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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똑같은... 숙명
madboy3 2008-07-22 오전 10:29:49 1716   [1]

내 기억에 조폭이 주인공인 영화는 작년 4월에 개봉한 <우아한 세계>였던 듯 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우아한 세계>가 조폭영화는 아니었다. 모든 아버지가 같다는 것을 말하기 위해 특수(?)직업군을 가진 아버지의 이야기를 하기 위하여 조폭이라는 것을 빌려왔을뿐 사실 조폭과는 그리 관련이 없는 영화였다. 그리고는 <친구>부터 시작해서 한동안 한국영화의 단골 소재인 '조폭'은 한국영화에서 잘 보이지 않았다. 2008년. 다시 그 '조폭'영화의 계보를 잇는 영화가 개봉한다. <연애,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의 감독인 김해곤 감독의 신작 <숙명>이다.

 

<연애,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은 보진 못했지만 흥행에는 실패했으나 평은 그럭저럭 괜찮게 나왔던 영화인걸로 기억한다. 김해곤 감독이 누군가 했더니, 가끔 영화에 출연도 하고 <파이란>의 각본을 쓴 그 사람이었다. 두 미남 배우를 전면에 내세우며 예고편 부터 마초필을 팍팍 내주는 <숙명>은 17일 언론시사에 이어 18일 첫 일반 시사회를 시작했다. 그런데 개봉은 20일이다. 시사회가 좀 늦은감이 없지않다. 자신감이 없어서 였을까. 나도 어제 그 첫 일반 시사회에 갔다왔다.

 

첫 시사회라 그런건지 사람들이 꽤 많았고, 한류로 인기 좀 있는 배우들이 출연하는지라 일본 아줌마들도 좀 보였다.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극장앞에 서있는 두대의 밴. 그렇다. 영화의 두 주인공인 권상우와 송승헌이 무대인사를 온 것이다. 이날 시사회는 서울극장의 여러 상영관에서 동시에 시작했는데 상영관 마다 돌아다니려는지 짧게 인사만 하고 내려갔다. 인증샷은 리뷰가 끝나는 즈음에 나오니 좀만 기다려주시길.(지금 내리지 말고~) 사실 권상우, 송승헌이라고 생각하고 봐야 그렇게 보인다. 화질이 워낙 안좋아서 -_-;; 개인적으로 박한별이 오길 바랬는데...

 

서론은 여기까지 하고 중요한 영화이야기를 시작해보자.

 

강섭(안내상), 우민(송승헌), 철중(권상우), 두완(김인권)은 두목의 카지노를 털고 그 돈으로 새출발 하려고 하지만 철중의 배신으로 무산되고 우민은 교도소에 들어가게 된다. 2년뒤 우민이 출소하고 친구들을 찾으려 하나 다들

자취를 감추고, 폐인이되었다. 철중은 그사이 많이 컸다. 그리고 애인 은영(박한별)마저 두목에게 가버렸다. 모든걸 통감하고 새출발 하려는 우민은 계속 일이 꼬여 철중과 부딫히게 된다. 이것이 숙명이라 느끼는 우민. 과연 이친구들은 어떻게 될까...

 

영화를 보면서 내내든 생각은 <친구>와 <비열한 거리>였다. 두 영화를 섞어 놓으면 이런 영화가 나오지 않을까 한다. 거기에 여기저기 어디선가 본듯한 장면들도 많다. 특히나 그 웃통벗고 럭비하는 장면은 예전 <태풍>에서 이정재가 웃통벗고 해안가에서 공놀이 하는것과 많이 닮았다.(뭐 아니라면 할 수 없고...) 이제 '조폭'이라는 소재도 한국에선 다할대로 다한것인지 새로운 이야기가 나오지 않는다. 맨날 우정, 배신, 의리 이런것 아니면 조폭이야기는 쓸게 없나보다. 뭐 그들이 실제로도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미국의 갱 영화는 그렇게 많이 나와도 신선한게 많은데 말이다.

 

영화에서 배우들의 열연은 그 느낌이 잘 전해지지만 그만큼의 내용이 뒤따라 주질 않는다. 별로 큰 연관성이 없다.

