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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클루니와 김용철 변호사의 신념에 경배를... 마이클 클레이튼
ldk209 2008-07-18 오전 11:48:29 2224   [7]
조지 클루니와 김용철 변호사의 신념에 경배를...★★★☆

 

겉으로는 번지르르한 대형 로펌의 변호사. 그러나 그는 알코올 중독자 동생으로 인해 파산을 하고, 술집을 인수했다가 실패해 7만 5천 달러의 빚을 떠안고 있다. 그럼에도 도박을 완전히 끊어내지 못하고 있으며, 일주일 안에 빚을 갚지 못하면 마피아로부터 어떤 봉변을 당하게 될지 모른다. 그는 로펌 안에서도 소송팀에 들지 못하고 음지의 일들을 처리하고 은폐하는 일을 도맡아 하고 있다. 이혼한 부인이 데리고 있는 아들하고도 기껏해야 차 안에서 대화하는 처지다.

 

그러던 어느 날, 대기업과 관련한 진실을 폭로하려던 동료 변호사가 의문의 죽음을 당한다. 우연히 그에게 떨어진 대기업 U/노스의 내부 기밀문서. 바로 동료를 죽음으로 몰아넣은 그 문서는 이제 그의 목숨까지도 노린다.

 

영화는 언뜻 봐서는 전형적인 스릴러의 외피를 담고 있는 듯하다. 과연 진실은 무엇일까? 또는 범죄에 맞서, 진실을 폭로하기 위한 한 변호사의 영웅적 변모. 그러나 주인공의 이름을 내세운 영화 <마이클 클레이튼>은 그런 것들 하고는 별로 관계없다. 영화는 진실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스릴러의 스피디한 속도감이 아니라 한 인간의 내면의 갈등과 실존적 고민을 차분하게 그리고 있으며, 그 수렁을 자신의 의지와 선택으로 벗어난 인간의 얼굴 표정을 세심하게 살피며 마지막을 장식한다.

 

최근 영화 <크로싱>과 관련해서 영화 속 인물과 차인표가 기시감을 일으킨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무슨 얘기냐면, 평소 착한(!) 일을 많이 하는 차인표다운 영화 선택이라는 의미였다. 같은 의미에서 <마이클 클레이튼>은 조지 클루니다운 선택이라고 생각된다. 헐리웃의 가장 대표적인 진보적 배우로 일컬어지는 조지 클루니는 평소 신문사 연예부 기자보다 정치부 기자와 더 자주 연락한다고 한다. 먼저 정치부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 수단 다르푸르 인종 학살과 같은 사안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피력할 정도로 정치적(!)이라고 한다. 그럼에도 그는 진실과 정의를 선택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할 정도로 어린 사람은 아니다. 그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이며, 자신 스스로도 말과 행동이 맞지 않는 부분이 있으며 어쩔 수 없이 비켜가야만 하는 경우도 있다고 고백한다.

 

<마이클 클레이튼>을 보며, 김용철 변호사가 떠올랐다. 영화에서 대기업의 내부 기밀을 폭로하려는 아서 변호사가 육체적 죽음을 당했다면, 김용철 변호사는 삼성에 의해 사회적 죽음을 당했다. 로펌에 압력을 넣어 변호사 취업을 방해했으며, 돈을 요구한 파렴치한 변호사로 몰고 갔다. 딱 한 번만 눈감으면 모든 고난, 고뇌에서 벗어날 뿐만 아니라, 어쩌면 평생 먹고 살 수 있는 엄청난 부가 들어올지도 모른다. 특히 목숨이 위협받고 파렴치한으로 몰리는 상황이라면 이런 유혹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마이클 클레이튼과 김용철 변호사는 그런 유혹을 뿌리치고 진실을 공개한다. 김용철 변호사는 그 이유를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아빠가 되기 위해서 였다고 말했으며, 마이클 클레이튼은 자기 자신을 구할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행동으로 옮긴다. 둘이 정의가 살아 있음을 보여 준다는 등, 세상을 구하고 싶다는 등의 거창한 목적을 내세웠다면 아마도 감동은 훨씬 줄어들었을 것이다.

 

사실 영화는 전반적으로 그다지 짜임새 있거나 긴장감이 높지는 않다. 그리고 스토리 자체도 비슷한 영화들이 줄줄이 떠오를 정도로 흥미롭거나 독창적인 건 아니다. 그럼에도 영화의 라스트 신은 곱씹어 보면 볼수록 짜릿한 감흥을 불러일으킨다. 모든 상황을 매듭지은 마이클 클레이튼이 걸어 나오고 그를 지나쳐 경찰들이 현장으로 몰려간다. 그리고 U/노스의 법률팀장 카렌은 쓰러지고, 긴 코트를 입고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현장을 빠져 나가는 마이클 클레이튼을 카메라는 마치 수렁에서 벗어나는 모습을 보여주듯이 높은 곳에서 천천히, 느리게 비춰준다. 택시 뒷좌석에 올라탄 그는 어디 가냐는 운전사의 물음에 ‘50달러만큼 그냥 돕시다’라며 대답한다. 영화는 엔딩 타이틀이 흐르는 내내 마이클 클레이튼의 얼굴을 비춘다. 과연 그는 무엇을 생각하는 것일까? 또는 느끼는 것일까? 모든 걸 끝냈다는 후련함일까? 아니면 무거운 진실 앞에 선 나약함일까? 앞으로에 대한 걱정일까?

 

어제(7월 18일) 한국에선 삼성 특검 재판 결과, 삼성 그룹 오너인 이건희에 대한 대부분의 혐의가 무죄 판결되었다. 재판부는 법리 적용이 잘못되었다고 하고, 특검은 다른 재판부에서 유죄 판결을 내린 사안을 하급심이 무죄 판결했다며 글자 한 획 고치지 않고 상고하였다. 내부 고발자가 구체적인 증거를 갖다 줘도 별 소용없는, 바로 이런 경우가 ‘유전무죄’의 대표적 사례가 아닐까. 그렇다면 마이클 클레이튼이 고발한 U/노스는 어떻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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