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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스트푸드를 둘러싼 사회정치적 관계들... 패스트푸드 네이션
ldk209 2008-07-31 오후 12:29:10 1991   [4]
패스트푸드를 둘러싼 사회정치적 관계들...★★★☆

 

지난 5, 6, 7월을 뜨겁게 달구었던 촛불정국을 통과하며 난 놀라운 사실을 하나 알게 되었다. 가끔 우리나라를 떠들썩하게 만드는 불량 식품 제조 위반이 사실은 큰 죄가 아니며, 중요한 것도 아니라는 사실이다. 과장되었거나 나중에 사실이 아니란 게 밝혀지긴 했지만, 공업용 우지로 만든 라면, 쓰레기로 만든 만두, 그리고 꽁치 통조림, 번데기 통조림 등등등. 앞으로 먹거리 때문에 적발되는 사람들은 변명할 거리가 하나 생겼다. ‘이거 먹어서 죽은 사람 봤어요?’ ‘감기보다 안 위험하다고요’ ‘자동차 사고 난다고 현대 자동차 폐쇄하나요?’

 

그러면서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광우병 공포를 이겨낸 나라가 되었다. 일국의 집권 여당 국회의원이 광우병에 걸린 소를 먹는다 해도 위험 부위만 제거하면 절대 걸릴 염려가 없다고 공언하고 고위급 공무원들이 미국산 쇠고기를 먹으며 ‘맛있다’를 연발한다. 물론 미국산 소고기 시식회는 논리적으로 말이 안 되는 그저 이벤트 행사에 불과하다. 대체 ‘맛있다’와 ‘안전하다’가 어떻게 동의어가 될 수 있을까. 그런데 ‘맛있으니 안전하다’라고 말하는 저들이 사용하는 국어는 내가 알고 있는 국어와 다른 언어인가. 그러면서 광우병이 창궐했을 당시 영국에 1개월 이상 체류한 사람에게는 헌혈도 받지 않는다. 피도 모자르다면서. 광우병에 걸린다는 건 거의 불가능할 정도로 확률이 낮다며?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광우병 위험도는 실제보다 과장되었을 수도 있다. 그리고 많은 국민들이 촛불시위에 참여하고 정부에 대해 분노했던 건 안전문제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정책을 대하는 정부 태도에 대한 분노가 깔려 있다고 생각한다. 광우병은 전문가들조차 의견이 분분한 실체가 불확실한 질병이다. 실체가 불확실하기 때문에 국민들의 주장을 괴담으로 치부할 수도 있지만, 오히려 그 반대로 실체가 불확실하기 때문에 국민들이 더 불안해 할 수밖에 없으며, 더욱 철저한 안전 보장이 필요한 거 아닐까? 어쨌거나 아직 모든 게 밝혀지지 않은 질병이므로 전문가에 따라선 광우병을 보수적으로 대할 수도 있고, 낮은 수준에서 대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국가의 정책은 어느 쪽에 맞춰져야 할까? 당연하게도 국민의 건강권이 걸려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보수적 입장에 맞춰져야 하는 것이다. 만약에 사람을 죽일 수 있는 독약이 있는데, 어떤 전문가는 0.1g으로도 죽을 수 있다고 하고, 어떤 전문가는 10g이 넘어야 죽는다고 하면, 국가 정책은 0.1g에 맞춰져야 하는 건 너무도 당연하다. 그런데 0.1g이라고 하면 괴담이라고 하며 처벌하겠다고 하니 대체 누구를 위한 정부인지 의심이 들지 않을 수가 없다.