그들의 과거를 설명해 주질 않으니 이들이 얼마나 친한지 뭐 불알친구라도 되는건지...<친구>는 그들의 과거부터해서 점점 성장해가며 갈등이 불거지는 과정을 잘 보여줘서 관객들이 동감하게 만들지만 <숙명>은 그런것이 없다. 그냥 이들이 친한 친구들인데 한놈이 배신해서 열받아서 그런다고 한다. 누가 아나? 사실 이들은 별로 안친할 수도... 게다가 중간에 끼인듯한 영환(지성)은 참 관계가 애매하다. 도대체 무슨 인물인지 모르겠다.

 

리얼리티도 많이 떨어진다. 그러니 공감을 못하지... 조폭은 게임이나 무협영화에나 나올 법한 파이터. 개인적으로 <비열한 거리>에서의 그 굴다리 집단 뒤엉켜 싸움같은 진짜 싸움 장면을 좋아하는데 <숙명>은 다들 날라다니고, 수십명이 한명을 못당해 내니... 질려도 너무 질린 액션 장면들이다. 비단 액션 장면만이 아니다. 과정이 생략된 씬들도 많고(편집일지는 모르겠지만), 이해가 안가는 설정들이 많다. 공감을 방해하는 부분이다.

 

친구임에도 둘이 싸워야 한다는 '숙명'이 주제인데 이 '숙명'이 뭐 별로 그리 그렇게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는건 이 영화의 연출이 잘못되어있다는 말이다. 영화의 주제를 뚜렷이 보여주지 않고 영화는 영화대로 흘러가면서 '내용 이런거니까 봐라'는 식의 연출은 환영받지 못한다. 어느정도 설득력이 있어야 관객도 따라가는 법인데 보는 내내 도통 이게 어떻게 흘러가는지를 모르겠다. 내용이야 이해가 가지만 주인공들의 심사를 알 수 없으니...

 

예전의 조폭영화와 다른 점이 전혀 없다는 것이 상당히 아쉽다. 꼭 한두명씩 껴주는 웃기는 똘마니 캐릭터에 부하 마구 부려먹고, 맘에 안들면 처리하는 두목과, 야심넘치는 부하, 그리고 배신 등 조폭영화에서 있을 만한 요소는 다들어있다. 그래도 뭔가 색다른 점을 찾아보자면...음...경찰이 안나온다는거? 경찰차 싸이렌도 안나온다. 길거리며 건물이며 여기저기 다니며 다 부시고, 치고 박고 싸워대는데 경찰은 코빼기도 안보이다니... 이건 우리나라 경찰의 안일함과 무력함을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의도된 연출인 것일까?

 

영화 중간중간에 우민의 나래이션이 흘러 나오는데 처음에는 괜찮게 들렸다. 그의 심정을 알 수가 있고 장면과도 잘 어울리는 듯했다. 하지만 뒤로 갈수록 나오는 그의 나래이션은 어색하다. 나래이션의 톤이 어색한것이 아니라 나래이션 문장의 선택을 잘못한 듯 하다. 뭐랄까... 뭔가 멋있게 써보려고 한 것 같은데 들리기엔 약간은 유치하게 들렸다. 친구의 말을 빌리면 "초등학생이 써도 그거보다 잘 쓰겠다"

 

