 날, 철각인 ‘나’를 만나면서 나의 인생과 그의 인생과 그들의 모든 인생이 뒤바뀌었다. 드디어 인생의 자신감과 사명감을 되찾게 된 것이다. 물론 정통 쿵푸가 아니었고, 스포츠 종목 중 하나인 ‘축구’를 통해서지만, 그들은 그렇게 삶의 의미를 찾은 것이다.
전반적으로.. 영화는 많이 성숙된 모습을 보인다. 그다지 유치하거나 오버에 오버를 곱한 배우들의 연기는 많이 줄었다. ‘주성치 패밀리’라 불리울 정도로 그의 영화라면 어떠한 단역도 마다하지 않는 의리파들도 (오맹달, 황일비) 여전히 모습을 드러내고, 주성치에 의해 발탁되고 지금은 국제적 스타로 발돋움하고 있는 두 명의 낯익은 배우도 찾아보는 것도 영화를 더욱 재미있게 한다.
이 영화의 홍보 컨셉이 세계적 축제인 ‘월드컵’의 분위기에 휩쓸려 한몫 하겠다는 수단이라고 말해도 할말이 없지만, 그 보다 도 홍콩에 남아서 자국 영화와 전통 무예인 쿵푸를 국제적으로 새롭게 알리려 하는 ‘주성치’의 노력도 눈여겨 볼만하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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