 

햄버거의 패티에 사용되는 쇠고기의 생산, 도축, 소비 과정을 따라가는 영화, <패스트푸드 네이션>에서 똥이 들어간 햄버거 때문에 현지 조사를 나간 돈(그렉 키니어)은 쇠고기 딜러 해리(브루스 윌리스)를 만나 대체 어떻게 햄버거 패티에 소똥이 들어갈 수 있는지를 물어본다. 물론 벨트의 속도를 조금만 늦추면 소똥이 안 들어가도록 원천 봉쇄가 가능하지만, 그런 간단한 방법조차 기존 시스템은 수용할 수가 없다. 오히려 해리의 대답은 소똥이 들어간다 해도 죽지 않는다, 거의 극소량이므로 들어가서 섞이면 전혀 문제 되지 않는다, 자동차 사고가 난다고 공장을 폐쇄하지 않는다며 돈을 몰아붙인다. 이거 대체 우리나라 당국자들은 해리와 미리 입을 맞추기라도 한 거야? 왜 이리 똑같애.

 

이 영화는 대략 3개의 축을 중심으로 돌아간다. 햄버거 회사의 마케팅 담당자로서 소똥이 들어간 패티 제조 과정을 조사하러 현지에 온 돈, 미키스 햄버거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 동물학대의 진실을 알게 된 후 실천을 위해 아르바이트를 때려 치는 앰버, 그리고 멕시코에서 불법 이주해와 소 도축장에서 일을 하는 많은 멕시코 인들. 즉, 영화는 단지 소고기의 도축과정과 패티 제조 과정에서의 비위생과 관련한 얘기만이 아니라, 패스트푸드를 둘러싼 다양한 사회적, 정치적 제관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농장은 소를 좀 더 살찌우기 위해 곡식과 동물성 사료를 먹이고 (이 부분은 영화에서 구체적으로 다루어지진 않는다. <육식의 종말>이라는 책에 보면 인간이 먹을 곡식이 부족해 굶어죽는 한편에서 소에게 먹일 곡식 생산을 위해 엄청난 땅이 개간되고 있으며, 이는 지구 온난화에 직접적으로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도축장은 이주 노동자들의 저임금과 다리가 잘려나가는 살인적 노동, 그리고 성추행과 같은 온갖 협잡에 의해 유지되고 있다. 최종 소비 단계에서도 아르바이트생에 대한 통제, 허술한 위생관리는 일상이다.

 

매일 먹는 음식의 안전에 대해 걱정하지 않고 편하게 먹을 수 있다는 건 이제는 돈이 많아야 얻을 수 있는 행운이 된 것인가? 난 먹는 즐거움을 포기하느니 건강이 조금 피해 받는 쪽을 택하기도 할 정도로, 먹는 즐거움을 지지하는 편이다. 그래서 평일엔 식사량도 조절하고, 특별한 일 없으면 운동도 거르지 않으면서 꾸준히 하는 편이지만, 주말엔 피자 같은 고 칼로리 음식을 시켜 먹기도 하고, 라면을 끓여 먹기도 하며, 먹음직한 도너츠를 잔뜩 사다가 편하게 소파에 기대 먹기도 한다. 보통 맛있는 음식은 칼로리가 높고 당분이 높아서 건강이라든가 다이어트에는 독이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우리 속담에도 '쓴 약이 몸에 좋다'고 하지 않은가. ‘맛있는 건 안전하다’가 아니라 ‘맛있는 건 대체로 몸에 좋지 않은 경우가 많다’가 좀 더 논리적이다.

 

※ 이런 영화나 <육식의 종말> 같은 책을 읽으면 가급적 육식을 자제해야 된다고 스스로를 다그치는데, 참 쉽지가 않다. 워낙 오랫동안 소, 돼지, 닭이 주는 기쁨을 만끽해 왔던 터라 한 2~3일만 안 먹어도 금단증세가 시달린다. 단칼에 담배를 끊은 지 3년이 넘어가고 있음을 고려해 보면, 누구는 신문 끊기가 담배 끊기보다 더 어렵다고 하든데, 나에겐 고기 끊기가 담배 끊기보다 더 어렵다. 내가 정말 심각하다고 생각되는 건 <슈퍼 사이즈 미>라든가 <패스트푸드 네이션> 같은 영화를 보고 난 뒤 햄버거를 먹는다는 거다. 이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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