캐릭터의 설정에서도 부족함이 보인다. 특히 영환과 은영이 가장 비중이 이상하게 틀어진 캐릭터다. 영환은 사실 출연 비중은 그렇게 많지않다. 아마도 지성이 정식출연이 아니 우정출연이라 그런 듯 하다. 우정출연이지만 그 비중은 상당하다. 거의 영화내용을 잡고 흔드는 캐릭터다. 그런데 영화의 캐릭터는 도통 모르겠다. 철중, 우민, 두완과 친구인 것인지 부터해서 조직내의 위치도 그렇고 뒤배경 조차 나오지 않는다. 영화가 끝날때까지 미스테리다. 그런데 우정출연이라니... <뚝방전설>의 유지태 말고는 이렇게 비중큰 우정출은 첨봤다. 그에 비해 영환과는 완전 정반대의 캐릭터 은영. 마치 은영역을 맡은 박한별은 그냥 얼굴 마담이라는 생각이 들정도로 비중이 없다. 우민의 애인인 그녀의 이야기는 그냥 우민의 곁다리 스토리로만 보인다. 원래 조폭영화에서 주인공의 여자는 상당한 역할을 하는데 <숙명>은 그렇지 못하다. 음... 이건 좀 색다른가... 강섭역의 안내상도 그렇고, 두목도 그렇고 사실 그렇게 큰 비중이 없다. 왠지 그냥 캐릭터 낭비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괜찮은 점은 있었다. 우선 배우들의 열연이다. 아주 기를쓰고 연기를 한다. 그만큼 연기에 힘을 쏟은 듯한 느낌이 난다. 주연인 권상우, 송승헌에 김인권은 연기를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정말 열연을 한다. 그리고 또 한가지는 중간중간 코믹한 장면인데 코미디로 의도하고 찍은 장면도 있었지만 권상우가 '철중'이라느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그 캐릭터의 성격을 그대로 잘 반영한 탓에 그 말투와 행동이 바라보는 사람의 입장으로는 약간은 재밌는 모습을 보인다. 개인적으로 권상우의 배역중에 선 <야수>에서의 '장형사'가 가장 맘에들었는데 '철중'도 약간그런 과에 속해서 그런지 권상우의 '철중'캐릭터 연기도 좋아 보였다.

 

대부분 연기가 좋았으나, 권상우의 짧은 발음으로 대사를 욕을 섞어가면서 뱉어내니 알아듣기가 힘들었다. 도대체

뭐라는건지... 욕은 정말 많이하고 잘하는데 40%는 못알아 듣겠다. 발음에 좀 더 신경을 써줬으면 한다. 그리고 크레딧에 주연급으로 올라있는 박한별. 영화를 보기전 <숙명>에서 박한별의 변신에 대한 기사를 봤는데 팜프파탈이 어쩌고, 청순이 어쩌고 하면서 성격이 너무 다른 캐릭터를 연기하고 어쩌고 해서 좀 기대를 했는데... 팜프파탈은 도대체 어디에 있는거니? 아직은 이런 어려운 연기는 피하는게 좋을 듯하다. 연기를 많이 연습해야할듯. <한강수 타령>에서 그 어리숙한 연기는 괜찮았는데... 게다가 주연급에 올라있으면서 영화에서의 비중은 거의 없는 수준이다. 가장 안습인 캐릭터. 권상우를 빼고 가장 빛을 발한 배우는 김인권이다. 그는 이미 전부터 많은 영화에서 조연을 하면서 코믹함과 진지함을 넘나들며 감초역할을 많이 했는데 이번엔 영화내 비중의 3인자로 거의 주연급의 비중을 발하며 멋진 연기를 보여준다. 제일 잘 했다. 멋쪄부려~

 

상당히 아쉬움이 많이 남는 영화다. 사실 좀 기대했었다. 사람들이 그렇게 지겨워하는 조폭 영화라해도 좀 색다르고 잘 만든다면 흥행할 수 있는 것이다. 오랜만에 나오는 조폭 영화니 뭔가 좀 다르겠지라고 생각한것은 잘못이었다. 더군다나 여자도 별로 안나오는 마초영화... 권상우 팬이나 송승헌 팬이라면 모르겠지만. 그 둘의 팬들에게 보내는 팬서비스 차원의 장면도 나오니... 뭐 여튼 시사회가 끝나고 나오는 기분은 썩 좋진 못했다.

 

사실 요즘 <추격자>가 흥행돌풍을 하면서 <숙명>이 이어주길 바랬는데 그러지는 못할 것 같다. 다들 조폭영화에

지친데다가 시사회평도 안좋으니... 찍은 이들이 노력은 십분 느껴지지만 그만큼 결과물이 따라주질 못했으니 아쉽기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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